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쓰레기로 돈 버는 기상천외 비즈니스 4選

권영구 2011. 10. 15. 10:59

쓰레기로 돈 버는 기상천외 비즈니스 4選
쓰레기 업사이클하는 ‘테라사이클’, 쓰레기 거간꾼 ‘리사이클 매치’ 등


많은 기업들이 ‘그린 비즈니스가 미래의 성장동력’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태양전지, LED조명,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최첨단 기술에 거액을 투자한다. 과연 그린 비즈니스는 이렇게 엄청난 기술과 자본이 있어야만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지렁이 배설물, 과자 포장지, 버려진 휴대폰도 그린 비즈니스의 훌륭한 원천이 될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한마디로 쓰레기(Trash)도 현금(Cash)이 될 수 있다는 뜻. 최근 각광받고 있는 ‘쓰레기를 현금으로 바꾸는 사업(Trash to Cash Biz)’을 사례와 함께 풀어본다.(편집자주)

테라싸이클(TerraCycle): 이제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하라!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구내식당. “어디 책에서 봤는데 지렁이 똥이 식물비료로 최고래.” “식사 중에 웬 똥? 밥 맛 떨어지게.” “미안. 그렇다고 그 많은 음식 다 남겨? 버리면 쓰레긴데......” “아깝긴 한데...... 아까 지렁이 똥이 최고 비료랬지? 이 음식, 지렁이한테 먹이면 어떨까? 먹인 만큼 비료를 만들 거 아냐?” “오호, 음식물 쓰레기도 없애고, 비료도 만드니, 꿩 먹고 알 먹고네!”

프린스턴 대학교 1학년생 톰 재스키(Tom Szaky)는 이 장난 같은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 결과 2001년 탄생한 것이 테라사이클(TerraCycle). 이 사업, 돈은 될까? 2005년에는 46만 달러, 2008년 420만 달러 수익을 기록, 3년 사이 수익률이 806%나 성장했다.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 타임지(TIME), 엔비씨(NBC)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이 기업 성공을 앞다퉈 소개했다. 그런데, 테라사이클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가 있다. ‘주목해야 할 업사이클(upcycle)기업’이란 말. 업사이클이라고? 리사이클(recycle)은 들어봤는데 업사이클은 뭘까?

사실 우리가 아는 리사이클(재활용)은 업사이클과 다운사이클(downcycle)로 나뉜다. 재활용을 통해 제품가치가 높아졌다면 업사이클, 반대로 낮아졌다면 다운사이클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재활용은 업일까? 다운일까? 안타깝게도 대부분 후자다. 페트병 재활용을 예를 들어 보자. 다양한 종류의 페트병을 구분 없이 수거해 한데 섞는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은 이전보다 질 떨어지는 ‘잡종’ 플라스틱이다.

그렇다면, 기존보다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 어떻게 할까? 업사이클 선두주자, 테라사이클에서 답을 찾아보자.

테라사이클의 첫 제품, 지렁이 배설물 비료. 시장에 내놓자 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 홈 디포(Home Depot)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천연비료로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뛰어났기 때문.

주요 원료가 음식물 쓰레기요, 주 노동력은 24시간 일하는 붉은 지렁이들. 다른 천연비료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제품생산 과정도 재미있지만 포장용기 역시 남다르다. 똑같은 제품인데도 포장용기의 생김새가 약간씩 다르다. 테라사이클은 용량만 똑같다면 포장용기를 가리지 않는다. 펩시, 코크, 스프라이트, 환타 등이 자유롭게 포장용기로 활용된다. 같은 용량, 각각 다른 브랜드의 음료용기에 테라사이클 라벨만 붙이면 제품포장은 끝!
 
남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테라사이클. 남들에겐 그저 쓰레기였는데 이 회사에만 오면 노다지가 된다. 2008년 테라사이클은 비료사업에 이어 발견한 또 다른 금맥을 발견했다. 바로 과자 포장지와 음료수 팩. 카프리 썬(Capri Sun)음료 팩을 연결해서 책가방을, 오레오(Oreo)쿠키 포장지를 엮어 연을 만들었다. 180 종류가 넘는 제품들이 타겟(Target)이나 월마트(Walmart)에서 판매된다. 누가 살까? 카프리 썬 음료수와 오레오 쿠키를 주로 사먹는 아이들이 주요 소비자다. 

