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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이 1970년 발생? 주동자 김구?

권영구 2013. 3. 1. 10:48

 

3.1운동이 1970년 발생? 주동자 김구?

서울 초등학생 278명 대면 설문조사 결과 3.1절 인식 수준 '심각'

 

노컷뉴스 | 이대희 | 입력 2013.03.01 06:03 | 수정 2013.03.01 09:03

[CBS 이대희 기자]

최근 이마트의 한 매장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했던 3.1운동을 기념하는 3.1절을 '지루하다'고 표현해 논란이 되는 등 3.1운동의 의미가 날로 퇴색되고 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초등학생 절반이 3.1절이 어떤 날인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실한 역사 교육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초등학생 절반 "3.1운동 몰라요"


CBS노컷뉴스는 94주년 3.1절을 맞아 서울 18개 구에서 초등학교 1~6학년 278명(남 144명, 여 134명)을 대상으로 3.1운동의 인식에 대한 대면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139명이 "3.1 운동을 모른다"는 응답을 했다.

학년별로 모른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1학년이 82%(34명 중 28명)로 가장 높았고 5학년이 25%(61명 중 15명)로 가장 낮았다.

동대문구에서 만난 박 모(12)양은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돼 안중근 같은 사람이 밤에 비밀로 만나서 우리나라를 되찾은 날"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김 모 양은 "3.1운동은 3일만 하는 운동인 것 같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구로구에서 만난 5학년 임 모 양은 "3.1운동은 사회 시간에 한두 페이지 본 것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3.1운동이 몇 년도에 일어났나"는 문항에는 무려 85%인 235명이 "모른다"는 답변을 했다.

정답(1919년)을 말한 초등학생은 14명인 5%에 그쳤다. 6명은 1945년 해방 이후에 3.1운동이 벌어졌다고 답하기도 했다.

3.1운동 때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가 몇 명이었는지 묻는 질문에도 80.5%인 224명이 "모른다"고 답했다.

정답인 33명을 답한 학생은 3.6%인 10명뿐이었다. 심지어는 5백만명이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유관순 열사 영정 사진 보여주자 초등학생 25% "누구?"

일제에 항거하다 17살 나이에 목숨을 잃은 유관순 열사의 인식은 그나마 나은 수준이었다.

설문에 응답한 초등학생들에게 유관순 열사의 영정사진 3장과 서대문형무소에서 수의를 입고 찍은 사진 1장을 보여주며 누구인지 물었지만 25%인 68명이 "모른다"고 답했다.

74%인 207명이 "유관순 열사"라고 답했지만 관기 출신으로 구휼 사업을 펼친 김만덕이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고 '아저씨'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금천구에서 만난 초등학교 3학년생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잘 모르는 사람인데 책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3.1운동하면 떠오르는 인물을 묻자 59%인 164명이 역시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유관순 열사를 답한 학생은 38%에 그쳤다.

5명은 3.1운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백범 김구 선생을 답했고 '단군할아버지'라고 응답한 학생도 있었다.

6학년 박 모 양은 "3.1운동은 1970년에 일어났고 김구가 주모자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 빈약한 근현대사 교육 내용·방법 다시 생각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초등학생들의 3.1운동에 대한 인식이 빈약한 근현대사 교육 문제라고 지적한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역사를 배우지 않아도 사회 지도층이 되는데 전혀 문제가 없으니 학교나 가정에서도 역사 교육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의 경우 역사 교육에서 근현대사 비중이 70% 가량 할애된다"면서 "독도 문제의 경우도 근본적인 원인이 일제 강점인데 원인을 가르치기보다는 이벤트 중심이라 깊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최용규 교수는 "5학년 때 역사를 배운 학생들도 3.1절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면 역사 교육의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관계자들은 학사 일정 상의 맹점도 원인으로 지적한다. 3.1절은 개학 직전 있는 기념일이라 교육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3.1절이 개학 전에 있다 보니 교육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광복절도 마찬가지로 방학 중에 있는 국경일이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교과 과정이 있는 5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의 역사교육은 기념일을 맞아 교육하는 '계기교육'의 형태"라면서 "3.1절의 경우 학사 일정과 맞물려 소홀히 다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2vs2@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