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고객이 80% 매출 올린다
요즘 은행가에선 VIP 고객의 충성도(Loyalty)를 높이기 위해 자녀들의 결혼 중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여타의 결혼 중매 업체들보다 오히려 양질(?)의 DB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말도 떠돈다. 돈과 명예와 권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사회 현상에 비추어 볼 때 VIP 고객 자녀들의 수준이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와 비슷하게 서울의 한 특급호텔은 ‘VIB(Very Important Baby)족’을 새로운 타겟으로 잡고 마케팅에 한창이다. VIP 고객의 자녀들을 공략해 미래 고객의 충성도까지도 미리 잡아보자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이렇게 VIP 고객의 충성도 확보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20%의 VIP 고객이 80% 이상의 매출에 기여한다’는 파레토 법칙처럼, VIP 고객의 확보는 곧 기업의 사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VIP 고객의 중요성은 우리의 상상 이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누가 우리 의 VIP 고객인가? 단순히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장 많이 사 주는 고객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있을까?
점차 중요해지는 소비자 추천지수
소비자 추천지수(NPS: Net Promoter Score)에 대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서 최초로 주창한 이 개념은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소비자들에게 추천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최근 각종 연구를 통해 인지도보다는 선호도가, 선호도보다는 소비자 추천지수가 매출 향상과 관련이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구전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진 때문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중 광고의 효과가 거의 60%에 다다랐었다고 한다. 즉 대중매체를 통해 대량광고를 본 소비자의 60%가 그 제품에 대해 인지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그 효과는 10% 정도로 감소하였고, 그 대신 구전 광고 즉 추천을 통한 광고효과가 거의 87%에 육박한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즉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제품의 선전 문구보다는 실제 사용자들의 소감을 담은 댓글에 더 신뢰는 보내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제품을 많이 사 주는 고객 못지 않게 추천을 많이 해 주는 고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충성된 고객일까? 답은 둘 모두이다. 매출을 많이 올려주는 것으로 따진다면 직접 큰손이 되어 구매하거나 혹은 남들로 하여금 구매하게 하거나 결과는 똑같기 때문이다. 2007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입소문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How Valuable is Word of Mouth?)’라는 논문에 따르면, 소비자의 가치는 구매력을 의미하는 ‘소비자 구매 가치’와 추천 정도를 의미하는 ‘소비자 추천 가치’로 이뤄지며,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고객이 바로 VIP 고객이라고 정의하였다.
구전 효과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이제 구매력만을 고려한 VIP 고객의 정의는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구매도 많이 하고 동시에 추천도 많이 하는 그런 고객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VIP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올리는 것을 기억한다면 자녀들의 맞선을 주선하고 베이비 족을 상대로 특별 서비스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이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를 기억해 보라. 그 때 한국의 핸드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의 진입 속도에 대해 오판을 했다. 그렇게 빨리 기존의 피처폰을 대체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치 못 했던 것인데 이 배경에는 입소문의 파괴력을 간과한 원인이 크다. 아이폰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입소문을 통해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속도로 시장을 장악했고, 이로 인해 LG 전자의 경우는 최근까지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힘들어 했던 아픈 기억이 있지 않은가… 전 고객의 VIP화, 이를 위해서는 추천지수, 즉 구전 효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