특정 과자, 음료수 포장지를 엮어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필요한 쓰레기만 선별 하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쓰레기더미를 뒤져 분리수거를 해야 할까? 아니다. 테라사이클의 방법은 깔끔하고 기발하다. 예전 구멍가게에서는 빈 병을 모아오는 꼬맹이들에게 개당 돈을 쳐줬다. 아이들에게는 쏠쏠한 용돈벌이라 빈 병 수거에 열을 올렸다. 테라사이클도 구멍가게들과 비슷한 방법을 쓴다. 단 인터넷을 활용해 수거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테라사이클에게 필요한 포장지 종류는 현재 5가지. 각각 포장지에 개당 가격을 매겼다. 카프리 썬 음료 팩의 경우 하나에 0.02달러. 포장지를 수집할 사람은 테라사이클 사이트에 가입해야 한다. 500개 이상 모이면 박스에 담는다. 인터넷에서 출력한 운송장을 붙여 테라사이클로 보내면 끝. 물론 배송비는 테라사이클에서 부담한다. 그렇게 모인 음료 팩이 현재 4800만 개 정도다. 포장지 수집가는 포장지 수거로 얻은 수익을 갖거나 기부할 수 있다. 그렇게 모인 기부금만 96만 달러. 포장지 수집에 참여하는 이들은 대부분 어린아이들이다. 학교나 가정에서 단체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은 돈 벌어 좋고, 테라사이클은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원자재를 모아 좋고, 환경 보호는 절로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영리한 테라사이클은 쓰레기를 업사이클링 하는 과정에 고객을 끌어들였다. 타깃고객을 정하고 그들의 행동양식에 맞게 생산, 판매 전략을 세웠다 아이들이 원자재를 모아 보내준다. 만들어진 제품은 다시 아이들이 구매한다.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한 고객, 브랜드 충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버려질 운명의 쓰레기에 가치를 입혀 새로운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업사이클링!  쓰레기 비즈니스의 최고봉이다. 하지만 쓰레기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쓰레기 중매사업’에서 그린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어보자.

 

리사이클매치(RecycleMatch): 쓰레기, 중매만 잘 서도 돈 된다!
‘중매만 잘서도 천당 간다’는 말이 있다. 쓰레기도 마찬가지.  쓰레기 정보 중개만 잘해도 돈 된다. 미국 휴스톤의 리사이클매치(RecycleMatch)가 대표적 기업. 쓰레기를 가진 사람과 저렴하게 원자재를 찾는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다. 2009년 7월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니 1년이 갓 넘은 신생사업체다.

리모델링을 마친 한 회사, 골칫거리가 생겼다. 멀쩡한 유리 40장이 주범. 쓸 데는 없고, 깨부숴 버리기는 아깝고. 고민하던 회사는 기대 없이 리싸이클매치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웬 걸, 유리를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 그 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화가에게 유리를 넘겼다. 작품용 유리를 찾던 화가, 가격도 품질도 딱 이라며 좋아한다. 유리를 판 회사는 쓰레기도 없애면서 돈 벌고, 화가는 저렴한 가격에 유리 사고, 리싸이클매치는 거래 성사로 수수료 벌고, 환경까지 보호되니, 이야말로 1석 4조가 아닐 수 없다.

쓰레기 중매쟁이, 리싸이클매치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뭘까?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정보 공유가 잘 되도록 돕는 일이다. 리사이클매치 거래는 주로 온라인사이트에서 이뤄진다. 판매자는 물품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서 등록해야 한다. 물품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달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구매자를 위해 사진 정보까지 함께 올려야 한다. 덕분에 구매자는 물품 검색이 쉽다. 검색을 했는데 자재가 없다면? 구매자가 원하는 자재에 대한 정보를 올려 판매자를 역으로 찾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짧게는 하루, 길게는 6개월이 걸려 중개가 이뤄진다.

