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1200억 매출 ‘하유미팩’의 성공비결은?

권영구 2011. 6. 27. 08:57

1200억 매출 ‘하유미팩’의 성공비결은?
기사입력: 11-04-01 14:26   
황인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시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1편> 통찰과 의인화라는 역할효과의 효용

“홍보를 맡겼더니 느닷없이 회사에 오겠다는 전갈이 왔어요. 그러더니 금방 오더라고요. 와서는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요. 그때 느꼈어요. ‘아, 이 사람은 보통이 아니구나. 내가 사람을 잘 골랐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2011년 2월 어느 날, 각종 언론 매체가 한 TV 프로에 나온 탤런트 하유미의 발언을 토대로 작성한 ‘하유미팩으로 1200억원 매출’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몇 년 전 (주)제닉의 유현오 대표가 필자에게 해준 이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하유미는 제닉과 2008년부터 일했는데 첫해에 매출 80억원대를 기록했고, 다음해에 360억원, 2010년에는 820억원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현 추세대로라면 년 매출 12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유미팩이 이처럼 많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제품의 질? 당연하다. 그 누가 홍보를 한다 해도 제품의 질이 좋지 않으면 곧바로 퇴출이다. 제닉은 아직 일반인 누구나 아는 회사가 아니지만 화장품업계에서는 성공한 화장품 벤처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킨케어용 패치류 ‘수용성 하이드로겔 마스크(일명‘하유미팩’)’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마스크 팩에 관한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단일품목으로 최고의 매출기록과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 제품을 직접 개발한 주인공 유현오 대표에 의하면 “기존 제품이 피부에 스며들어야 할 성분이 공중으로 증발해 없어지거나 물이 줄줄 흘러내려 불편을 주곤 한데 반해 이 제품은 겔 형태로 만들어져 제품에 있는 각종 좋은 성분이 피부 온도에 녹으면서 그대로 피부에 스며든다”고 한다. 말하자면 기존 제품처럼 얼굴에 붙이는 마스크이긴 해도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제품인 것이다.

 

좋은 품질에 ‘날개’를 달아준 하유미의 통찰력
하지만 좋은 제품으로 실패하는 회사도 얼마든지 있다. 그럼 단기간에 1200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린 비결은 뭔가. 하유미에게 있다. 하유미는 이 제품을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 홍보를 맡게 되자마자 유현오 대표의 말처럼 회사부터 찾아왔다. 그리고 이것저것 물어봤다. 제품의 장점은 회사를 오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회사에 와서 스스로 듣고 보고 (회사와 제품을) 판단했다. 이를 요즘 유행어와 견줘 말하자면 ‘듣보잡’인 셈이다.

원래 듣보잡의 의미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이라면 여기서의 듣보잡은 ‘듣고 보고 (자신의 생각을)잡아낸다’는 의미다. 말하자면 관찰과 경청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통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듣보잡’ 통찰력은 기존에 이 팩의 홍보를 맡았던 다른 인사들과 비교하면 분명히 드러난다. 유 대표에 따르면 하유미에 앞서 홍보를 했던 인사들은 회사 한번 오지 않고 방송을 진행했다. 즉 쇼핑호스트 역할에만 충실했다. 반면 하유미는 회사를 찾아 가서 회사 분위기는 물론 제품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인지하고, 많은 질문을 하면서 이 회사 제품의 우수성을 몸으로 느꼈다. 제품에 대한 우수성을 확신하자 이번에는 판매를 위한 쇼핑호스트가 아니라 회사의 변모, 발전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코스닥에 상장됐을 경우를 상정해 주식에 관한 이야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그냥 판매를 위한 쇼핑호스트가 아니다. 이 제품은 ‘내 제품’이라는 주인의식이 발현될 수밖에 없으니 마음가짐은 CEO가 된다. ‘듣보잡’을 넘어 ‘엮행(나와 제품을 엮어 주인의식을 발현하는 행동)’으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듣보잡엮행’ 통찰, 이것이 1200억원이라는 실적의 비결이다.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역할을 수행한 하유미
사실 ‘듣보잡’에 이르기만 했으면 이러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가 ‘엮행’에까지 이어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불행(不行)이면 불행(不幸)인데, 행(行)으로 행(幸)을 얻은 것이다.

