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거슨은 박지성의 활동량에 기대를 걸었지만 바르셀로나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 데일리안 스포츠 |
FC바르셀로나와의 2년 만의 리턴매치, 그러나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이번에도 ‘빅이어’에 입을 맞추지 못했다.
왼쪽 미드필더로 나선 박지성은 29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2010-11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풀타임 활약했지만 맨유의 1-3 완패를 막지는 못했다. 응원가로 통하는 일명 ‘개고기송’도 들려 나왔지만 박지성에게도 한계는 있었다.
경기 전 각오대로 모든 체력을 쏟아 부었지만 바르셀로나의 뷰티풀 풋볼 아래 박지성은 외로워보였다. 첼시와의 8강전을 떠올리면 이날 맨유의 패배는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경기장 곳곳을 휘젓던 박지성의 에너지도,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신들린 활약을 펼치던 라이언 긱스도, 중요한 순간마다 골문을 갈랐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이하 치차리토) 모두 장점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
원인을 찾기는 쉬웠다. 바르셀로나가 모든 면에서 맨유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앞서 언급했듯, 맨유가 지닌 힘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 까닭이다. 물론 그것이 맨유의 진짜 실력인지도 모른다. 단지 바르셀로나라는 거인 앞에서 그 힘이 낮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이날 가장 큰 아쉬움은 맨유 선수들 대부분이 시간이 지날수록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전력의 100% 이상을 끌어내던 첼시전과는 분명 달랐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바르셀로나의 패스 게임, 즉 경기를 지배하는 플레이에 맨유 선수들이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거나 결승전이란 부담 속에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 것.
경기 시작과 함께 알베스를 압박하고 메시에게 강력한 태클을 시도하던 박지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졌다. 최근 맨유 경기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는 상대가 바르셀로나라는 점과 컨디션의 난조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전술적으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부여했다고 볼 수도 있다.
퍼거슨 감독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변칙 전술을 구사하지 않았다. 한때 ‘챔스 전용’으로 즐겨 쓰던 4-5-1(혹은 4-3-3)이 아닌 올 시즌 주력 시스템인 4-4-2(혹은 4-4-1-1)를 택했다. 대신 측면에 위치한 박지성의 폭넓은 움직임을 활용했다. 박지성은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중원 싸움에 기여했다.
문제는 그로인해 박지성에게 과부하가 걸렸다는 점이다. 전반에 긱스와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측면과 중앙을 오갔다. 덕분에 맨유는 몇 차례 위기 속에도 1-1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반 내내 불안했던 퍼거슨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박지성을 아예 중앙으로 이동시켰다. 압박의 강화를 위해서다.
그러나 이미 전반에 너무 많은 체력을 소비한 박지성은 활발하게 바르셀로나를 압박하지 못했다. 상대 패스 게임에 이리저리 움직일 뿐, 공격과 수비 모두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다. 물론 퍼거슨 감독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대런 플레쳐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싸움에 능한 안데르손 카드를 쓰지 않은 점은 다소 의외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후반 박지성의 중앙 이동은 메시의 결승골과 비야의 쐐기골로 인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물론 박지성 혼자만의 실수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중원의 숫자가 부족했다. 퍼거슨은 박지성의 활동량에 기대를 걸었지만 바르셀로나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데일리안 스포츠 = 안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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