쓰레기에 정보 하나가 더해져 쓰레기 중개 사업이 된다. 같은 물건이 주인에 따라 쓰레기도 되고 보물도 된다. 그렇다면, 쓰레기에 문화를 더하면 어떤 사업모델이 가능할까? 

 

북오프(Book Off): 헌 책들, 문화공간이 답이다!
시애틀의 작은 커피숍 스타벅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이유는?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팔아서다. 편안한 의자, 무료 인터넷, 아름다운 음악이 만드는 내 집 같은 공간. 트레쉬 비즈니스에서도 스타벅스처럼 문화 공간으로 승부하는 기업이 있다. 일본 헌책방 체인점 북오프(Book Off)다.

1991년 일본불황의 신호탄이 울렸던 그 해, 경제상황이 좋지 않던 소비자들이 헌책방을 찾았다. 하지만 그 당시 헌책방, 어땠을까? 퀴퀴한 냄새와 허름한 분위기, 미로처럼 쌓여 있는 책들. 이 속에서 원하는 책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다. 운 좋게 찾아낸 책도 어찌나 지저분한지.

‘허름한 헌책방은 가라’ 북오프의 모토다. 이 회사는 ‘친구와 함께 찾는 문화공간’이라는 컨셉에 맞춰 환한 조명, 넓은 통로와 깔끔한 서가를 준비했다. 일반 서점과 다를 바 없는 공간에 소비자는 감동했다. 책은 또 어떤가? 저자명 알파벳 순으로 가지런히 진열된 책들. 그 중 어느 책을 펼쳐봐도 책 표지부터 마지막까지 깨끗하다. 더럽고 쭈글쭈글한 책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인기 있는 책이라도 더럽다면 북오프 서가에 꽂힐 수 없다.

하지만 필요한 책을 찾을 수 없다면, 소비자는 발을 돌린다. 그러나 북오프를 찾는 소비자, 허탕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어떻게 다양한 컨텐츠를 모을 수 있을까? 헌책을 가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먼저 ‘헌책 삽니다’가 아닌 ‘당신의 책을 팔아주세요’라는 역발상의 카피를 내세웠다. 직원들은 매장에서 책을 팔 때 “팔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 가져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빼먹지 않는다. 또 헌책을 팔겠다는 고객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깔끔한 매장’, ‘깨끗한 헌책’, '다양한 컨텐츠의 북오프’. 일본 본점을 세운 지 4년 만에 매장 100호 점을 열었다. 불황이 끝나던 2000년대 초반 매출은 이미 180억 엔을 넘어섰다. 2008년 일본 경제위기 속에도 그 전 해보다 20% 올라간 605억 엔을 벌 정도다. 현재는 일본을 넘어 한국, 미국, 캐나다까지 진출해 1000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트레쉬(Trash)를 새로운 문화공간에 두니 캐쉬(Cash)로 변했다. 그렇다면, 내게 필요 없는 물건, 국경을 넘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플립스왑(Flip Swap): 중고 휴대폰, 국경만 넘어도 몸값이 뛴다!
미국 소비자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제3세계 소비자들에게는 요긴한 물건이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중고 휴대폰이다. 매년 1억 5000대의 새 휴대폰이 팔리는 미국. 소비자들은 짧게는 6개월, 길어야 1년 6개월 후면 새 휴대폰을 구매한다. 휴대폰 9억 대가 책상 서랍 속에서 잠들어 있거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이유는 하나, 유행이 지나서다.

2004년 미국에서 설립된 플립스왑(Flip Swap)은 9억 대의 잠든 휴대폰에서 사업아이디어를 찾았다. 책상 속 안 쓰는 휴대폰을 사들여 정비한 후 중국,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국가에 판매한다. 중고 휴대폰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이 98%에 달한다니 그냥 썩혔더라면 너무나 아까웠을 자원이다. 자원낭비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꽤나 괜찮은 비즈니스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840%의 수익 성장률을 보였고 2008년 한해 1100만 달러의 수익을 냈으니 말이다. 미국소비자들에게 쓰레기가 다를 바 없었던 휴대폰이 국경을 넘자 가치가 껑충 뛰었다.

