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해능력 향상" 연구 결과 자녀 경기 보면 부모도 교육효과
과도한 흥분은 정신건강 해쳐
기차 소음보다 큰 부부젤라 나팔 불 때 나오는 침 통해 독감 등 전염병 퍼뜨릴 수 있어
우리나라 대표팀이 12일 2010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인 그리스전을 승리로 이끌며 월드컵 열기에 불을 붙였다. 이날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빗속에서도 경기를 관람하고 열띤 응원을 펼쳤다. 그 자리에는 10대 청소년들도 적지 않았다. 부모들은 어린 자녀가 심야 도심 응원전에 나가는 것이 마땅치 않고 심정이 불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 일만 아니다. 스포츠 관람만으로도 인간의 능력 향상에 다양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언 베일락(Beilock)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운동을 직접 하는 것은 물론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언어 이해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연구진은 12명의 프로 하키선수와 8명의 하키팬, 스포츠를 본 적이 없는 9명의 사람에게 '슛을 해라', '공을 살려내라'와 같은 하키 용어들을 듣게 했다. 이어 '벨을 눌러라'나 '바닥을 닦아라' 같은 일상의 언어도 듣게 했다. 그리고 이런 언어들을 듣는 동안 어떤 뇌의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관찰했다.
실험결과 일상적인 언어를 들을 경우 실험 참가자들이 뇌를 활용하는 영역은 모두 같았다. 그러나 경기와 관련된 문장을 들려주자 참여자들 중 하키 선수와 팬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몸의 행동을 계획하거나 제어하는 등 운동과 관련된 역할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 것이다. 즉 운동에만 관여하는 줄 알았던 영역이 언어를 이해하는 데도 사용된 것이다. 결국 전체적인 언어 이해력도 이들이 일반 피실험자들보다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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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현지시각) 열린 남아공월드컵 D조 독일과 호주의 경기를 관람하던 한 어린 독일 축구팬이 응원용 나팔‘부부젤라’를 눈에 대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축구를 비롯한 운동경기 관람에 대한 효과를 연구하는 논문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란 스미스(Smith) 미국 퍼듀대 교수팀도 운동 관람의 긍정적인 효과를 '스포츠와 운동심리 저널'에 게재했다. 그는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 자녀들에게 운동을 시키면 이를 구경하는 부모들도 자녀들과 비슷한 교육 효과를 얻게 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농구와 야구, 축구 등 운동팀에 속해있는 6~15세 자녀를 둔 26명의 부모들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부모들은 자녀들의 운동 참여를 뒷받침하고 관람하는 과정에서 '협력'과 '시간관리' 등 다양한 교육 효과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도한 긴장 등 부작용은 조심해야
그렇다고 운동경기 관람이 '만병 통치약'은 아니다. 실비아 웨스터윅(Westerwick)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팀은 아슬아슬한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관중들이 느끼는 희열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며, 과도한 흥분을 유도해 오히려 정신 건강을 해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관중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경기 도중 뒤졌을 때 절망에 가까운 심리상태에 빠졌으며 경기 내내 과도한 긴장상태였다고 밝혔다.
게르하르트 슈타인벡(Steinbeck) 독일 루드비히 막시밀리안대 교수 역시 저명한 의학전문지인 뉴잉글랜드 저널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낸 논문에서 스포츠 관전 시 심리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 마비는 물론 수면 부족, 과식, 흡연 등 건강에 부정적인 현상들이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관전이 아예 심리 상태뿐 아니라 신체적인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월드컵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부젤라(Vuvuzela·남아프리카공화국 특유의 응원용 나팔)이다.
이 나팔은 일단 기차 소음보다도 큰 120~140dB의 소음이 나와 관중들에게 청각 장애를 일으킬 우려가 있지만, 그 이상으로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루스 맥너니(McNerny) 영국 런던대 교수는 "건강한 성인이 부부젤라를 불면 수 시간 동안 침이 미립자 상태로 공중을 떠다니게 된다"며 "독감 등을 전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 소어(Soer) 남아공 프리토리아대 박사도 "부부젤라를 종종 여러 사람이 돌려 사용하곤 하는데, 이는 전염성 질병을 퍼뜨릴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