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국경 넘은 전략적 제휴 전성시대… 우리의 현주소는

권영구 2011. 9. 27. 10:16

국경 넘은 전략적 제휴 전성시대… 우리의 현주소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세계 각국 리더들은 국경을 초월한 협력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상호협력과 제휴는 글로벌 시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글로벌 경영을 외치며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우리 기업인들에게도 전략적 제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성공한 제휴는 기업의 역량을 몇 배로 키워주는 주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의 CEO 김종식 커민스 코리아 사장이 전하는 경영 노하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략적인 제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편집자주)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국제 무대에서의 전략적 제휴는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GE의 전(前) 회장이었던 잭 웰치(Jack Welch) 는 “글로벌 경쟁에서 제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쟁하는 것은 가장 비 효율적인 방법이다” 라는 말로서 전략적 제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전략적 제휴 형태 중 하나는 항공사들의 제휴다. 대한항공과 델타(Delta) 그리고 지금은 델타에 합병된 노스웨스트(Northwest)가 제휴한 스카이팀(Sky Team)이나 아시아나 항공사와 유나이티드(United Airlines) 그리고 루프트한자(Lufthansa) 등이 제휴한 스타 얼라언스(Star Alliance) 등이 대표적인 항공사간 제휴모델이다. 미국에서는 애플사의 아이폰(iPhone)은 이동통신사 중에서 오로지 AT&T에 가입해야만 사용할 수가 있다. 이 또한 전략적 마케팅 제휴의 예이다.

이보다 한 단계 더 진보된 제휴 모델은 합작 관계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커민스는 합작을 기본 성장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한다. 전 세계 40개 정도의 합작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법인들은 대부분 만족한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디젤 엔진과 부품을 개발하고 제조, 판매하기 위해서는 수천만에서 수억 달러의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공기 규제법이 매 3-4년 주기로 강화되면서 지속적으로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개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파트너들과 이런 비용을 나눠 부담하고 그럼으로써 투자 부담을 줄이는 합작은 효과적인 성장 모델이 될 수가 있다. 신생 시장 중에서는 아직도 ‘특정 산업이나 업종은 반드시 합작을 해야 한다’는 법적인 규제를 두고 있기도 하다. 더 나아가 시장 특성상 법규, 고객들의 구매 습관, 판매 및 서비스 망, 공급자 관리 등에서 리스크들이 많고 투자 비용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런 리스크까지 파트너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합작은 매우 현명한 비즈니스 전략일 수 있다. 경쟁사 사이에 합작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특정 사업을 다른 파트너에게 매각하기 위한 과도기적 방법으로서도 합작은 활용된다.

 

글로벌 경영, 현지 기업과 손 잡아라
예전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로 현지 소비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를 해도 지속적인 매출 신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현지 시장과 고객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기는 점점 어려워져 간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브랜드 기업인 월마트(Wal-mart)나 맥도날드(McDonald) 같은 지명도 높은 기업들도 한국시장에서는 국내 경쟁 업체와의 싸움에 지거나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강하지 못하다. 외국 업체가 아무리 현지인들을 고용해 현지화의 노력을 한다 해도 현지 고객들의 문화적 감성적 요소들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글로벌 브랜드들의 가장 치열한 경쟁 상대는 글로벌 기업이 아닌 현지 업체들인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어느 시장이나 초기 경제 발전 단계를 지나고 수준이 높아지면서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토종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현상들이 빠르게 진행된다. 더구나 이제 대부분의 기술이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일종의 상품의 개념이 됐다. 과거처럼 오랜 시간 독점적 경쟁력을 지탱해주던 그런 폐쇄된 영역이 아니다. 때문에 이런 토종기업 강세 현상은 가속화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삼성테스코(Tesco), 삼성코닝, 유한킴벌리등 합작 형태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여 성공적인 성장엔진으로 발전시킨 기업들이 많다. 최근 글로벌 경제 금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과 통화 스와프(swap)를 구축한 것은 지역적 제휴모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선진7개국정상회담(G7), 자유무역협정(FTA), 노동조합 등 우리는 수 많은 제휴 관계 메커니즘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10년을 내다 본다면 이런 형태의 정치, 사회, 기업, 개인의 전략적 제휴나 네트워킹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로 우리 주변을 둘러싸게 될 것이다. 

 

윈윈 문화가 성공적인 제휴의 밑바탕
이런 전략적 제휴나 네트워킹이 발달되게 하려면 윈윈(win-win)을 도출해내는 문화가 정착되고 타협의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 파트너십 관계에서는 독단적으로 어떤 결정을 할 수 없다. 반드시 상대방 파트너와 상의하고 협조를 구하고 타협하지 않으면 제휴 모델은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다.

필자가 몇 년 전 중국 사장으로 부임할 당시 커민스는 중국에 두 개의 중요한 엔진 합작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었다. 그 중 한 법인은 투자 후 5년 동안 기대 수익을 못 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합작 관계가 매우 악화된 상황이었다.  중국측 합작회사는 투자와 기술 제공 받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고 품질과 실적 향상 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따라서 양사의 불신의 벽은 높아만 갔다. 글로벌 본사의 최고 경영진들은 이 합작 관계를 청산하기를 원했다. 과연 이 합작 관계는 깨졌을까?

오히려 그 반대였다. 3년 후 이 합작 법인은 투자 수익률이 15%가 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다. 이런 극적인 반전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이는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작은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하루는 커민스측 대표로 있던 필자가 당 서기 겸 합작 법인의 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북경에서 회의를 마치고 중경으로 돌아가야 했다. 필자에게는 사무실에서 중요한 고객이나 파트너와 회의를 마치면 꼭 밖까지 배웅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그 날도 노조위원장을 9층 사무실에서 1층 건물 밖까지 배웅했다. 그리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던 그를 위해 필자가 타던 차량을 기사와 함께 제공했다. 그는 필자의 모습에서 “전에는 경험하지 못하던 새로운 커민스 중역의 면모를 봤고, 무척 감동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이 작은 감동을 경험하고 나서 그는 놀라운 신뢰를 보여줬다.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무너져 가던 협조 체제를 바로잡고 새로운 사업 전략을 함께 구축할 수 있었다. 그리고3년 후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지금도 중국의 그 합작 법인은 커민스의 글로벌 생산 거점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나가고 있다.

사례에서 보듯이 필자는 먼저 파트너에 대한 신뢰 관계를 회복했다. 또한 현지 파트너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한편 미래에 대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결국 불가능하게 보이던 실적 향상 및 win-win관계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다.

 

대립과 갈등의 문화를 접어야 할 때
불행히도 우리의 문화는 아직도 win-win을 추구하는 타협적 문화가 아니다. 오히려 소신을 관철하는 문화다. 그러다 보니 사회나 기업 경영도 대립적 관계가 많이 생기게 된다. 정당들이 끝없이 제휴를 반복하지만 서로 대립과 갈등의 산을 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봐왔다. 노사의 대립, 사회 계층간의 갈등이 우리 나라처럼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요즈음 TV 연속극들은 고부간의 극단적인 갈등, 부부 사이의 대립 등 가족들 사이의 갈등을 부각 시키는데 많은 일조를 하는 것 같다.

최근 글로벌 불경기를 극복하고자 많은 나라들이 새로운 정책과 초당적 입안들을 발 빠르게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국회는 또다시 몇 개월 동안 극단적으로 대립하며 국민들과 기업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제휴를 통해 바람직하게 성장해갈 수 있도록 우리 국가와 사회에서 윈윈 문화, 합의점을 찾는 문화가 발전하기를 기원해 본다. 

 

<김종석 커밍스 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