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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회사들만 있다면 장애인들도 일할 맛 날텐데…

권영구 2011. 4. 20. 10:51

 

이런 회사들만 있다면 장애인들도 일할 맛 날텐데…

조선비즈 | 설성인 기자 | 입력 2011.04.20 09:28 | 수정 2011.04.20 10:41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지난 1981년 제정됐다. 그 후로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보다 능력이 뛰어나도 장애인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제대로 능력발휘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고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범기업들을 소개한다.

19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사무기기업체 캐논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이하 캐논) 공장. 국제수화 마크 '아이러브유'(I Love You)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직원들이 보였다. 이들은 복합기(프린터와 복사기 등의 기능을 하는 전자제품) 조립을 하고 있었는데, 이따금씩 수화요원이 다가와 수화로 대화를 나눴다. 이곳 캐논 공장에는 청각 장애사원만 근무하는 'I Can Cell'이라는 생산팀이 따로 있다. 제조팀 최상윤(29) 사원은 "지난해 3월과 5월 사내 생산성 평가에서 준우승을 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청각장애라는 역경을 딛고 미주·유럽에 수출하는 복합기 제품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데서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IT기업들이 장애인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소외된 계층인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 '나눔 경영'을 실천하는 동시에 각자에 알맞은 임무를 부여 기업 생산성도 높이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창출지원부 고인철 과장은 "최근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정부·기업들이 고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공단으로 장애인 채용 관련문의를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 회사설립·인턴제도 운영으로 채용 확대

삼성SDS는 지난해 하반기 소프트웨어(SW) 테스트와 문서작업 등을 담당하는 장애인 IT전문기업을 경기도 분당에 세웠다. 이 회사는 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기업 설립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겼다. 삼성SDS측은 "장애인들에게 자립 기반을 제공, 나눔과 상생 경영을 실천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IBM은 지난 2005년부터 우수 장애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제도와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87명이 수혜를 입었으며, 이중 8명은 회사 공개채용을 거쳐 입사에 성공했다. 한국IBM 인사팀의 최지은 차장은 "장애인 대상 인턴·장학금 프로그램을 거쳐 지원할 경우 서류전형 면제는 물론 채용절차에서 가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NHN은 지난 2009년 2월 엔비전스(옛 NHN 소셜엔터프라이즈)라는 기업을 설립, 중증 시각 장애인들이 중심이 되어 공연·전시기획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엔비전스는 대표인 송영희 사장부터 직원의 80% 이상이 장애인이다.

◆기업이 직접 인력 양성해 활용…생산성 향상에 기여

장애인을 채용해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확실한 교육프로그램과 근무여건 지원만 해주면 '일반인 못지 않은 성과를 낸다'고 말한다. 캐논은 면접을 통과한 장애사원들을 대상으로 일산 능력개발원에서 맞춤교육을 실시한 후 생산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08년 6명의 장애인이 근무했던 이 회사는 64명(지난해 기준)의 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전체 종업원 대비 비중도 1% 미만에서 6% 이상으로 늘었다.

삼성SDS 역시 자체적으로 마련한 IT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한 후 개별 직원에 맞는 임무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S가 설립한 장애인 IT전문기업의 경우 인력규모를 올해 150명으로 확대하고, 2015년에는 3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일반인보다 성실한 것은 물론 회사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이 남다르다"며 "편견만 없다면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권명중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연세장애인창업보육센터장)는 "IT는 다른 분야에 비해 신체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되며, 장애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며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 채용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식당 등 직장 내 편의시설에도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투자가 뒷따라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