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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15경축사 계기로 본 `공생발전' 훼손 실태

권영구 2011. 8. 17. 09:05

 

<8ㆍ15경축사 계기로 본 `공생발전' 훼손 실태>

연합뉴스 | 곽세연 | 입력 2011.08.17 06:13 | 수정 2011.08.17 08:40

문어발 확장ㆍ비상장계열사 편법대물림 등 갈수록 심화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송혜진 기자 = 이명박 대통령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생발전을 국정지표로 제시한 것을 계기로 대기업들의 `승자독식' 실태가 새삼 관심을 끈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나 문어발 확장, 비상장 계열사의 편법 대물림 관행 등을 보면 `따뜻한 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10대그룹의 제조업 매출 비중이 전체 제조업의 40%를 넘어섰고,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50%를 초과했다.

전통적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영역이었던 골목상권까지 잠식하는 `문어발식 확장' 등으로 재벌이 매출을 늘린 결과다.

온 국민이 땀 흘려 일궈낸 경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뉘는 게 아니라 대기업에 편중된 탓에 `공생발전'이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10대그룹 경제력 집중 `최악'

이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임기 후반 국정운영 철학 키워드로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을 제시할 정도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현상은 공고해졌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매출에서 1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에 이미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지난해 은행, 보험, 증권을 제외한 10대그룹 제조업 계열사 539곳이 창출한 매출액은 무려 756조원에 달했다.

이는 자본금 3억원 이상 1만890개 기업이 달성한 매출 1천840조원의 4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비율이 40%를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10대그룹 제조업 계열사의 평균 매출액은 1조4천억원으로 비(非) 10대그룹 제조업 계열사 1만351사의 평균인 1천47억원의 13.4배나 됐다.

이들 그룹은 주식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을 주게 됐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주가가 급락하기 직전인 이달 1일 기준으로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698조7천389억원으로 전체의 52.20%에 달했다.

삼성그룹의 비중이 18.98%, 현대차그룹이 12.20%를 차지했다. 두 그룹을 합치면 그 비중이 30%를 넘는다.

정부가 대기업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다가 최근 `압박카드'를 꺼내 든 것은 경제 생태계에서 공생발전이 이처럼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 비상장사 편법 대물림 기승

재벌그룹이 급성장한 데는 각종 `꼼수'가 동원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소기업과 상생하기 위한 `공생 생태계'를 만들기보다는 편법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비난이다.

비상장계열사를 통한 편법 대물림은 `탐욕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재벌닷컴의 조사 결과를 보면 30대 그룹 총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이들 35개 비상장사의 총 매출 18조 6천372억원 중 계열사 매출은 8조4천93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의 45.6%를 그룹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CJ그룹의 C & I레저산업의 내부매출 비율은 97.1%나 됐다. 영풍그룹의 건물임대업체인 영풍개발(96.6%), 동국제강의 물류업체 디케이에스앤드(94.9%), 동양그룹의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인 미러스(91.8%)의 내부거래 비중도 90%를 넘었다.

대기업의 시스템통합(SI)계열사는 일감을 몰아줘 부를 이전하는 주요 통로로 활용됐다. 현대오토에버는 매출의 85.4%를 현대차그룹에 의존한다. GS그룹 GS아이티엠, 대림그룹 대림I & S, 롯데그룹 롯데정보통신의 내부 매출비율도 모두 80% 이상이다.

이들 계열사는 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하나같이 급성장했다. C & I레저산업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44.2%나 늘었고, 롯데그룹의 롯데후레쉬델리카와 현대차그룹의 이노션은 각각 164.0%, 143.1% 증가했다.

◇ 무차별 `영토 확장'…골목상권도 잠식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도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30대 그룹 계열사수는 2005년 말 702개에서 2010년 말 1천69개로 5년 새 52.3%나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이나 주력사업과 무관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무차별로 확장한 결과다.

대기업들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골목에서 하는 먹거리사업에도 대거 뛰어들었다. CJ와 롯데, 진로, 오리온 등이 막걸리 사업에 진출했다. LG, SK, 롯데, 신세계, 보광 등은 와인 사업을 시작했다.

CJ는 제과사업, 커피숍, 아이스크림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작년 5월에는 타니앤어소시에이츠를 세워 외식사업에 진출했다. 삼성그룹의 신라호텔도 같은 해 2월 자회사 보나비를 설립하고 베이커리 카페 사업을 본격화했다.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거의 없는 계열사도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서림개발은 소 사육과 원유(乳)업체임에도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동부그룹은 콜택시 서비스 업체인 비에스휴먼텍을, 동양과 롯데는 화장품 도소매업체인 미러스생활건강과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삼성과 LG, SK는 작년에 콜센터서비스를 계열사로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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