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알기

'GE헬스케어 재팬'의 성공비결 - 뛰어가서 노인과 대화하라

권영구 2013. 11. 27. 10:09

[글로벌 경제 현장] 어르신에 지름신을? 뛰어가서 노인과 대화하라

'GE헬스케어 재팬'의 성공비결

 

조선비즈 | 가와카미 준 | 입력 2013.11.27 03:03

 

일본의 관광지나 박물관, 심지어 패스트푸드점을 가보면 유니폼을 입은 채 주차·청소·서빙을 하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도쿄 중심가에는 주민 대부분이 65세 이상인 아파트도 꽤 된다.

일본은 이미 2005년에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암울한 미래만 예견된 것은 아니다. '고령화 (silver)'로 인한 난제를 오히려 '기회 (gold)'로 활용하자는 이른바 '실버 투 골드 (Silver to Gold)'를 향한 노력이 사회 전반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기기를 생산하는 GE헬스케어 재팬은 젊은 직원들 위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을 정기적으로 도쿄 인근 병원에 보내 시니어들과 만나게 한다. 어떤 점이 불편하며 어떤 의료 기기를 원하는지 직접 듣게 한다. 프로젝트팀이 제출하는 보고서가 아이디어 회의의 기초 자료가 된다. 이처럼 시니어들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선 먼저 그들이 있는 곳을 발로 뛰어야 한다는 점에 많은 일본 기업은 공감하고 있다.

시니어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발품을 판 결과는 달콤하다. GE헬스케어 재팬은 2009년 출시 직후 판매량이 저조했던 소형 초음파 진료 장비 '브이스캔'을 성공 사례로 이끌어냈다. 이 장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독거노인이 많고 홈 닥터의 왕진(往診)이 일상화돼 있는 일본에서 어깨에 짊어지는 '휴대용 진료 기기'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마케팅 전략을 바꾼 것이다. 시가 1000만원 상당의 이 장비는 2010년 이후 2년간 2000대 이상 팔려나갔다.

'실버 투 골드'에 성공하는 첫째 조건은 바로 시니어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다. 많은 일본 기업은 그것에 실패하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 오랜 시간을 낭비했다. 한국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U헬스 산업이 시행착오 없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한국 시니어들의 다양한 수요와 욕구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