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마을 삼키고 공항 할퀸 ‘괴물 쓰나미’ 내륙 10㎞까지 습격
평야까지 휩쓸고 간 해일, 2004년 印尼때보다 거대
지진해일(쓰나미)이 일본 열도를 삼켰다. 최고 10m 높이 초대형 쓰나미가 열도를 덮치는 모습은 재난 영화 ‘해운대’의 장면을 연상케 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쓰나미는 11일 진앙 인근의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 도시들을 휩쓸었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한 오후 2시 46분을 기해 태평양 연안 일대에 최고 높이 6m에 육박하는 대형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고 인근 주민들에게 안전을 위해 높은 지역으로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막대한 인명피해를 피할 수는 없었다. 날이 밝으면 더 많은 사망자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미야기(宮城) 현 센다이(仙臺)를 휩쓴 쓰나미는 해안선에서부터 10km 떨어진 와카바야 시 구청 건물 앞까지 치고 올라왔다. 센다이에는 이날 오후 3시 반 4m 높이의 쓰나미가 들이닥친 데 이어 3시 55분 10m에 육박하는 쓰나미가 한 차례 더 왔다.
NHK방송이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쓰나미는 2004년 인도네시아 해안에 밀어닥친 쓰나미보다 더 거대했다. 센다이와 나토리(名取) 시 인근 연안에 상륙한 쓰나미는 제방을 넘어 수십 km²에 이르는 센다이 평야를 순식간에 덮쳐 나갔다.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에서 암흑의 수백만 대군이 전투지를 덮쳐 오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지면에서 통째로 들어올려진 수십 채의 가옥과 쓰나미가 할퀴고 간 건물 및 도로의 잔해, 뒤집힌 채 뒤섞여 떠다니는 자동차의 모습은 ‘죽음의 검은 급류’를 보는 듯했다. 쓰나미는 고속도로용 둑을 만나고 나서야 겨우 멈췄다.
센다이 공항 활주로도 쓰나미에 덮였다. 한 공항 직원은 “한때 2m 높이까지 물이 찼다”고 말했다. 물에 잠긴 센다이 도심 주택가에서는 방송사 헬리콥터를 향해 흰 침대보를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는 주민도 눈에 띄었다.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石卷)에서는 쓰나미에 휘말려 실종된 사람이 속출했다. 지역 공무원인 겐 호시 씨(41)는 “이런 건 살면서 처음 본다”며 “해안에서 수백 m나 떨어진 기차역까지 쓰나미가 덮쳤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이시노마키 도심은 건물 1층까지 잠겼고 차들은 장난감처럼 떠다녔다. 침수된 가옥만 200∼300채가 넘었다.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도심은 물이 빠지고 나자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 무너지고 찢긴 흔적으로 마치 전쟁터 같았다. 찌그러진 차들은 건물 벽에 처박혔다.
미야기 현 북쪽 이와테(巖手) 현 가마이시(釜石) 항구에는 이날 오후 3시 21분 4.1m 높이의 쓰나미가 엄습했다. 가마이시 도심을 삼킨 바닷물에는 자동차들이 둥둥 떠다녔고 창고 건물과 어선도 휩쓸려갔다. 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다리로 변해 버린 고가도로 위에서는 차를 세운 운전자들이 근심 어린 눈으로 밀려드는 물살을 지켜봤다. 혼슈(本州) 북쪽 끝 아오모리(靑森) 현에서는 항구에 정박해 있다 뒤집힌 원양어선 5척이 방파제를 무너뜨리고 뭍으로 올라와 가로수와 항구 인근 쇼핑가를 산산조각 냈다.
센다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4m가 넘는 쓰나미가 잇따랐다. 후쿠시마(福島) 현 소마(相馬) 항에서는 이날 7.3m 높이의 쓰나미가 관측됐고, 이바라키 현 오아라이(大洗) 항에는 4.2m의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쓰나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남쪽 해안으로 내려갔다. 기상청은 이날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에서부터 최남단 오키나와(沖繩)까지 대형 또는 일반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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