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사이보그 직원들이라도 괜찮아?

권영구 2011. 7. 13. 09:18

사이보그 직원들이라도 괜찮아?
기사입력: 11-07-08 11:07   
이우창 IGM 교수 wclee@igm.or.kr
사이보그 아닌 창조적 인재 원한다면 ‘시장성’보다 ‘관계성’ 챙겨라


꿈에서 나의 아내는 사이보그다. 나는 사이보그인 아내와 섹스를 하고, 그녀가 차려준 밥을 먹고 출근을 한다. 공휴일에는 그녀와 같이 공연장을 찾고 산책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고장이 났다. 당황한 나는 아내를 들고 사이보그 수리센터를 찾는다. 직원은 맛이 간 아내를 이리저리 살펴 본다. 비싼 부품이 망가졌다. 차라리 새로운 기계를 장만하란다. 목돈이 없는 나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더 예쁜 모델을 월 정액을 내고 장기 임대하기로 한다.

잠에서 깼다. 아침 밥상에 앉은 나는 꿈에서 지불한 임대료가 얼마나 현실적일지 궁금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내에게 지갑을 흔들어 보이며 물어본다면 어떻게 될까? “당신이 나와 우리 가족에게 헌신하는 대가로 내가 얼마나 주면 되겠어?”

결과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아내는 숟가락을 집어 던지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아들 놈은 황당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딸 아이는 와락 울음을 터뜨린다. 분위기를 보아 하니 아무래도 내일 아침엔 일찍 일어나 라면을 끓여야 할 것 같다.

관계가 중요한 사회규범 vs. 돈이 중요한 시장규칙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모두 두 개의 세계를 동시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사회규범이 우세한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규칙이 우세한 세계다. 사회규범은 한 사회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것들은 보통 인간적이고 두루뭉실한 경우가 많다. “이 의자 좀 옮겨주실래요?”, “자동차 좀 밀어주실래요?” 같은 부탁이 자연스럽다. 반드시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세계는 시장규칙이 지배한다. 이 세계는 앞의 세계와는 전혀 다르다. 인간적이고 두루뭉실한 것이 자리를 잡을 여지가 없다. 임금, 집세, 이자 등 주고 받는 것이 명확하다. 시장규칙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값을 치러야만 얻을 수 있다.

결국, 두 개의 세계, 즉 사회규범이 지배하는 세계와 시장규칙이 지배하는 세계에 한 발씩을 걸치고 있는 우리는 각각의 인간관계에 서로 다른 규범을 적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사회규범이 지배하는 세상에 시장 규칙을 들이밀었다가는 사회적인 관계를 망가뜨린다. 내가 궁금증을 못 참고 정말로 물어봤다면 아내는 오늘 일을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 관계가 점점 중요해지는 요즘 회사

시장 규칙이 지배하는 세계에 사회적 관계를 끌고 들어오면 어떨까? 우리가 일하고 있는 회사를 생각해 보자. 산업사회 피고용인들이 회사에 제공하던 가치는 노동력이었다. 노동시간이 중요했고, 회사를 위해 일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명확히 구분됐다. 고용주는 직원의 노동시간을 측정하고 그것을 근거로 대가를 지불했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는 시장 규칙이 지배하는 관계로 인식되었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고 있다. 노동과 여가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일터를 집으로까지 연장시킨다. 이제 직원 개개인의 창조성이 노동력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회적 관계가 필요해진다. 일에 대한 열정과 회사에 대한 애정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제 조직은 사람들이 사회규범과 시장규칙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직원에게 100만원 가량의 선물을 주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현금으로 100만원을 더 주는 것이 나을까?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대다수는 선물보다 현금을 선호할 것이다. 우리 누구도 선물을 받기 위해 일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선물도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사회적 관계를 돈독히 만들어 주며 장기적인 차원에서 모두를 이롭게 한다. 회사의 복지 프로그램은 현금이기 보다는 선물이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하루 세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하루 24시간 운영되는 피트니스 센터도 있다. 뿐만 아니다. 요가 수업, 화술 강연, 사내 의료진, 영양사, 세탁실, 마사지 서비스, 수영장과 개인 강사 등 보기에 따라서는 과도할 정도이다. 구글이 직원들에게 이토록 과감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는 뭘까? 직원들의 복지 증진. 물론 맞다. 게다가 회사가 직원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신호까지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회사의 생산성이 점점 더 직원 개개인의 창조성과 헌신에 의존하고 있다.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의 생산성은 대충 시간을 때우다 퇴근하는 직원에 비해 5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규범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직원들과의 사회적 관계 구축에 보다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직원들은 시장규칙에 따라 받는 만큼만 역할을 해주는 사이보그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