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돈은 얼마나 있어야 행복할까?

권영구 2011. 9. 27. 10:07

돈은 얼마나 있어야 행복할까?

얼마 전 80년 이상을 해로한 105세, 103세 부부가 한가위 특집 TV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여전히 서로의 손을 꼭 쥔 채 아주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의 비결을 묻자 여러 가지 인생의 노하우가 나온다. 그 중에 하나가 돈은 좀 있어야 한단다. 아주 현실적인 답변이어서 오히려 신선하게 들렸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돈 많은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돈이 행복의 필수조건은 아닐지언정 충분조건은 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인기있는 인사말 중 하나가 ‘부자되세요’일까. 그러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

억대연봉이란 말이 있다.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숫자다. 그러나 이제는 억대연봉자가 더 이상 희귀하지 않다. 1억원이 예전만큼 큰 금액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정도를 행복의 척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통 은행이나 증권회사와 같은 금융권에서 소위 ‘우수고객’의 기준은 10억 정도란다. 10억 정도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부자’로 정의된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몇 년 전 악착같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의 제목도 ‘미스 김 10억 만들기’였다.

그러면 10억만 있으면 행복해질까? 필자의 지인 중 한 명은 전형적인 ‘하우스푸어’다. 강남의 재건축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는 그는 집값만 10억을 족히 넘는다. 그러나 그 대단한 집은 잘 팔리지도 않는 탓에 늘 생활비에 쪼들리는 그는 자신이 불행하다 한탄한다.

그렇다면 100억은 어떤가? 최근 해외토픽에 유럽복권 사상 최대의 당첨금을 받은 사람이 결국 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몇 백억의 돈도 그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나 보다. 그럼 1000억이면? 이런 식이면 끝이 없을 것이다.

정답은 바로 이거다. 주변 사람보다 많아야 행복하다. 허무개그가 아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글렌 파이어보 교수와 로라 타흐 교수가 연구한 결과다. 영국의 BBC 방송국은 이를 실험으로 보여준다. 피실험자는 2개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A의 경우는 나의 인센티브가 350파운드일 때 동료는 400파운드를 받는다. B의 경우는 내가 150파운드를 받을 때 동료는 100파운드를 받는다.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B의 경우를 선택했다.

인간의 행복 조건은 절대금액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내가 주변 사람들보다 얼마를 더 많이 혹은 적게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동료의 연봉이 초미의 관심사인 것이다. 늘 우리는 누군가와 자의반 타의반 비교를 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행복해 하기도, 불행해 하기도 한다.

지인에게서 요즘 한 재벌 회장님이 굉장히 불행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회장님이 최근 그림 수집에 취미가 붙어 아주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림값이 너무 비싸서 선뜻 손에 넣지를 못했다. 그래서 본인은 왜 이렇게 돈이 없나 속상해 한단다. 역시 돈이 많고 적음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지구상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가 일본, 미국과 같은 경제대국보다 높은 것도 같은 이치다.

결국 마음먹기 달려 있다. 수많은 재산을 가진 재벌회장님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바꿔 말하면가진 재산 하나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내가 누구와 또는 무엇과 비교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나보다 높은 사람, 많이 가진 사람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웬만해서는 행복해지기 어렵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늘 배고픈 상태가 된다. 배고프면 행복하지 않은 법이다. 

이제 선택의 문제만 남는다. 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면 그만큼 더 많이 발전하겠지. 그러나 행복하지는 않은 삶을 원하는가. 아니면 지금에 만족하며 행복해 할 것인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되면 행복하겠다는 한가위에 든 생각이다.  

 

<조미나 IGM교수>



* 위 칼럼은 아시아경제 2011년 9월 20일자에 전문이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