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짤짤이 추억

권영구 2006. 9. 5. 11:38

 제2731호

월간<생명의 삶1989.2>표지사진 (사진저작권:두란노)

 

     짤짤이 추억

양손으로 동전 여러 개를 감싸 쥐고 짤짤짤 흔든 다음 오른손에 몇 개를 잡으면 그 동전이 한 개면 뺑, 두 개면 도비, 세 개면 쌈! (전라도) 경상도에서는 이찌, 니, 쌈 충청도에서는 사비 사비... 뭐라 그러던데...
그 짤짤이를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중학교 때 짤짤이 열풍이 불어서 쉬는 시간만 되면 여기저기에서 동전소리가 요란하였습니다. 저는 그런데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친구들이 짤짤이를 하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베팅(?)을 했는데 그만 단 한 번에 다 잃었습니다. 그 돈은 차비였는데, 그 날은 걸어서 집에 와야 했습니다. 길을 가다가 돈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어 버리고 힘들게 걸어가는 영락없는 바보였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런 일은 절대로 눈꼽만큼도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후로 두 번 다시 그런 어리석은 짓은 안 합니다. 앞으로도 할 생각이 전혀 없구요.
생이지지(生而知之)- 배움의 교훈을 듣고 깨닫는 사람
학이지지(學而知之)- 이웃이 실수하는 것을 보고 깨닫는 사람
곤이지지(困而知之)- 직접 실수를 해서 손해를 보고 깨닫는 사람

저의 짤짤이 추억은 곤이지지에 해당하네요. 돈을 잃고 나서 그런 짓은 평생 안 하겠다고 다짐을 했으니까요.
가장 현명한 사람은 듣고 바로 깨닫는 생이지지의 사람이겠지요?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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