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 3명 내리 실축… '51년 만의 우승' 물거품, 연장 막판 동점골 무위
'왕의 귀환'은 없었다. 51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을 노렸던 한국 축구가 숙적 일본에 발목이 잡혔다. 100번째 A매치에 나섰던 주장 박지성의 떨어뜨린 고개 뒤로 일본이 환호했다.한국 축구 대표팀이 26일 카타르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1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연장까지 2대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0대3으로 패했다. 한국은 3명의 키커가 모두 실축하며 무릎을 꿇었다. 74번째 한·일전에서 한국이 패했지만, 승부차기 패는 공식 무승부처리되므로 역대 전적은 40승22무12패가 됐다. 한국은 28일 밤 12시 3·4위전을 치른다.
- ▲ 한국 축구는 연장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승부차기 3개를 허망하게 연속 실축하며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을 접었다. 환호하는 일본의 엔도 뒤에서 한국 선수들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이날도 4·2·3·1 전형을 들고 나왔다. 지동원과 구자철, 박지성, 이청용이 공격진을 구성했고, 기성용과 이용래가 중앙을 지켰다. 일본은 혼다와 엔도, 하세베로 이뤄진 황금 미드필드진으로 한국에 맞섰다.
이란과의 8강전 양상과는 사뭇 달랐다.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대0으로 승리한 후 이틀을 쉬고 나온 한국은 3일을 쉰 일본에 체력적으로 확연히 밀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영표와 차두리 등 측면 수비가 상대를 자주 놓치며 결정적인 크로스를 허용했다. 전반 16분 나가토모의 크로스를 오카자키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 정성룡이 겨우 걷어낸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캡틴'이었다. 골문으로 쇄도하던 박지성이 일본 수비수 곤노에 밀려 넘어졌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기성용이 이를 골로 연결했다.
선제골에도 경기 흐름은 한국에 넘어오지 않았다. 전반 36분 일본의 끈질긴 측면 공략이 성공을 거뒀다. 나가토모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2009·2010 J리그 득점왕 마에다가 골로 연결했다.
후반 초반에도 일본이 주도권을 잡아 나갔지만 중반 이후 일본의 체력이 떨어지며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양팀은 몇 차례 결정적 기회를 주고받았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양 팀은 연장에서도 한 방씩을 주고받았다. 연장 전반 7분 황재원이 일본 오카자키를 밀어 넘어뜨리자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PK였다. 골키퍼 정성룡이 혼다의 페널티킥을 막아냈지만 튀어나온 공을 호소가이가 다시 차 넣었다. 위기의 한국을 구한 선수는 페널티킥의 빌미를 제공한 황재원이었다. 황재원은 연장 후반 15분 혼전 중에 흘러나온 공을 극적으로 밀어넣었다.
기세는 한국에 넘어온 듯했지만 승리의 여신은 승부차기에서 일본에 미소를 지었다. 구자철과 이용래의 킥은 일본 골키퍼 가와시마에게 막혔고, 홍정호의 킥도 골문 밖을 향하며 분루를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