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뭔가 안풀리면 일단 뭉쳐라

권영구 2011. 10. 24. 11:34

뭔가 안풀리면 일단 뭉쳐라
난해한 트리즈 쉽게 배우자 <5편> 통합의 원리

벚꽃이 지는 계절이다. 활짝 피었다 머뭇거림 없이 사라지는 꽃을 보면 잊었던 얼굴이 떠오른다. 오래 전 일본 여성을 만났다. 그 친구 덕분에 엑스 재팬 노래를 알았고 평범한 일본 사람들은 정치인과 다르다는 생각에 뿌리 깊은 반감도 조금 가시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두 나라 간에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도 알았다. 주말에 비원을 산책하고 식사를 하러 갔다. 고기를 싫어하는 것을 아는지라 산채비빔밥을 먹자고 했다. 그 친구가 식사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산채, 고명, 양념을 뒤섞지 않고 가져온 그대로 떠서 먹었다. ‘비빔밥은 비벼야 맛이다. 뒤섞어 먹어봐라.’ 알려줘도 끔찍한 표정을 지으며 응하려 하지 않았다. 그 뒤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팥빙수를 먹는데 섞지 않고 가져온 그대로 떠먹었다. 답답한 마음에 ‘입안에 들어가면 어차피 섞인다. 비벼 먹어봐라.’ 말했지만 그 친구는 고개를 저었고 우리는 섞이지 않은 팥과 얼 음처럼 서먹하게 지내다 헤어졌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트리즈 해결원리 5번을 생각하다 문득 그 친구 얼굴을 떠올렸다.

 

식당들도 모이고 공유해야 잘사는 시대 
해결원리 5번은 ‘통합’이다. 비슷하거나 같은 것들을 합치면, 또는 연관된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면 효과가 커지는 원리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초대대통령 말씀을 지금까지 열심히 따르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남대문 갈치, 무교동 낙지, 장충동 족발, 신당동 떡볶이...... 바로 음식점주인들이다. 이렇게 모여 있어야 소문이 나서 고객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재료 공동 구입, 노하우 공유 등 함께 해서 얻는 이득은 많다. 예전에는 음식 조리법이 대단한 비방이라도 되는 양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았지만 정보화시대를 거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음식점 주인들도 정보는 공유해야 더 커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며칠 전 TV에서는 업주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 메뉴를 개발하는 모습도 방영됐다. 음식점이 이럴 정도니 기업 간 합종연횡(合從連衡)은 일상다반사로 흔하게 일어난다.  ‘적과의 동침’이란 야릇한 제목으로 표현되는 경쟁업체 간 제휴도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협력, 즉 통합이 가장 간단하고, 빠른 혁신 방법이란 생각이 깔려있다.

 

첫째, 같은 것 다른 것 모두 뭉쳐서 신제품 만들어라
통합의 원리는 신제품 개발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발명의 역사를 보면 간단히 모아 붙이기만 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든 경우가 많다. 총들을 붙여 기관총을 만들고, 객실을 붙여 열차를 만들고, 집을 붙여 아파트를 만들고, 상점을 붙여 백화점을 만들고. 요즈음은 아예 다른 종류들을 붙이는 이종접합도 유행하고 있다. 지난 농업엑스포 기간 동안 무추, 고가, 토감이란 이름도 낮선 식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추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무와 배추를 붙여 만든 식물이다. 위에서는 배추가 자라고 땅속에서는 무가 자란다. 고가는 한 가지에서 고추와 가지가 함께 자라고, 토감은 위에서는 토마토가 뿌리에서는 감자가 열리는 식물이다. 이제 ‘꿩 먹고 알 먹고’란 속담이 ‘토마토 먹고 감자도 먹고’로 바뀔 판이고 이런 식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길 가다 실제 ‘양두구육(羊頭狗肉)’과 마주칠 날도 머지않았다. 생물이 이 정도니 물건과 물건을 붙이는 제품 간 이종접합은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만 보더라도 카메라, TV, MP3, GPS, 카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등 각종 기술이 통합돼 더 이상 폰(phone)이라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변했다. 스타워즈 같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자동차+비행기도 이미 등장했다. 테라푸기아(Terrafugia)사에서 만든 비행자동차(Roadable Plane)는 하늘을 날다 땅에 내려와 자동차로 변신하는 데 30초도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나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역시 통합의 원리를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

 

둘째, 기업들과 또 고객들과 힘을 합하라
오럴케어부분에서 콜게이트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던 P&G는 전동칫솔 시장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전자제품에 관한 지식이 부족했다. 그때 외부에서 어떤 발명가가 버튼을 누르면 사탕이 돌아가는 스핀 팝(spin pop)이란 기술을 들고 찾아왔다. 이 기술을 이용해 P&G는 전동칫솔시장의 강자가 되었고, 이 일을 계기로 당시 CEO였던 래플리(Alan Lafley)는 외부의 지식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 ‘지금 기술을 찾고 있습니다’란 문구를 실어 아이디어를 모았고 그 결과 프링글스, 스위퍼 등 수많은 히트상품을 시장에 내놓게 되었다. 인텔 또한 막강한 R&D 연구소와 연구원이 있음에도 전 세계 11개국 대학 교수진과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전역에서 대학과 공동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IBM은 통합의 원리를 역방향으로 활용해 수익을 올렸다.회사의 특허자산과 반도체 생산라인을 다른 회사도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재기에 성공했다. 고객과, 학교와, 타사와...... 수많은 협업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런 식의 협업은 중소기업도 가능하다. 국내 펄서스(Pulsus)라는 제조업체는 퀄컴, 삼성 등 대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설립 10년 만에 세계 디지털 앰프 프로세스 시장의 60%를 장악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런 식으로 통합의 원리를 잘 활용하면 상상력, 자금 등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셋째, 사람들이 모이는 통합의 場을 마련하라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모을 때 통합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사람을 모을 때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중계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영국의 온라인 대부업체 조파는(Zopa) 돈이 필요한 사람과 여윳돈이 있는 사람을 연결해 주며 거래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2007년 설립 당시 300명이었던 회원 수도 40만 명으로 늘어났고 매일 5천명이 이 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다. 리싸이클매치(Recycle Match)라는 회사는 가정이나 기업에서 버리는 물건과 원자재 재가공 업체를 연결해주는 일로 돈을 벌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결혼정보회사, 리쿠르팅회사, 인력회사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사업으로 급성장했다. 네트워크 중계자보다 사람을 더 잘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페이스북, 알리바바닷컴, 아마존...... 최근 급성장한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판, 즉 플랫폼(Platform)을 깔아놓고 사람들이 모여들게 했다. 전 세계가 지구촌이 된 이 시대는 통합의 장소만 제대로 마련해도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다.

한호택은ㆍㆍㆍ
서울대 미학과 졸업, 삼성화재 6시그마MBB, 교육센터장을 거쳐 현재 IGM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하루만에 배우는 6시그마>, <트리즈, 천재들의 생각패턴을 훔치다> 등 다수가 있다.

 * <IGM 비즈니스 리뷰>는 포스코와 삼성 등이 도입해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는 창의적 문제해결 기법 트리즈(Triz)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난해한 트리즈 쉽게 배우자’란 코너로 연재합니다. IGM의 한호택 교수가 재미있게 쓴 트리즈의 40가지 해결원리를 매달 2편씩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