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1살에 일찍 사회생활에 뛰어든 평범한 여자입니다. 그냥 위로받고 싶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제 다 컸다, 혼자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게 아닌 가 봅니다. 뇌종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네요. 제 나이
이제 21살입니다. 너무 싫네요. 왜죠? 왜 제가 이런 삶을 살아가야 하죠? 제대로 된 사랑도 해보지 못했고 나름의 꿈도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할수록 저만 더 불쌍해진다는 생각에 이제 하기도 싫어지네요. 드라마에서 많이 봤어요. 이런 경우 거의
가족들이, 친구들이 힘이 돼 주던데 왜 전 아닌지.
말하기 싫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돈 문제... 가족들에게 짐을
주기 싫었어요. 그런데 알아 버리셨네요. 아니 이미 몇 달 전 아는 분을 통해 제 생명보험을 들어 놓으셨더군요. 그건 무슨
뜻일까요? 왜 이렇게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이 되는 건지....
항상 웃고 다닌답니다. 한달 월급을 한달도 채
안돼서 병원에 갖다 바치고 있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을 할 때는 아프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고 행복하거든요. 아직 늦지 않은
거겠죠? 그런데 혼자 안고가기는 너무 힘이 드네요.^^
다른 환자들보다 희망적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이런 곳에선 경험해
보기 힘든 환자라고 잘 대해주시는 의사선생님이 있어요. 제 사정 다 아시고는 솔직히 말씀하시더군요. 한번 고쳐 보고
싶다고요. 하지만 수술 경험이 없대요. 또 제가 아픈 곳이 좀 복잡한 곳이래요. 그러면서 수술을 해 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냉정히 생각하면 그 의사선생님은 경험을 쌓으려는 거겠죠? 또 진심으로 절 고쳐 주고 싶은 마음도
있겠죠?
그런데 왜 이렇게 서러울까요? 제가 병원에 혼자 다니지 않았다면 그런 말을 저에게 했을까요? 아무 말도
못했어요. 무섭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어요. 왜 그리도 눈물이 나던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제 머리에선 답이 안
나와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부모님께 도움 청하라는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어찌나 냉담하신지, 제 자신의
인생만 후회하게 되니까요. 사실 참 못된 딸이었거든요. 처음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엄마에게 말을 해보려고 했답니다. 말을
다 꺼내지도 안았는데 그러시더군요. "너 보험 들어줄까? 아 맞다. 엄마가 분당에 아파트 보고 왔는데 70평이래. 아~ 거기서 살고
싶더라. 정말 좋더라." 그냥 하신 말씀일까요? 제가 정말 나쁜 딸이었을까요?
제가 생각해도 나쁜 딸이긴 해요.
마음고생 많이 시켜 드렸죠. 이제야 철이 들었는데, 이제야 해보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은데, 지난 시간을 다시 돌리고
싶은데... 어쩌면 그 선생님의 결심이 저에겐 오히려 잘 된 일일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병원
천정이라면... 무서워요. 많이. 항상 강한 척하며 저만 알고 살아온 제가 이런 말을 여기에 적는 걸 보니 우습기도
하고요.
제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주세요. 전 모르겠어요. 포기하지도 못하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지도 못한 채
벌써 두 달을 보냈어요.
내가 아닌 다른 분의 생각으로라도 답을 찾고 싶어요. 알고 싶어요.
- 비가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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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닥친
시련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병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픔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비가내리면' 님. 새벽편지 가족들이 힘이 돼 드릴게요. 함께 해 드릴게요.
-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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