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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하나만 주지!
빌라 마당에서 담장 아래로 있는 햇볕같은집을 넘어다 보시던 할머니께서 집으로 내려오셨습니다.
"전에 여기 화단에 길다랗게 고사리 같이 생긴 풀이 있었는디 어째 없어졌네?"
"아, 그거요? 이름이 '관중' 이라고 하는건데 뿌리를 약으로 쓴다고 하네요. 너무 많이 번져서 다른 것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니까 캐버렸어요."
"아이구~ 나나 주지...전에 여기 사시던 할아버지 살아계실 때 심은건데 그때 하나만 달라고 해도 안줘서 서운했는디 아까워서 어째..."
"뿌리를 완전히 캐내진 못했으니까 좀 있으면 또 나올거예요."
화단에 있는 수선화도 달라 하시고, 한참 크고 있는 매발톱도 보시면서 감탄을 하시는군요. 감자는 이렇게 심으면 안된다 하시고, 담장 밑으로는 오이를 많이 심으라고도 하시네요. 별것도 없는데 여기저기 들여다보시면서 이것저것 물으십니다.
작년 겨울을 난 파가 있길래 뽑아드렸더니 좋아라 하십니다.
4층에 사시는 머리가 하얀 할머니 집사님께서는 산에서 구절초를 캐다 주시겠다고 하시면서 집 앞에 놓고 갈테니 심으라고 하시네요. 농사짓는 곳이 산속이라 날마다 오고가신다는군요. 마땅한 공간이 없긴 한데 그 마음 받아줄 자리 하나 비집고 만들어야겠습니다.ⓒ이인숙
□ 빼도박도 못하는 날
어떤 목사님이 어찌나 건망증이 심한지 그만 그 날이 수요일인지도 모르고 찜질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갑자기 아들놈이 찜질방으로 아빠를 찾아왔더랍니다.
"아빠! 지금 교회에서 아빠를 찾고 난리났어요. 수요일 저녁에 다 모여서 찬송 부르며 예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간이 되어도 아빠가 안 나타나자 지금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아빠를 찾고 있어요.
엄마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정신을 잃었고요, 제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젯밤에 아빠가 '몸이 찌부등 한 게 내일은 찜질방에라도 가야겠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혹시나 하고 지금 달려와 봤어요."
그제서야 목사님은 그 날이 수요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이구머니!"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어쩜 그렇게 까마귀고기를 먹은 것도 아닌데 그 날이 수요예배가 있는 날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을 수가 있었을까요?
그 뒤로 그 목사님은 <수금주는 빼도박도 못하는 날!> 하고 써서 머리띠를 했다나 뭐라나. 수요일, 금요일, 주일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날이라는 뜻이겠죠. 목사님들은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오늘이 며칠인지, 몇 월인지는 몰라도 무슨 요일인지는 안다고 합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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