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독서MBA 뉴스레터 233] ...자영업은 왜 왕따가 되었나?

권영구 2021. 4. 13. 09:46

 

 

자영업의 수난 시대다. 어느 시절이고 자영업이 어렵지 않은 때는 없었지만 지금보다 더한 적은 없었다. 자영업은 지금 빈사 상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나아지지 않는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에 걸쳐 누적돼 온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대한민국은 자영업의 나라다. 선진국 경제라고 할 만한 나라 중에서는 자영업 비중이 가장 높다. 자영업자와 자영업자에 딸려 있는 무급 가족 종사자가 700만 명에 가깝고 여기에 자영업에 종사하는 임금노동자를 합치면 자영업 관련 종사자 수는 1.000만 명이 넘는다. 경제 전체 취업자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그런 자영업이 빈사 상태이니 대한민국 경제가 좋을 리 없다. 자영업이 본디 이렇게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영업은 그리 아쉬운 직업이 아니었다.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먹고 살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고도성장하는 경제의 성장과실을 적절하게 나누어 가지기도 했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종사하고 있는 서비스업 부문의 생산성과 소득은 제조업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았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출이 잘 되고 경제가 성장해도 그 과실이 자영업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한국경제 양극화의 진원지다.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늘어나야 양극화는 개선된다.

 

자영업자의 소득이 오르려면 상품을 많이 팔거나 비싸게 받아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정책환경이 자영업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노동시장 제도나 최저임금 제도, 생활물가 통제 등 자영업자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제도들이 도입되는 것이라면 자영업 업계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자영업의 의견은 반영되기는커녕 의견을 제시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자영업은 '87년 체제'에서의 과잉경쟁이 잉태되었고, 서민물가에 발목 잡혀 경제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분배받지 못했으며 최저임금 급등에 결정타를 맞으며 빈사 상태에 빠졌다. 자영업 관련 종사자가 1.000만 명을 넘는데 이렇게 커다란 집단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배제될 수 있을까? 1.300만 정규직 임금노동자의 막강한 영향력과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나 커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자영업을 지원하는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관련 제도의 형성 과정은 정규직 임금노동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그 이유는 노동조합의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조합이라는 막강한 세력이 정규직 임금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다 보니 노동시장 제도는 정규직 임금노동자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짜여질 수밖에 없었다. 자영업자들은 세력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1.000만 명을 넘는 거대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대접을 못 받았다. 그동안 자영업은 제도적으로 정치적으로도 왕따였습니다.

 

권순우 원장님은 1997년 외환위기 발생을 경고한 보고서 '외환위기의 증후와 처방' 연구를 비롯해 가계부채위기, 글로벌금융위기 등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위기를 경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현재 자영업의 업그레이드 없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공은 물론이고, 한국경제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연구 불모지인 자영업 연구를 위해 한국자영업연구원을 설립해 일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