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은 MBC `무한도전`과 함께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양대 산맥이다. 특히 두 프로그램은 각각 강호동과 유재석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데, 두 사람은 각 프로그램에서 리더이자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이에 많은 네티즌들이 강호동의 하차 선언을 자연스레 유재석의 경우와 비교하며, 상당수는 유재석이 `무한도전`을 지키지만 강호동은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한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또 연일 쏟아져 나오는 강호동의 거액 이적설이 대중의 반감을 부추키고 있다. 이미 한국 스타 MC로서 많은 부를 쌓았을 강호동이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이적을 결심했다는 얘기에 대중이 호응할 리 없다. 일례로 최근 한 매체가 강호동이 개인 별장에서 `1박2일` 멤버들과 미리 송별회를 가졌다고 보도하자 사람들의 관심은 송별회가 아닌 강호동의 개인 별장에 쏠려 있었다. 개인 별장을 가질 정도로 넉넉한 사람이 굳이 돈 때문에 `1박2일`에서 하차해야겠냐는 의견인 것이다.
특히 KBS가 11일 보도자료에서 강호동의 하차 선언을 인정하며 "`1박2일`은 공영성 높은 대표적인 국민예능 프로그램이다. 강호동도 여전히 `1박2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1박2일`을 위해, `1박2일`을 사랑하는 국민들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공식적으로 강호동의 잔류를 호소했기 때문에 강호동의 입장만 난처해졌다. KBS가 `국민`까지 거론하며 잔류를 요청했지만, 여전히 강호동은 프로그램 하차를 원하고 있으니 마치 강호동이 배신하는 듯한 느낌이 강한 것이다.
그렇지만 강호동이 단지 금전적인 이익 때문에 `1박2일` 하차를 결심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강호동이 돈을 많이 벌어 놓고도 돈 때문에 이적하려 한다는 의견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미 부를 쌓은 강호동의 이적 이유가 돈 때문일 수는 없다. 방송계에서 최고 대우를 받고 있는 강호동에게 돈은 첫 번째 이유라기 보다는 돈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그의 결심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먼저 왜 `1박2일`을 하차하려 했는지 고려해봐야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에 이승기 일도 있었고, `1박2일` 멤버들이 대부분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강호동이 앞장 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2월초에도 `1박2일` 멤버인 이승기가 하차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 `1박2일` 시청자들이 크게 반발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본업이 가수 겸 배우인 이승기뿐 아니라 가수 김종민과 은지원, 배우 엄태웅, 개그맨 이수근까지 멤버들 각자 자신의 활동 영역에 대한 욕심이 강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1박2일`로 예능 이미지가 짙어지면 대중에겐 친근감을 줄 수 있지만 `1박2일` 속 캐릭터로 자신의 이미지가 고착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승기의 경우만 살펴봐도 분명하다. `1박2일`의 바른 생활 청년 이승기는 `소문난 칠공주`, `찬란한 유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의 드라마에서 각 캐릭터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만약 이승기가 한 수목드라마에서 냉정하고 차가운 역할을 맡았다고 가정했을 때, 매주 일요일마다 형님들 틈바구니서 예의 바르고 미소를 잃지 않는 그를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차가운 남자로 맞이할 수 있을까? 이승기도 혼란스럽고 시청자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즉 `1박2일` 하차의 문제는 강호동만의 뜻이 아니라 멤버 대다수의 바람이라는 관측이다. 또 기왕이면 프로그램이 지지부진하며 하차하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나올 바에는 가장 인기 있을 때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이미 강호동은 2007년에도 SBS 간판 예능프로그램이던 `일요일이 좋다-X맨`에서 하차한 후 같은 해에 `1박2일`을 시작한 경험이 있다.
또한 `1박2일`이 그 한계에 달해 강호동의 하차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1박2일`은 새로운 아이템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조작 논란도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김C의 하차, 이승기 하차 논란, MC몽의 불미스러운 하차까지 여러 정황상 지금의 `1박2일`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얻는다.
이 뿐 아니라 강호동이 1인 기획사를 설립한다는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어, 방송가에선 강호동이 `1박2일` 하차 후 1인 기획사 설립과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얘기도 많다.
그러나 중요한 건 강호동의 추후 행보가 어찌됐든 현재 강호동이 `1박2일` 하차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 배경이 오로지 돈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은 그가 `1박2일` 하차를 결심했단 사실 자체에 비난을 보내고 있다. 과연 강호동이 대중의 반발 속에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에게 등 돌리려는 이들에게 어떤 설명을 내놓을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호동(위)과 이승기, 엄태웅, 은지원, 이수근, 김종민(아래 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DB-KBS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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