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멈추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인포시스의 비밀

권영구 2011. 9. 27. 10:13

멈추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인포시스의 비밀
과거–현재–미래 사업모델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법


1981년 7명의 프로그래머가 단돈 250달러로 창업한 회사가 현재 직원 수 12만 명, 연 매출 47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세계 2위 IT 아웃소싱 기업으로 인도의 ‘마이크로소프트’라 불리는 인포시스(Infosys Technologies Limite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략적 혁신의 대가인 비제이 고빈다라잔(Vijay Govindarajan)과 크리스 트림블(Chris Trimble) 다트머스대 교수는 지난 1, 2월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 ‘사업모델 재창출을 위해 CEO가 해야 할 일은?(The CEO’s Role in Business Model Reinvention)’을 통해 인포시스의 성공 비결을 공개했다. <편집자주>

“지금 수익도 잘 나고 있는데 뭣하러 굳이 변화하나”, “괜히 시작했다 손실이라도 보면 어쩌려고…” 상당수 기업들은 근시안적인 사고로 미래 준비에 소홀하다. 하지만 잘 나가던 1위 기업이 신생 기업들의 추격에 밀리고 무너지는 이유는 바로 이런 근시안적인 태도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사업모델 재창출을 위해서 CEO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나무도 숲도 함께 보는 인포시스
인포시스는 사업 초창기였던 1980년 초 작은 아웃소싱 기업에 불과했다. 미국 기업이 개발을 요청하면, 인도인 프로그래머가 미국으로 출장 가서 소프트웨어 개발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사업 모델이었다. 그러던 그들에게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 1990년대 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아웃소싱의 범위가 크게 확장된 것. 예전에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있는 기업에 출장을 가야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었지만, 이젠 인터넷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고객의 업무도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거리에 관계없이 아웃소싱을 맡기는 기업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인포시스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성공가도를 달리며 기존 사업 모델을 관리, 보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CEO 나라야나 무르티(N.R. Narayana Murthy)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사업 모델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 왜 그랬을까? 그는 눈앞의 상황을 넘어 멀리 보고 움직였던 것. 당시 IT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래머, 컨설턴트, SI 관리 등 여러 업체를 따로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CEO 무르티는 머지 않은 미래에는 하나의 IT업체가 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IT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므로 소프트웨어 개발 서비스만 제공하는 인포시스의 당시 사업모델으로는 미래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현재의 인포시스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무르티의 이러한 천리안 덕분이었다.

인포시스의 균형 있는 판단은 이때뿐이 아니다. 2006년 무르티가 CEO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난단 닐카니(Nandan Nilekani), 크리스 고팔라크리슈난(Kris Gopalakrishnan) 등 차기 CEO들도 나무와 숲을 함께 보며 인포시스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인포시스만의 천리안 경영, 어떻게 이뤄질까?


현재-과거-미래의 균형을 맞췄다
첫째, 현재 사업을 이끄는 핵심 성공요소를 추리고 원칙은 철저히 지켰다.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꾸준한 이익이 필요하므로 인포시스는 주 수익 모델인 소프트개발 사업 부문을 중점적으로 관리해 현금흐름을 관리했다. 또한 동시에 그들은 고객이 100% 만족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실천했다. 사업 초기, 고객사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한 대기업이 계약 갱신을 하며 서비스 가격을 턱없이 깎으려 하는 일이 있었다. 인포시스 입장에서는 이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서비스 품질을 낮추거나 인력, 교육, R&D 그리고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절감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당시 전체 수익의 25%나 차지하는 큰 고객사를 잃게 되지만 인포시스는 그 제안을 즉시 거절했다. 당장은 재무적인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결단이었지만, 인포시스는 최상의 서비스 아니면 안된다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기술 기업으로서의 미래를 해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둘째, 기존에 잘 나갔던 사업모델이라도 앞으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과거의 영광으로 과감히 버렸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잘못된 사업모델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것. 인포시스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고객과 1대 1 또는 그룹으로 만나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제 이와 같은 상호 작용의 직접적인 결과로, 인포시스는 은행 통합 IT 시스템을 개발, 전 세계에 보급해 성공을 거뒀다.

인포시스는 또 30/30 룰을 만들어 이사회 회의 때 참석자의 30%를 30세 이하의 젊은 직원으로 구성했다. 이들이 관심을 갖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낙서 공간, 지식 카페, 잼 세션도 함께 운영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받았다. 예를 들어 잼 세션 동안에는 원탁 테이블에서 각 참석자들에게 1분의 시간을 주어서 “인포시스가 어떻게 신흥 시장에서 이길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하고, 즉흥적인 대답을 듣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꾀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환경을 차근차근 구축했다. 1980년대 초 인포시스는 작은 아웃소싱 업체에 불과했지만 목표는 IT 업체 1위였던 IBM과 액센츄어(Accenture)와 경쟁할 수 있는 위치까지 성장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인 IT 컨설팅 사업 확장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즉시 착수했다.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도전과 투자 못지않게 효율성도 고려해야 한다. 인포시스에서 신 사업을 구상할 때에는 누구나 P.S.P.D를 고려해야 한다. P.S.P.D. 각각의 알파벳 약자는 예측 가능한(P: Predictable), 지속 가능한(S: Sustainable), 이윤이 나는(P: Profitable), 위험이 적은(D: De-risked)을 의미한다. 이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해 위험 요소와 손해를 낮추고 작은 규모로 실제 신 사업을 실험해 보면서, 결과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갖게 한 것이다.

“현재를 관리하고, 과거를 잊고, 미래를 준비하는” 인포시스의 전략은 결국 맞아떨어졌다. CEO 무르티가 전망했던 대로 시장은 통합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큰 흐름이 옮겨갔고, 인포시스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세계 2위 아웃소싱 기업으로 놀랍게 성장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인포시스는 무려 25배나 성장했다. 또한, 신 사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초기 단계에서는 전체의 10%에 불과했지만 2003년 40%, 2010년 60%로 꾸준히 성장해 이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분야로 자리잡았다.

인포시스가 사업 초창기 성공의 단꿈에 젖어 안주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타이틀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사업 모델의 각 단계가 끊임 없이 서로 연계되어 작용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리고 뒷받침하는 CEO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천리안을 가진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당신도 항상 현재-과거-미래의 축을 놓치지 말라.

 

<정리 : 기민정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