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부유해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고기를 원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장식 사육을 시작하기에는 사회간접자본과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환경과 동물에 미치는 악영향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세포농업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모든 가정과 회사에 깔았던 전화선을 생략한 채 휴대전화 시대로 바로 진입했다. 지역 내에서 소비될 청정고기를 만들 정도라면 이미 기술적으로 준비되고 있다. 그렇게 공장식 축사 대신 지역의 고기 양조장에서 고기가 나오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세포농업은 이들 국가에 선진국형 식단을 가능하게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이다.(300쪽) '클린 미트'. 동물의 세포를 이용해 배양해서 만든 고기를 의미합니다. '세포 농업', '시험관 고기', '고기 양조장'이라는 표현도 쓰지요. 사실 '식물성 고기'라는 것은 이미 존재합니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콩으로 만든 고기'가 대표적입니다. 채식주의자, 환경운동가, 종교인 등으로부터 환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고기'는 아니지요. 식물성 고기의 대안으로 등장한 '진짜 고기'가 바로 이 클린 미트입니다. 동물의 세포를 인큐베이터에서 배양해 원하는 양만큼 고기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인간이 배양된 소고기와 닭고기, 어류, 유제품을 식량으로 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장점은 무엇보다 가축 사육으로 인한 벌목과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조류 인플루엔자나 구제역에의 오염이나 항생제 과다투여 등 유해성을 제거한 청정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잔인한 공장식 사육이나 도축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진행도 꽤 많이 됐습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소 줄기세포를 배양해 햄버거용 패티를 만들었을 때 생산 비용은 33만 달러에 달했지만, 지금은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16년 멤피스미트가 1,200달러로 세계 최초의 배양 미트볼을 생산하기도 했지요. 머지 않은 미래에 소나 닭을 키우는 비용보다 저렴하게 대규모로 청정고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면 소를 키워서 도축할 것이 아니라 간단하게 스테이크만 키우면 되는 미래가 올 것이라는 얘깁니다. 물론 걸림돌도 많습니다. 우선 위에서 보듯이 비용이 아직은 많이 듭니다. 식품에 생명공학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넘어야 합니다. 인슐린 등 의약품 생산에 생명공학이 적용된다고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먹거리 분야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클린 미트의 보급으로 가축 사육이 거의 사라질 경우 해당 동물들의 개체수(생명)가 크게 줄어들텐데, 이를 둘러싼 철학적 논쟁도 일어날 겁니다. 클린 미트. 이 분야가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푸드 등 식물성 고기 생산 업체들처럼 앞으로 화려한 주목을 받을지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 예병일의 경제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