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복수심에 불타는 고객을 열성팬으로 바꿔라

권영구 2011. 11. 23. 09:18

복수심에 불타는 고객을 열성팬으로 바꿔라
사과와 당근 둘 다를 적절하게 잘 써야

이제는 SNS의 시대이다. 덩달아 소셜커머스도 뜨고 있다. 티몬(티켓몬스터), 쿠팡 등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입에 충분히 오르내린 이름들이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요 며칠 사이 소셜커머스 피해에 대한 뉴스로 떠들썩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작은 실수에 불과하지만, 피해를 입은 고객의 입장에서는 마음의 상처가 크게 남을 수도 있다.

고객을 화나게 하는 기업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행동경제학의 교훈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나의 독자들에게 너의 만행을 알리마!
먼저 고객들은 자신이 부당한 또는 무례한 대우를 받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자신이 무시당하는 기분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이다. 고객서비스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기업이 잘못해서 자기가 불필요한 발걸음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객들에게 상투적인 말투로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면 고객들은 폭발한다. 이런 대우를 받은 고객들 중에는 복수를 꿈꾸는 고객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복수를 실행에 옮기는 고객은 적지만, 그 복수는 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힌다.

‘상식 밖의 경제학’을 쓴 댄 애리얼리는 아우디 자동차를 운전하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차가 멈추어 서는 바람에 큰 고초를 겪은 적이 있다. 사고 다음 날 고객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 여직원이 마치 대본을 읽듯 의례적인 말투로 대하는 것에서부터 화가 치밀었다. 더욱이 회사에서는 차의 상태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최소한의 책임만을 지려는 태도를 보였다. 댄 에리얼리는 복수할 방법을 찾다가, 이 사례를 자신의 두 번째 책인 ‘경제심리학’에 그대로 게재하는 소심한 복수를 실행했다.

 

‘아이팟의 더러운 비밀’을 보았는가
뉴욕에 사는 니스텟 형제는 애플에서 만든 아이팟의 배터리가 수명을 다 하자,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교체를 요청했다. 고객서비스 담당자는 보증기간 1년이 지났기 때문에 225달러의 수리비에 배송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 돈이면 차라리 아이팟을 새로 사는 게 낫지 않은가?’ 이 정책이 너무 어이가 없다고 생각한 니스텟 형제는 뉴욕 시에서 그들의 눈에 띄는 아이팟 광고판마다 ‘교체할 수 없는 아이팟 내장 배터리의 수명은 18개월이다’라고 쓰고 다녔다. 이것만으로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아이팟의 더러운 비밀(iPod’s dirty secret)’이라는 동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와 여러 사이트에 유포시켰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애플은 배터리교체 정책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위의 두 사례는 기업 스스로의 잘못이 고객의 분노를 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잘못이 없어도 직원의 대응에 고객이 불만을 품게 되면 어이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천재지변이라도 보상받고야 만다
덴마크의 폴 피터슨은 알민델리 브랜드라는 보험회사에 주택 손해보험을 가입하였다. 마침 폭풍이 심하게 불던 어느 날, 그의 집은 약 27,000 유로에 상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는 즉시 손해보상을 청구했지만, 보험회사는 약정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천재지변은 피해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폴 피터슨은 자신이 몹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꼈다. 자신의 말은 듣지 않고 약정만을 주장하는 보험회사의 대응에 불만은 커져갔다.

급기야 폴은 자신의 불만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보험회사로부터 뒤통수 맞은(Screwed by the Insurance Company)’이라고 이름 붙였으며, 그곳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렸다. 웹사이트의 개설은 알민델리 브랜드에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폴의 경험에 공감하였고, 웹사이트에 대한 소문은 불길처럼 번져갔다. 웹사이트 방문자 수가 25,000명을 넘어서자, 폴은 성공을 자축하는 이벤트를 열고 알민델리 브랜드의 CEO를 초대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알민델리 브랜드에서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파티는 언론의 주목을 끌었고 전국에 뉴스로 보도되었다. 그제서야 알민델리 브랜드는 허둥대기 시작했다.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이 8만 명이 넘어설 즈음에 폴은 마침내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사과는 떠난 고객도 돌아오게 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복수심에 불타는 고객들을 돌아오게 만드는 훌륭한 방법은 없을까? 댄 애리얼리가 ‘경제심리학’에서 제시하는 해법은 고객에게 먼저 사과하라는 것이다. 수리된 자동차를 찾으러 간 댄 애리얼리에게, 수리를 담당한 기사가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 사과를 받으면서 댄은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사고를 접수하러 전화를 걸었을 때 담당직원이 이렇게 사과를 했다면, 지금 책에 쓰지는 않았을 거라고…

어쨌든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댄 애리얼리는 화가 난 고객이 사과를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실험을 해 보았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실험을 진행하는 조교가 실험에 참가하는 사람에게 전달사항을 말해주다가 갑자기 10분 정도 전화통화를 하게 만들었다. 물론 다른 그룹은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다. 그 후 바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이 끝나고 나서 수고비를 줄 때에 영수증에 써 있는 돈보다 많은 돈을 넘겨주었다. 이때 참가자들이 초과된 돈을 돌려줄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진짜 실험이었다. 조교가 무례하게 전화통화를 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전화통화를 한 그룹의 참가자들은 돈을 돌려주지 않는 것으로 복수를 선택하였다.

