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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중학교 중퇴는 조광래 때문이었다?

권영구 2010. 7. 21. 11:18

이청용 중학교 중퇴는 조광래 때문이었다?

[일간스포츠] 2010년 07월 21일(수) 오전 09:40

[JES 최원창] 조광래(56) 감독이 축구 대표팀과 인연을 맺기는 18년 만이다.

1992년 김호 대표팀 감독 밑에서 잠시동안 코치를 맡았던 수개월이 대표팀 코칭스태프 이력의 전부다. 선수로는 태극마크를 달고 1975년부터 1986년까지 11년간 국가대표로 뛰며 80경기에서 12골을 뽑았지만 코칭스태프로서는 대표팀이 낯설다. 하지만 남아공월드컵에서 활약한 태극전사와는 이런 저런 인연으로 얽혀있다.

▲캡틴 박지성 '맨유 초창기 조언자'

네덜란드에서 열린 2005년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 때 조 감독은 당시 PSV 에인트호번에서 뛰던 박지성(29·맨유)과 함께 지냈다.

맨유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고민하던 박지성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박지성은 당시 맨유와 첼시를 두고 고민했는데 조 감독은 "퍼거슨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면 책임지겠다는 마음이 있다는 거다. 성격이 급한 첼시보다는 맨유가 낫다"고 조언했다.

조 감독은 맨유를 택한 박지성과 함께 잉글랜드 땅을 함께 밟았다. 박지성의 훈련을 하루도 빠짐없이 살폈고, 연습경기도 꼼꼼히 챙겼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2부리그 팀과 연습경기에서 박지성은 위치를 못 찾고 부진했다.

이 때 조감독은 "지성아! 장기 둘 줄 알지. 원래 장기는 훈수두는 사람이 잘 보이는 법"이라는 말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왼쪽 측면에서 앞으로만 뛰려고 하면 안 된다. 중앙으로도 뛰고, 동료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야 네가 편해진다"고 조언했다. 조 감독은 "지성이가 영리하다 보니 금세 움직임이 달라져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청용 '인생을 바꾼 30분'

안양 LG 감독을 맡던 2003년 조 감독은 볼을 기가 막히게 찬다던 도봉중 3학년 까까머리 이청용(22·볼턴)을 구리 훈련장으로 불렀다. 이청용의 영리한 플레이를 30분을 보고 조 감독은 무릎을 쳤다. 그리고는 이청용의 아버지 이장근씨에게 중학교 중퇴를 권유했다. 중학교도 마치지 않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일찍 프로에 뛰어들어 대형선수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선례를 남겨보자"는 조 감독의 설득에 이청용은 "어차피 축구 선수가 될 거라면 일찍부터 승부를 보겠다"고 결심했다.

조 감독은 중학교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무려 1억3000만원이라는 계약금을 안기는 모험을 걸었다. 이청용은 지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기술이 뛰어난 선수다.

▲박주영 '대구 집까지 찾아간 삼고초려'

박주영(25·AS 모나코)이 대구 청구고 3학년이던 2003년 구리 훈련장에서 합숙한 적이 있었다.

안양 2군과 연습경기를 하던 박주영을 유심히 살피던 조 감독은 수첩에 그의 이름을 크게 적었다. 조 감독은 "두 명의 수비수를 쉽게 헤치고 나와 공간을 만들어 부드럽게 꺾어 슛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박주영을 영입하기 위해 대구 집까지 찾아가 어머니를 만나 설득했다.

대학에 보내겠다는 어머니와 결국 일단 고려대에 진학한 후 조 감독에게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조 감독은 "선수를 스카우트하려고 집까지 찾아간 경우는 박주영이 처음이었다"고 회고했다. 박주영은 고려대 1학년을 마치고 2005년 서울(전 안양)에 입단했다. 조 감독은 2004년을 끝으로 서울 사령탑에서 물러나 아쉽게 박주영을 직접 활용하지는 못했다.

▲이운재·이영표·김동진 'K-리그 길을 터주다'

베테랑 수문장 이운재(37·수원)가 대학을 졸업한 후 막 수원 삼성에 입단하던 1996년 당시 수석코치가 조 감독이었다. 그는 프로 초년병 이운재에게 많은 조언을 해준 스승이었다.

안양 감독이었던 2000년 드래프트를 통해 이영표(33·알힐랄)와 김동진(28·울산)을 영입했다. 이영표는 안양에서 시드니 올림픽대표와 국가대표로 부쩍 성장했다. 김동진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대표와 국가대표로 이영표의 뒤를 잇는다. 조 감독은 2003년 초 이영표가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할 때 직접 네덜란드까지 날아가 그의 플레이를 지켜볼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정수 '인생을 바꾼 수비수 전향'

남아공월드컵에서 2골을 뽑으며 '골넣는 수비수'로 각광받은 이정수(30·가시마)는 2002년 조 감독이 이끌던 안양에 입단할 때만 해도 공격수였다. 조 감독은 2003년 그에게 조심스럽게 수비수 전향을 권유했다. 공격수로 성공하고 싶던 이정수는 실망했지만 이내 감독의 뜻을 받아들였다.

조 감독은 "패스가 뛰어나고, 이해력도 좋은데다 빠른 편이라 좋은 수비수가 될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조 감독의 예언대로 이정수는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을 거치며 대형 수비수로 주목받았고, 결국 꿈에 그리던 월드컵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다. 이정수는 “조 감독이 아니었다면 태극마크를 달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하고 있다.

최원창 기자 [gerrard1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