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취미를 업(業)으로 삼아 대박난 아웃도어웨어 파타고니

권영구 2011. 10. 6. 17:03

취미를 업(業)으로 삼아 대박난 아웃도어웨어 파타고니아
좋아하는 일은 업으로 삼지 말라고? 이에 정면도전한 기업이 있으니 세계적인 친환경 아웃도어웨어 제조업체 파타고니아(Patagonia)다. 지난해 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이 미국 기업은 CEO, 임직원 할 것 없이 아웃도어 스포츠에 열심이다. 한여름이 되면 아예 전 직원 모두가 바다로 나가 서핑을 즐길 정도다. 사실 파타고니아의 출발 자체도 취미에서 비롯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반가인 이봉 취나드(Yvon Chouinard). 그는 젊었을 때부터 등산을 즐겼고 등산 물품을 하나씩 직접 만들다가 1972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던 것. 취미가 곧 업이 된 셈이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아예 채용 때부터 등산, 카약, 스키 등 아웃도어 스포츠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가려 뽑는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해서 일도 잘 할 수 있을까? 이들은 신제품을 만들 때 애써 고객의 마음은 어떨지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지난번 등산할 때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었지?’ ‘기존 제품은 무엇이 불편했었지?’ 등을 스스로에게 묻고 또 동료들과 의견을 나눈다. 파타고니아의 히트 상품인 암벽 등반용 반바지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직원들끼리 암벽등반을 하던 중 바지에 가려 발의 위치가 잘 보이지 않는 불편함을 서로 공유하게 됐다. 이들은 바지 아랫부분을 오려내는 실험을 감행했고 이후 반바지를 출시해 시장에서 열띤 호응을 얻었다.

파타고니아 임직원들은 취미가 모두 아웃도어 스포츠다 보니 또 하나 공통된 점이 생겼다. 바로 환경 보호에 적극적이라는 것. 이들은 이윤을 줄이더라도 자연보호에 앞장서자는 데 모두 동의, 그린피스와 어스퍼스트(Earth First) 등 환경 보호 기관에 ‘지구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기부를 해오고 있다. 기업 이윤의 10% 또는 연 매출의 1% 중 더 많은 액수를 매년 낸다. 이뿐 아니다. 2001년부터는 야생동물이 움직이는 통로를 열어주거나 북극에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보존하는 등 ‘지구를 위한 1%’ 활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지금은 수백 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지만 조직에 속해 있다 보면 규칙에 얽매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취미가 생업으로 전락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파타고니아는 이를 막기 위해 개인의 ‘라이프’를 눈치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원들은 한 여름 낮에는 서핑을, 한 겨울 오후에는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또 가족을 위한 배려도 놓치지 않는다. 출산을 하면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2달 유급 육아휴가를 받는다. 자녀를 둔 직원은 사내 보육원을 활용해 함께 점심을 먹는가 하면, 학교 행사에 걱정 없이 참석할 수 있는 특별 휴가도 연 5일 보장받는다. 그래서일까? 지난 17년 동안 파타고니아는 ‘직장인 엄마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 100선’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좋아하는 아웃도어 스포츠 용품을 내 손으로 만들고 환경보호 파수꾼으로서 뿌듯함을 느끼는 파타고니아 직원들. 직장과 가정 생활의 균형도 회사에서 보장해준다. 어찌 업이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파타고니아에는 빈 자리 하나만 나도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지원자 수천 명이 기다렸다는 듯 원서를 낸다는 것이 정말 빈말이 아니다.

* 위 기사는 한국경제 2011년 9월 28일자에 전문이 실렸습니다.

 

<줄리김 IGM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