그렇다면 플립스왑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중고휴대폰 모으기다. 휴대폰을 가진 개인과 휴대폰 판매점을 집중 공략했다. 개인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모델명을 검색하는 즉시 중고가 확인이 가능하다. 판매를 결정했다면, 연락처를 입력하고 플립스왑으로 휴대폰을 우편으로 보낸다. 물론, 배송비 일체는 플립스왑이 부담한다. 플립스왑에서 휴대폰을 수거한 후 2~3주 뒤면, 판매금액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는 금액을 직접 받는 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플립스왑은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한편, 오프라인 휴대폰 판매점들과도 연계해 중고 휴대폰을 받는다. 현재 6000여 개 휴대폰 판매점이 플립스왑과 제휴하고 있다. 제휴 판매점은 소비자의 중고 휴대폰을 받아 플립스왑이 제공한 프로그램에 따라 중고가격을 책정한다. 그 가격만큼 판매점의 신형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전환해 준다. 판매점은 수거한 중고 휴대폰을 플립스왑에 보내고 포인트에 해당하는 돈을 받는다. 저렴하게 신규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소비자들은 플립스왑과 제휴한 판매점을 더 많이 찾는다. 이들 매장들도 판매 실적이 20%정도 향상되었다.

플립스왑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바로 중고휴대폰에 매겨지는 가치다. 플립스왑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중고휴대폰 시세를 확인하고 모델별로 시세가 가장 높은 해외 지역에 중고 휴대폰을 판매한다. 그래서 중고 휴대폰 판매자에게 꽤 높은 값을 쳐줄 수 있다 어차피 버릴 휴대폰, 환경도 보호하면서 돈도 벌려는 소비자들이 모이는 이유다.

어떤가? 트래쉬 비즈니스의 4가지 모델이. 쓰레기를 업싸이클 하는 테라싸이클, 쓰레기 중개상 리싸이클매치, 문화를 입힌 북오프, 국경을 넘겨 가치를 만든 플립스왑.

자, 지금 주위를 돌아보자. 쓰레기(Trash)가 눈에 띄는가? 쓰레기통에 던지기 전에 한번 유심히 응시하자. 아마 쓰레기가 당신에게 속삭일 것이다. “내가 아직도 현금(cash)이 아닌 쓰레기(trash)로 보이나요?”

Trash to Cash Biz의 3계명
1. 지금 버리는 쓰레기부터 다시 한번 돌아보라!
쓰레기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버려라. 혁신 기업들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면, 휴대폰, 과자 봉지는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땅속 어디엔가 묻혔다. 쓰레기를 위해 돈을 쓰는 기업(Cash for Trash)이 있는 반면 쓰레기로 돈을 버는(Trash to cash)가 있다. 이 둘의 차이점은 ‘나에게 필요 없다고 해서 그저 버렸느냐, 아니면 아이디어를 입혔느냐’ 이다. Trash + Idea = Cash의 공식을 상기하라.

 

2. G세대, 착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라!
기업이 사용하지 않는 휴대폰, 헌 책, 폐기물, 심지어 과자 봉지를 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소비자들의 참여다. 프로세스 상에서 ‘착한 소비자’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은 남겨둬라! 그들이 가장 큰 후원자가 될 것이다.

 

3. 참여 절차를 단순화 하라!
아무리 착한 소비자라도 절차가 복잡하면 금방 외면한다. 소비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재활용할 제품의 특성에 맞는 생산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조미나 IGM상무, 사유라 IGM연구원>


 

*  위 글 <쓰레기로 돈 버는 기상천외 비즈니스 4가지>는 9월 4일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7면에 ‘IGM과 함께 하는 New Biz’ 코너로 <돈 먹는 쓰레기, 돈 버는 쓰레기…상식을 뒤집어라>라는 제목으로 전문이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