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마이클 샌델 정의의 한계

권영구 2012. 7. 21. 09:43

 

마이클 샌델 정의의 한계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이양수 / 멜론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 최우수 졸업,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발...
1) 현대 사회의 ‘자유주의’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저자는 ...
미래 정치철학의 대안은 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서의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의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법이나 사회관습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을 의무적으로 따르는 것이 인간의 정의일 수는 없다. 그 어떤 외부환경에도 영향 받지 않은 초월적인 자아, 즉 ‘연고 없는 자아’들이 합의한 내용이라 해도 그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정의는 죽은 법칙을 따르는

 

◈ 원페이지북
1. 의무론적 자유주의에서의 정의 추구과정 이론
현대 자유주의 이론에서의 ‘정의’란 초월적 자아들끼리 합의한 계약이며 의무이다.

과거 왕정시대의 귀족과 왕족들의 도덕적 해이와 타락에 맞선 지식층에서는 보다 엄격한 사회제도로서 개인의 기본권을 지키고 빈부의 격차를 해소코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계몽주의는 그것을 행하는 개인의 정체성보다도 의무적인 강제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자유주의 사상이 대두하여 인간의 철학적 사유능력, 즉 ‘이성’을 최고의 위치로 두게 되었다. 칸트를 필두로 하는 이 순수이성은 어떠한 외부환경에도 영향 받지 않는 초월적 자아를 가정하고, ‘정의’란 것은 이런 초월적 자아들이 합의한 규약들이기에 완전하다. 따라서 그 규약들이 인간의 순수한 이성의 산물이므로 그것을 지키는 것에 강제성이 있을 수 없다는 인간 자아의 무결성을 주장한다.


롤스는 이런 사상이 이론적이라는 비판을 극복하고자, 합의코자 하는 그 내용 이외의 일체 다른 개인적인 환경을 배제한 상태를 ‘무지의 베일’로 가정하고, 역시 아무런 이해타산이 개입되지 않은 ‘연고 없는 자아’들끼리의 합의를 가정하였다. 그렇게 되면 그 객관성과 공정성이 최대로 확보된 상태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가설에서 계약 당사자인 연고 없는 자아들은 칸트의 순수이성을 지닌 당사자들처럼 그 어떤 것도 ‘개인적’으로 소유한 것이 없기에 어떤 외부적인 조건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이 논리에서의 당사자들은 지닌 재능이나 특정한 행위의 결과들은 국가 공동자산으로 귀속되어 그가 속한 공동체 전체의 소유임에 이견이 없다. 그것들을 부족한 자에게 나누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계약을 잘 준수하는 것이 곧 정의를 지키게 되는 셈이다.


2. 의무론적 자유주의의 맹점
의무적인 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개념의 정치철학의 대두는 필수적이다.

롤스는 가설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칸트이론에 현실성을 더하고자 무지의 베일을 쓴 ‘연고 없는 자아’를 내세워, 사회계약이 합의되는 과정을 도식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어떠한 외부환경이나 그가 소유하고 있는 -혹은 있다고 믿어지는- 것들과 분리되어 초연할 수 있는 자아가 과연 현실에 존재할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또한 만일 그러한 자아가 있어서 그런 당사자들끼리 계약을 한다 하더라도, 과연 그 자아가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그런 자아들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소유했다고 할 만한 그 어떤 것도 없으며, 무지의 장막으로 가린 채 당면한 안건을 성사시키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무미건조한 계약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도대체 그 ‘정의’라는 것을 합의하는 당사자들의 ‘자아’라는 것을 완전한 것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인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롤스의 논리가 이론적으로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지만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정치참여와 인간 활동의 근본적인 철학이 될 수 는 없다. ‘이론’과 ‘실천’은 기본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듯이, 롤스 이론을 단순히 거부하거나 반박하고자 하는 시도는 소모적이다. 그것을 실제적인 대안으로서 활용할 수 없으므로 새로운 개념의 정치적인 ‘정의’가 재정립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3. 진정한 자유주의에서의 ‘정의’와 ‘자아’란?
‘정의’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인간들의 주체적인 행위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유주의 -현재의 자유주의를 대신할 만한-를 이루기 위해서는 칸트나 롤스가 가정한 개개인의 ‘자아’의 개념이 다시 세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사회적 합의, 즉 정의를 이루려는 개개인들의 자아가 초월적이거나 연고 없는 자아일 필요는 없다. 가장 인간다운 인간은 현실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수용하며, 자신이 소유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아무런 소유할 것이 없는 자아가 과연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치란 개인의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또, 어떤 욕망이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과 교섭, 충돌, 수용하는 시도이다. 그 과정에서 반성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가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정치적인 행위 속엔 필연적으로 자아를 확장시키고 상대의 동의와 인정을 통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능동적인 과정을 포함한다. 이렇게 인간을 ‘열린 자아’로써 바라보면 인간은 언제든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가 되고, 정치 또한 그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정의’란, 시공을 뛰어넘는 고정된 진리가 될 수 없다. 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주위 환경을 수용, 비판, 개선해 나가는 것처럼, 정의 또한 그런 주체적인 자아들에 의해 생생히 살아 움직여야 한다. 과거 ‘공화정’에서 그런 정치적인 대안을 발견할 수 있으며, 정치를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건전한 과정으로서 바라볼 때 미래 정치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 서평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사회의 변화는 자신의 정체성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유하라! 우리는 혁명을 ‘해야 한다’는 도덕적 당위의 명령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을 경계하고... (중략) 핵심 과제란 혁명적 순간 ‘그 이후’를 생각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어떤 사회를, 어떤 자유를, 어떤 정부를, 어떤 행복을 원하는지 등 삶의 토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중략... 세계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한국방문, 2012년 6월 28일 건국대 강연 중, 주간조선, 2012. 7.5)

인간에겐 자신만의 철학과 사상이 있고, 다수의 관심과 인정을 받아 그것을 소속단체, 더 나아가 더 큰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함께하기를 바란다. 특히 그것이 인류의 절대 명제인 자유와 평등을 위한 것이라 판단될 경우, 다소 희생이 따르더라도 기꺼이 감내하고자 하는 초월적 의지마저 생겨난다. 그러나 그런 의지가 하나의 슬로건 아래 맹목적인 복종으로 전락해 버린다면,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자유가 과연 무엇이었던가 하는 허탈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던 ‘정의’가 사회의 부조리함에 무너지는 것을 보았을 때,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그것을 바꾸고 더 나은 이상으로 가고자하는 열망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 때가 가장 숭고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처한 상황과 현실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 그 둘의 간격을 정확하게 간파해야만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에 매달리거나, 금방 식어버리는 한 순간의 열정으로 자신의 그 숭고한 때가 휘발되어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시선을 자기 자신으로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인류의 정치와 사상, 그리고 철학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 상태에서 외부의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성(知性)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사회의 변화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것을 외치는 자기 자신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샌델의 철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소한 일상들에게서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속한 공동체의 정체성, 더 나아가 인류 전체의 정체성을 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 저자소개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 인간다운 인간들의 정의를 추구하는 정치철학자
1953년 미국 미네소타의 미니애폴리스 출생,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부터 현재까지 하버드대학의 교수로서 정의와 도덕, 윤리, 정치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1982년 Liberalism and the Limits of Justice, 1996년 Democracy's Discontent, 2005년 Public Philosophy, 2007년 The Case Against Perfection, 2009년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2012년 What money can't buy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