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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왜 사죄 결심했나

권영구 2012. 6. 14. 09:08

박주영, 왜 사죄 결심했나

스포츠경향 | 양승남 기자 | 입력 2012.06.14 06:05

 

박주영(27·아스널)은 왜 병역 편법 연기 논란이 불거진 지 석 달이 지나서야 공식 기자회견을 연걸까.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나서서 입장을 밝혀달라고 부탁할 땐 모른 척하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요청에는 화답했을까.

박주영은 13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몇가지 의문들에 답을 내놓았다.

↑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였던 박주영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 1층 로비에서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박주영이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박주영은 "입국할 때는 병역 문제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웠고 개인적인 입장이 정리가 되지 않아 염치불구하게 국가대표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의 기자회견 요구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국가대표 선발은 전적으로 감독님이 결정하실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자회견으로 판단에 부담을 끼치게 될까봐 걱정했다"고 했다. 입장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고,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자신을 뽑는데 부담을 가질까봐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감독님 요청에 응하지 못했던 것은 제 당시의 입장이 그렇지 못했던 저의 부족한 모습 때문이었고,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강희 감독에게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그가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홍명보 감독과의 허심탄회환 대화가 결정적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가슴을 열고 마음으로 얘기를 했다. 박주영에게 이번 논란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 설득했다기 보다 박주영 스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홍 감독은 왜 직접 나서서 메신저를 자처한 걸까. 그는 "감독으로 철학있다. 팀을 위한, 선수를 위한 감독 되고 싶다. 선수가 필드 안이나 밖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언제나 같이 있을 마음이 있다"고 했다. 홍 감독은 "스스로 풀어야할 문제에 대해 옆에서 용기를 준 것이다. 축구 선배로 올림픽팀 감독의 입장에서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홍 감독과 마음을 연 대화를 나눈 뒤 입장을 정해 대중 앞에 나섰다.

여기에는 박주영의 올림픽 대표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깔려 있다. 박주영은 "축구선수로서 모든 경기들이 생각나는데 올림픽 대표팀과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있다. 승패를 떠나서 경기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그 선수들과 감독님과 함께 아주 좋은, 즐겁고 행복한 축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축구선수 박주영(27·아스널)이 13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준비해 온 회견문을 읽고 있다.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박주영은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뽑혀 주장을 맡았다. 박주영은 어린 후배들을 다독이며 리더 역할을 톡톡히 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로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의 소중한 추억을 함께 한 홍 감독과 후배들에 대한 인간적 감정이 박주영에게 용기를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의 부름에 침묵을 지키다 홍명보 감독의 요청에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여론은 그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최강희 감독은 박주영의 기자회견에 대해 "누구에게나 대표팀 문은 열려 있다"면서 "어떤 경기력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주영이 런던올림픽에서의 활약과 향후 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대표팀 승선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은 "올림픽팀에 훈련하면서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출전기회가 거의 없는 아스널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박주영은 "이적은 진행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말씀드릴 것이 없다.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겠고, 계약기간에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아스널이나 박주영 모두 아직 임대나 이적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전감각 저하에 따른 경기력 문제가 향후에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올림픽대표팀 와일드 카드 한 자리를 꿰차면서 대표팀의 엔트리 구성에도 미묘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홍명보호 공격수로 뛰어온 지동원(선덜랜드) 김동섭(광주) 김현성(서울)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와일드카드 한 장으로 홍정호(제주)의 부상으로 인해 약화된 중앙수비수 자원의 보강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