한 단계 더 나가서, 이번에는 두 그룹 모두 무례한 전화통화를 하였다. 그리고 수고비를 줄 때에 한 그룹은 그냥 영수증에 쓴 금액보다 많은 돈을 주었다. 다른 그룹은 무례한 통화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돈을 주었다. 역시 사과를 한 그룹에서 돈을 돌려주는 참가자들이 더 많이 나왔다.

 

공연을 망쳐서 죄송합니다 …
얼마 전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를 상대로 납치미수 사고가 있었다. 공연 중 갑자기 뛰어든 팬 때문에 공연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공연은 끝까지 진행되었지만 공연을 보던 관중들에게는 그리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다. 당시 공연의 대행을 맡았던 기업이 바로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쿠팡이었다. 쿠팡은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하고, 입장료 전액을 환불하겠다고 발표했다.

쿠팡의 사과와 환불은 댄 애리얼리가 말한 것처럼 성난 관중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풀어주었다. 발 빠른 조치 덕분에 다른 영역에서 있었던 불명예가 더 이상 확산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토라질 수도 있었던 고객의 마음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과연 그렇게 만드는 방법이 가능할까?

 

록밴드 오아시스, 공연사고로 팬들을 사로잡다
한국에도 2번이나 방한하여 열광적인 공연을 펼쳤고, 국내에 상당한 팬층을 확보한 영국 출신의 록밴드 오아시스를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해체되었지만, 오아시스로 활동하던 당시에 그들은 괴이한 행동으로 공연을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한, 한마디로 말썽 많은 밴드였다.

2009년 6월 4일, 자신들의 출신지인 맨체스터에서 공연하던 오아시스는 기술적인 문제가 생겨 공연을 약 40분간 중단시켜야만 했다. 그 후에 밴드가 다시 공연을 재개하였다. 그 때 리드 싱어인 리암 갤러거는 7만 관중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지금부터 이 공연은 무료입니다. 모두 다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다음날 관객 중 20,000명이 환불을 요청했다. 오아시스는 약속대로 환불을 해 주었다. 맨체스터 지역의 버니지은행의 로고가 찍힌 환불수표를 관객들에게 보내주었다. 이 수표는 핵심멤버들인 리암 갤러거와 노엘 갤러거가 직접 서명한 것이었다.

그런데 손해금액을 계산하던 매니저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현금으로 바꾸어진 환불수표가 얼마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고객들은 현금으로 바꾸지 않았을까? 바로 그들의 우상인 두 갤러거 형제의 서명이 동시에 들어간, 희귀한 수표가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 진정한 오아시스의 팬들에게는 돈보다 이 수표가 더 가치가 있었다. 어쨌든 공연은 끝까지 즐겼으니까! 물론 얼마 후 그 환불수표를 이베이에 내놓는 약삭빠른 일부 팬들도 있었다. 

 

사과 뿐 아니라 당근도 필요하다
물론 오아시스가 당근효과를 예상하고 환불수표를 보내준 것은 아니었다. 의도한 것은 팬들의 손에 쥐어준 희귀한 수표 한 장. 그 가치는 입장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소녀시대의 납치미수 사건을 오아시스 사건과 그대로 빗대어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사고의 성격도 다르고, 사과의 당사자도 다르니까. 더구나 당좌수표가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통용되지 않는 문화적인 차이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아시스의 사례가 쿠팡에게 주는 교훈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쿠팡이 소녀시대와 협의하여 팬들을 생각하는 소녀시대의 마음이 담긴 어떤 대체물을 생각해 볼 수는 없었을까? 삼촌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입장료 환불보다는 소녀시대와의 악수 한번이 더 가치 있는 일은 아닐까?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당근이다. 예기치 못한 불상사로 불만을 가지게 되었지만, 나만을 위한 당근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어떤 고객이 떠나가겠는가? 충성 고객, 기업 하기 나름이다.

이계평은…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LG경제연구원 산업센터 선임연구원, LG전자 DDM 사업본부 e-biz 그룹장, 발텍코리아 컨설팅 시니어 매니저를 거쳐 현재 IGM 교수로 재직 중이다. LG전자, 교보생명, 농심, 두산그룹, 삼성증권 등 다수 기업에서 협상 및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