하유미가 ‘듣보잡’에서 끝나지 않고 ‘엮행’에 이르는 통찰이 가능했던 이유는 ‘역할효과’ 때문이다. ‘듣보잡’은 ‘엮행’을 위한 전초전이었다. 하유미가 처음 회사를 방문한 것은 과연 내 이름으로 홍보를 해도 괜찮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홍보할 수 있는 여건의 회사가 아니라면 그는 홍보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회사를 방문해 여러 가지 상황을 인지하고, 그 성장 가능성을 본 후에는 자신을 제닉에 몰입시켰다. 그가 상장 후 얘기까지 한 대목에서 이런 점을 볼 수 있다. 쇼핑홍보자로서의 투자이기는 해도 일단 자신이 투자하기로 한 이상 제닉이라는 회사와 회사 CEO는 남이 아니다. 나와 동일하다. 이렇게 되면 홈쇼핑 무대에 서는 자세가 달라진다. 자신이 왜 이 제품을 홍보해야 하는가의 목적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얘기다. 단지 제품 판매를 대행하는 쇼핑호스트 역할이 자신의 일이라는 소극적 규정이 아니라, 자신이 CEO가 돼 자신이 만든 제품을 홍보를 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역할 규정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게 된다.

하유미가 방송에서 ‘성공비결이 뭐냐’는 MC들의 질문에 “진심으로 그 일을 사랑하면서 진정성 있게 하다 보면 성공할 것”이라고 한 답이 이와 같은 적극적인 역할효과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역할효과를 여실히 보여준 ‘감옥실험’
심리학에서의 역할효과는 쉽게 말하면 ‘역할 바꿔 몰입하기’다. 1972년 미국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행한 ‘감옥 실험’도 대표적인 예다.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학교 지하실에 감옥을 만들어 놓고 지원자를 두 부류로 나눴다고 한다. 하나는 죄수로 수형자 역할을 하고, 다른 한 부류는 교도관이 된 것이다. 처음에 이들은 자신들이 진짜 수형자나 교도관이 아니고, 그저 연극을 해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그리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서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되면서 교도관들이 폭력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른 죄수들이니 교도관인 자신들의 통제를 받아야 하고, 그 통제에 불응하면 폭력을 휘둘러서라도 따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생각은 점차 행동으로, 폭력도 당연한 일이 됐다. 이에 죄수 역할을 하는 사람 중에는 교도관의 폭력을 참고 견디는 사람이 있기도 했지만 죄수 역할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았거나, 혹은 몰입했어도 교도관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여긴 사람들을 중심으로 강력히 반발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결국 감옥은 폭력과 폭동의 공간으로 변했다. 이로 인해 원래 20일간 예정돼 있던 연구기간을 6일로 끝내야만 했다.

이 실험은 역할에 몰두하면 그에 맞는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하유미 스스로 CEO로 인식하고 홈쇼핑 무대에 서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낸 것도 바로 이런 역할효과 때문이다.

 

詩 속 역할효과는 바로 의인화
역할효과 방법은 나와 상대 혹은 나의 입장과 상대의 입장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문학적 용어로 일체화라고 한다. 자아와 세계가 하나가 됨을 말한다. 시를 쓸 때 시인(자아)이 시를 쓰고자 하는 대상과 하나의 몸으로 합쳐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일체화 방법의 하나가 의인화다.

시에서 의인화를 하는 이유는 역할을 바꿔 몰입하기 위해서다. 즉 역할효과를 위해서라는 말이다. 그래서 의인화 양상은 시 전체에 나타난다. 역할 바꿔 몰입하는데 어떤 때는 역할 바꾸기가 나타나고, 어떤 때는 나타나지 않는다면 역할효과가 안 된다. 한 사람이 역할을 바꿔 몰입을 하다보면 그 사람 행동 전체에 나타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물은 사람으로, 사람은 상대가 아닌 나로 만들어 놓고 생각과 행동을 파악하는 의인화도 시 전편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시인의 생각이 기초이고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기본적인 사고방법이니 당연하다.

