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MBC 연예대상을 받은 개그우먼 박나래 씨의 수상 소감입니다. "제가 키가 148이거든요. 많이 작죠. 근데 여기 위에서 보니까 처음으로 사람 정수리를 봐요. 저는 한 번도 제가 높은 곳에 있다고 생각도 안 했고, 누군가의 위에 있다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제가 볼 수 있는 시선은 여러분의 턱 아니면 콧구멍이에요. 그래서 항상 여러분의 바닥에서 위를 우러러보는 게 너무 행복했습니다. 저는 사실 착한 사람도 아닙니다. 선한 사람도 아니고, 하지만 예능인 박나래는 TV에 나오면 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박나래는 나빠도 예능인 박나래는 선한 웃음 줄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저 진짜 열심히 할 테니까. 그리고 항상 거만하지 않고 낮은 자세에 있겠습니다. 어차피 작아서 높이도 못 가요. 감사합니다." 개그에는 세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표정이나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경우, 두 번째는 자신을 낮춰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경우, 세 번째는 누군가를 놀리고 바보 취급하면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경우. 박나래 씨는 네 번째 방법을 좀처럼 사용하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 적정선에서 개그를 시도하고,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높이며 웃음을 줬습니다.
'나이브스 아웃'은 85세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익명의 의뢰를 받은 사설탐정이 그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제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사설탐정이 놀라운 추리력으로 퍼즐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던 순간도, 뜻밖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졌을 때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작가가 자신의 모든 재산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가정부 마르트에게 양도한다는 유언장이 공개되던 장면이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가족들은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화목하고 서로서로 돕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도 그들을 진심으로 도와주는 듯했어요. 하지만 실상은 가족들이 작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라 작가에게 기생하며 그의 능력에 기대 돈을 타 쓰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가정부 마르타만이 유일하게 자신을 돈이나 지위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한 인간으로서 대해준다고 느꼈고 결국 그녀에게 모든 유산을 일임했습니다. 자신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을 때 함께 했던 타인이 혈육인 자식보다도 더 고마운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유언장이 공개되는 날, 자녀들은 펄쩍 뛰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어떻게 아버지를 꼬신 거냐고 마르타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저주를 퍼붓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을 돈으로 본 자식들보다 어떤 조건도 없이 늘 곁을 지켜준 마르타가 더 소중했을 뿐입니다.
권민창 작가는 90년생이지만 벌써 5권의 책을 썼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속 깊고 세상과 소통할 줄 아는 작가였습니다. 언젠가 초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겁니다. 에세이를 쓰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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