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세상을 향한 '환대'와 '동시성'에 대하여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를 앞두고 단장을 하기 위해서 단골 미용실에 들렀다.
대기 시간에 책을 읽고 있는 내게 원장님이 불쑥 귀여운 책갈피를 선물로 건넸다.
"필요하실 것 같아서 선물로 드릴게요."
읽을 책을 들고 가는 것이 습관이라, 미용실 원장님은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알고 계신다. 그래서 책갈피를 보고 내 생각이 났다고 하셨다.
"어머, 정말 감사합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에 나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마음 한구석이 묵직했다. 마침 나를 위한 위로가 하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내게 온 선물이었다.
'이토록 다정한 위로라니. 이건 정말 멋진데?'
<나와 세상이 연결되는 '동시성'에 대하여>
내가 힘들 때마다 엄마는 어떻게 아시고 귀신 같이 전화해서 "잘 지내고 있니?"라고 안부를 전하고는 하셨다. 마치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계시는 듯.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오랜 친구의 근황이 궁금했는데 예기치 못한 안부 메시지를 받는다거나, 건강을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하던 무렵에 홍삼세트가 선물로 들어온다거나. 내 마음을 누군가 읽고 세상에 전달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칼 융은 내 내면의 상태(위로가 필요해)와 외부의 사건(깜짝 선물)이 의미 있게 연결되는 '동시성(Synchronicity)'이라고 했다.
스콧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의 은혜(Grace) 파트에서도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동시성'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알콜중독자가 자포자기 하던 순간 서점에서 만난 책이 인생을 바꾼 사례, 인생의 막바지에서 예기치 않은 도움을 받아서 재기에 성공한 사례를 언급한다. 그리고 마음을 열고 겸손할수록 '동시성'의 은혜를 경험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내 경험을 돌아보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수록 그리고 내 주변과 의미있게 상호작용할수록 '동시성'을 더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날의 책갈피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내 마음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작은 신호처럼 느껴졌다.

책갈피 'Book Infuser'
<나와 세상을 향한 '환대'에 대하여>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내가 가장 처음 쓴 일상에세이 주제는 자기 회복에 관한 것(자기 회복의 첫 걸음, 일상의 환대)이었다. 지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환대(Hospitality)'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글이었는데, 주변의 많은 공감이 있었다.
나 자신을 환대하려면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를 온전히 환대할 때, 비로소 나를 둘러싼 주변과 세상을 환대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미용실 원장님과 나는 평소 선물을 주고받을 만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관계는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연휴 끝에 서로 즐거운 안부를 나누고, 내가 진심으로 그 분의 근황을 궁금해하고, 주변의 얘기를 들어줬던 것이 좋은 상호작용으로 이어진 것 같다.
연휴 기간에 책은 손도 안 대고 게으름을 피웠는데 깜짝 선물(책갈피) 덕분에 독서가 다시 즐거워질 예정이다.
언젠가 너무 지치고 힘들었던 날, 나의 지인이 내게 한 위로가 있다.
"주위에 너를 위한 위로 하나쯤은 있다."
어쩌면 인생의 전환기에 서 있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믿음일지도 모른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나와 세상이 연결되는 '동시성'을 경험하기 위해서, 나와 세상을 적극적으로 '환대'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 힘을 다해 껴안고 늘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지.
“
예기치 않은 순간에 내게 온 깜짝 선물 같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by 사월이 https://brunch.co.kr/@aprilha96/13
(위 글은 작가님께서 행복한가에 기부해주신 소중한 글입니다. 행복한가 이외의 공간에 무단 복제 및 도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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