정호승 시인의 <비닐하우스성당>이라는 시는 시적 대상을 의인화해 역할효과를 표현한 대표적인 시다. 그 시를 보자.

 

봄이 오면
배추밭 한 가운데 있는 비닐하우스 성당에는
사람보다 꽃들이 먼저 찾아와 미사를 드립니다.
진달래를 주임신부님으로 모시고
냉이꽃을 수녀님으로 모시고
개나리 민들레 할미꽃 신자들이
일개미와 땅강아지와 배추흰나비와
저 들녘의 물안개와 아지랑이와 보리밭과 함께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흙바닥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켜고
저마다 고개 숙여 기도드립니다


이 시는 봄날 배추밭의 부산함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시에 따르면 배추밭에 있는 비닐하우스 성당에는 사람들이 와서 미사를 보기 전에 꽃들이 먼저 미사를 드린다. 진달래는 주임신부다. 냉이꽃은 수녀다. 성당에는 개나리, 민들레, 할미꽃 등의 신자는 물론 일개미, 땅강아지, 배추흰나비, 그리고 물안개, 아지랑이, 보리밭까지 모두 모여 고개 숙여 기도를 한다.

진달래가 어떻게 신부가 되고, 다른 꽃들은 어떻게 신자가 되나? 누군가는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할 것이다. 이런 시적 발상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의인화 때문이다. 자연의 각종 사물을 모두 사람으로 만들었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시인이 자연을 의인화한 이유는 자연이 하는 말을 듣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역할효과를 통해 꽃들의 말을 듣기 위함이다. 결과는 어떤가. 시인은 자연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고 하는 소리를 듣는다. 사람처럼 싸우고 다투고 잘못을 저지르는 존재도 아닌, 무한한 순결의 가치를 지닌 자연이 스스로 ‘내 탓이오’를 외치는 것이다.

 

대상과 나를 일체화해서 생각하는 통찰법의 효용
21세기는 사물과 대화를 해야만 변화 발전할 수 있는 시대다. 시인들은 사물과 대화하기의 천재들이다. 그 방법은 두말할 것 없이 의인화다. 이 의인화가 역할효과와 같은 한몸, 즉 일체화한 후 역할을 바꿔 생각하는 통찰법이다.

시에서 의인화는 일반적이다. 의인화 사고법을 특히 쉽게 표현해 놓은 게 동시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쓰인 동시에 우리가 배울 통찰의 방법이 담겨 있다. 정호승 시인도 이런 동시적 발상법을 창작에 많이 활용한다. 그래서 그의 시는 읽기 쉬울 뿐만 아니라 시어의 흐름이 아름답고 깨끗하다. 더불어 읽고 나면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뒷맛도 깊게 남고 통찰의 방법까지 얻을 수 있다.

의인화는 이처럼 시에서뿐 아니라 ‘듣보잡’을 넘어 ‘엮행’으로까지 이어지는 역할효과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하유미팩의 성공처럼 엄청난 액수의 누적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시에서 배우는 마케팅 방법 아니겠는가.

황인원은ㆍㆍㆍ
성균관대 대학원 국문학(시 전공) 박사 졸업. 1986년 <시조문학>(시조), 1990년 <민족문학선집>(시)으로 등단했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에서 기자생활을 거쳐 현재 경기대 국문과 대우 교수이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생각의 뼈>, <한국 서정시의 자연의식>, <두엄 속에서, 시여>, <문학>, <CEO 시를 알면 성공한다>,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등이 있다.


 * <시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코너는 4월부터 매달 연재됩니다. 창의성과 상상력의 보고(寶庫)인 詩의 영역을 활용해 경영을 통섭적 시각으로 풀어낼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