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죽어야" 복지담당 공무원의 눈물>
'복지' 소리만 나와도…업무 '텀터기'에 곤욕 전국 81.7% 주민센터에 복지공무원 1∼2명뿐
연합뉴스 입력 2013.03.25 10:05 수정 2013.03.25 10:14
'복지' 소리만 나와도…업무 '텀터기'에 곤욕
전국 81.7% 주민센터에 복지공무원 1∼2명뿐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도대체 얼마가 더 죽어야 바뀔지 모르겠습니다."
토요일 초과 근무를 하고 겨우 하루를 쉰 사회복지직 공무원 이모(39·여)씨는 월요일 출근길부터 머리가 복잡하다.
하루를 쉬었다고는 하지만 쉬는 내내 토요일 마무리하지 못한 보육비와 교육비 지원 업무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특히 평소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7살배기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도 일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자신과 자신의 근무환경을 생각하면 우울함이 극에 달한다.
이씨는 "제가 일하는 주민센터에는 복지직이 단 한 명만 있다"면서 "뉴스에서 '무상 복지, 보편 복지'라는 말만 나와도 필요하다는 생각보다는 '저 업무는 또 나한테 떨어지겠지'라는 생각만 든다"고 복지직 공무원의 고충을 설명했다.
올해 시작된 교육비 접수 업무도 원래는 교육청에서 분담해 맡았던 업무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수혜자의 재산정보를 조회할 수 없고 학교에서 신청을 받으면 '낙인 효과'가 생긴다"면서 모든 업무를 올해부터 복지직 공무원들에게 이관했다.
이씨는 "이렇게 새로운 업무가 늘어날 때마다 집에 가는 일은 요원해진다. 2∼3월 교육 민원이 밀릴 때는 기타 다른 업무는 아예 손도 못댄다"며 "같은 공무원인데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왜 복지정책에 맞춰 인원수를 늘려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시간에는 민원을 처리하느라 바쁘고 근무시간 외 저녁 시간과 주말에는 민원들을 전산 처리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면서 "옆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일찍 퇴근할 때면 같은 공무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괴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비단 이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3천474개 읍·면·동 주민센터의 81.7%가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1∼2명뿐이다.
이들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는 보육비 접수, 장애인 도우미, 방역, 환경, 보훈업무 여기에 올해부터 새로 추가된 교육비 접수 업무까지 복지예산 100조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복지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복지의 'ㅂ'만 들어가도 업무가 복지직 공무원에게 떨어진다는 푸념이 나돈 지 오래다.
최근 복지예산이 늘어나면서 복지직 공무원 수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복지직 공무원이 늘어난 만큼 기존에 업무를 분담하던 일반 행정직 공무원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인사 절차가 늦어지는 일부 주민센터에서는 "차라리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2006년과 비교했을 때 복지 수혜자는 157.6%(2010년 기준)가 증가했다. 반면 복지직 공무원 수는 21.3% 증가하는데 그쳤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직 공무원들은 더는 동료의 죽음을 두고 볼 수 없다며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인사 시스템 개선 ▲복지 업무 실태 파악 ▲업무 분담 재점검 등 현실적인 대안을 주장하고 있다.
익산의 한 복지직 공무원은 "추가된 인력은 상급 기관에 배치하거나 행정직 직원이 빠져 실질적으로는 근무 인원이 오히려 주는 현재의 인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반 행정직보다 복지직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 또 업무 분장에도 '복지'라는 키워드만 있으면 복지직 공무원에게 일을 몰아주는 현행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선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관리하는 5급 사무관도 복지직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다"면서 "전문성이나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와서 현실도 모른 체 무리한 업무 지시를 내리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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