뻔뻔하고 음흉하게 난세를 이겨라 | ||
요즘 인기가 높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한 장면이다. 세종의 색다른 면을 보여주는 이 장면에서 필자는 진정한 후흑의 달인을 본 듯 했다. 후흑(厚黑)은 면후심흑(面厚心黑)의 줄임말로 중국 청나라 말엽, 이종오(李宗吾)가 저술한 <<후흑학(厚黑學)>>에 나오는 말이다.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속마음을 뜻한다. 우리말의 뻔뻔함과 음흉함 쯤으로 해석되는데 그러다 보니 비겁한 처세술 정도로 오해를 사고 있는 면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이종오가 주장한 후흑은 ‘난세에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종오가 뽑은 역사상 후흑의 대표적인 인물은 월왕(越王) 구천과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 구천은 와신상담(臥薪嘗膽) 고사의 주인공이고, 유비는 늘 울고 다니면서 동정을 산 이미지메이킹의 천재였다는 것이 이유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이도 옳다, 저도 옳다 어느 누구의 미움도 사지 않으려 한 황희 정승과 왕위에는 전혀 관심 없는 듯 반건달 노릇을 하다 결국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든 흥선대원군이 후흑의 대표로 일컬어진다. 여기에 세종도 그 반열에 오를 만 한 것이다. 물론 드라마다 보니 픽션의 소지가 있겠으나, 세종은 서슬 퍼런 태종 이방원의 수렴청정 기간 동안 본인은 학자들과 글이나 읽겠다며 자신의 심중을 숨긴다. 그리고 아버지 시대와는 사뭇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토대를 갈고 닦는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아는 주도면밀함이 세종의 진면목인 것이다.
21세기는 서구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가 저물고, 동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대격변의 시기라고들 한다. 나름 안정적이던 미국과 소련, 양강(兩强) 구도가 무너지면서 중국을 비롯한 새로운 패권 세력들이 등장했다. 과거 구호물자에 의존하던 대한민국 같은 나라들이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최빈국이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풍부한 자원을 앞세워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대신 세계 경제를 주무르던 일본은 침몰하고 있다. 전통과 문화의 중심지로 의기양양하던 유럽국가들은 노쇠한 종이 호랑이가 되고 있다. 말 그대로 어지러운 세상, 난세다. 따라서, 난세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세상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케케묵은 이념 논쟁을 벌이는 정치권, 탁상공론에 익숙한 관료들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특히, 총성없는 전쟁터를 누비는 기업들은 난세의 성공비결, 후흑에 주목해 보자. 또 하나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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