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중국집에서 남4 여3이 모였습니다. 상상 마당에서 이현세 만화가의 작품 전시 마지막 날이라 제가 모시고 갔다가 우연히 합석이 되었습니다. 여자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말을 섞다가 나이 얘기가 나왔는데, 남자들은 대충 나이를 밝히는데 그녀들은 '30대'라고만 하고 본인 나이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말하면 될 것을 서로 눈치만 봅니다. 그때 누군가 "여자 나이는 남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요."라고 했고, 꺄르르~ 웃습니다. 나이뿐인가요? 남자들이 보기에 여자들은 참 어렵습니다. 노, 예스가 헷갈립니다. 여자는 말합니다. "꼭 말로 해야 아나?" "말 안 하면 어찌 아노?" 이와 관련해서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품격 있는 여성 잡지를 창간하려고 여성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더니, 연예인 가십이나 섹스 관련 기사들을 빼달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들 의견에 충실하게 창간했다가 곧 망했습니다. 정직한 사람들이 정직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에 당한 겁니다. 그래서 광고계에서는 여자들 화법을 알면 광고가 보인다고 했습니다. 제일기획에서는 그래서 여성 전담 광고팀이 별도 운영된 적도 있었습니다.
오해할지 몰라서 하는 이야기인데, 이 칼럼은 여자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소비자 심리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여자보다 더 어려운 소비자 심리!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뜻밖에 당선되면서 선거 예측 전문가들을 욕보인 것도 그런 예입니다. 하류층, 백인, 남성들은 거짓으로 말해놓고는 반대로 표를 찍었던 겁니다. 소비자들은 진실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아니 자기 진실이 뭔지 잘 모릅니다. 직설화법보다 간접화법 문화가 발달한 한국은 특히 여자가 더 그렇고, 나이가 들수록 그렇고, 많이 알수록 그렇고, 이해관계가 뚜렷할수록 그렇습니다. 구매 의향, 적정가격, 대선 후보 조사는 51%가 믿을 수 없죠. 초보들은 응답자 수의 다수 데이터에 주목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들은 하위 5%의 소수자의 의견이나 드러나지 않은 욕망에 주목합니다. 그들은 자기 의견이 분명한 사람들이거든요. 그걸 포착하려면 경력 + 용기가 필요합니다.
MCN(미친놈)은 이 책의 주인공 황인선 작가가 만든 말입니다. 그는 일을 추진할 때 MCN처럼 일했습니다. 영화 '빠삐용'을 패러디해 바퀴벌레약 광고로 전환했고, 숙명여대에 '울어라 암탉아' 광고 시리즈를 팔았습니다. 덕분에 제일기획에서 2년 연속 최우수 AE로 노미네이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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