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명의 자유함
작년
이맘 때 깊이 기도해야 될 일이 있어서 양수리에 있는 어느 금식기도원에 한 주간 다녀왔었습니다. 방에서 자려면 숙박비를 내야 된다는 것을 모르고
돈을 준비 못해서 차의 창문을 조금 내려놓고 차안에서 잤습니다. 셋째날인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툭 치며 "혹시 최용우 전도사님 아닌교? 맞지예. 햇볕같은이야기 만드시는..저 억수로 홈페이지에 자주 가는 팬이라예.." 후~
세상에 내가 모르는 사람 중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니... 얼른 세면장으로 달려가 세수하고 머리 감고 몸단장을 했지요.^^ 혹시 또 누가
알아 볼까봐... (그런데 그 뒤로는 한 명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ㅎㅎ)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한 사람이
되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그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드러난 사람들은 매사에 대중들의
표적이 됩니다. 좋은 일을 하면 '생색낸다'하고 나쁜 일을 하면 사정없이 매도하는게 대중들입니다. 그래서 드러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과장된
제스추어를 취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삶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인기라도 떨어지면 죽지요. 수많은 길거리의 사람들 속에서도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무명의 자유함! 일등보다는 중간의 느긋함! 경쟁에서 벗어난 꼴찌의 편안함! 오 이 무명의 자유함을 가진 자의 행복! 오예
~ ⓒ최용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