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10년만에 처음 핀 꽃

권영구 2011. 4. 25. 10:26

□ 10년만에 처음 핀 꽃

어머님이 주신 단모화환이라는 선인장을 키웠는데 작년 여름에 10년만에 처음으로 그 화려하고 순결한 꽃을 보았습니다. 그것도 달이 뜨면서 피기 시작하더니 아침에 보니 벌써 또르르 말려 떨어져버렸더군요.
참으로 긴 기다림 끝에 환희와도 같은 짧은 순간을 보내고 또다시 언제일지 모르는 긴긴 기다림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만약 "이거 뭐, 꽃도 안 피는 가시 투성이를 뭐하러 키우냐!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하고 내버렸다면 단모화를 못 보았겠지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3일 전까지만 해도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뭐야. 왕이 된다더니, 죽는다는 말은 뭐고 또 다시 산다는 말은 뭔지 모르겠네. 아, 어려운 말은 그만 하시고 빨리, 왕이 되어야 뭐라도 한 자리 해먹을텐데 말이야" 아버지의 약속을 따라 크고 넓게 보는 예수님과, 당장에 눈앞밖에 보지 못하는 제자들의 조급한 시각차이 때문입니다. 
"나는 이런 일을 할 꺼야" 하고 말하는 그것은 그 사람의 꿈, 비전, 소명, 부르심입니다. 성공 중에 조기성공이 가장 위험합니다. 이루어야 될 목표를 젊은 나이에 이룬 다음 평생 목표 없이 방황하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유명인이 얼마나 많습니까!
인생을 길게 보아야 합니다. 눈앞의 이익만 쫓지 말고, 손해도 좀 보면서 느긋하게 때를 기다릴 줄도 좀 알아야 합니다. 평생을 두고 이룰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비록 10년 만에 하룻밤 찬란한 꽃을 피고 떨어지는 단모선화 선인장 같을지라도 말입니다. ⓒ최용우

 

 


 

 

 

 

 

 

 

 

 

 

 

 

 

□ 봄불은 여우불이다

봄불은 여우불이라 한다. 특이한 동물에는 고유한 이미지가 있는데, 여우도 예외가 아니다. 대개 여우라는 말은 교활하다, 재주를 부린다, 얄밉다, 홀리다 등의 비슷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봄불을 여우불이라 불렀던 것도 여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봄불은 눈에 잘 띄지를 않는다. 마치 봄날 피어나는 아지랑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불이 붙었으면 대번 눈에 띄어야 하는데 여간해선 구별이 안 되니 큰불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봄불은 사방으로 날아다닌다. 불씨가 허공을 날아 이곳저곳으로 번지는 것이다. 마치 여우가 재주를 부려 여기에도 나타나고 저기에도 나타나 사람을 홀리는 것처럼 어지간한 길은 그냥 뛰어 건넌다. 그러니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여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발견할 수도, 잡을 수도 없는 봄불.
맞다, 생각해 보면 우리네 삶에도 믿음에도 봄불이 있다.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