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독서MBA 뉴스레터 227] 눈먼 사랑과 뇌...뇌에서 나쁜 기억을 지우는 방법.

권영구 2021. 7. 21. 10:31

버지니아 코먼웰스 대학교의 심리학과 에버렛 워딩턴 교수가 2004년 놀라운 한 소년의 '용서 이야기'를 소개했다. 크리스 캐리어는 10살 때, 한 괴한에게 납치되어 얼음 깨는 송곳으로 가슴과 배를 수차례나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더욱이 권총으로 관자놀이에 총알이 관통했다. 하지만 총상을 입은 후 몇 시간이 지나 크리스는 깨어났다. 한쪽 눈이 실명된 채로 길을 걷다 발을 헛디뎌 고속도로로 굴러떨어졌지만, 운 좋게 지나가는 차량에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 된 후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경찰관 한 명이 그를 찾아와서 납치한 용의자가 임종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한번 만나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보통 사람과는 달리 크리스는 용의자를 단순히 대면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해냈다. 자신의 몸에 그토록 끔찍한 몹쓸 일을 저지른 용의자와 그의 생애 마지막 몇 주간을 함께 보냈다. 더욱이 크리스는 범죄자를 위로하고 용서하고 그와 화해했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누구나 마음의 상처를 입고 화가 나면 분노하고 때로는 복수를 꿈꾼다. 하지만 화를 자주 내고 분노하면 우리의 분노가 몸의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누구나 아는 의학 상식이다. 래드포드 윌리엄스 박사는 1988년 저서 '죽음에 이르는 분노'에서 분노로 사람이 즉시 죽지는 않겠지만 "매일 매일 순간적으로 느끼는 분노는 소량의 독약을 매일 복용하는 일과 같다."라고 했다. 실제 분노는 우리의 마음뿐 아니라 몸도 망치는 독약과 같다. 이러한 분노의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용서이다.

 

'기억의 천재'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에란 카츠는 2013년 저서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에서 좋은 기억을 위해서는 기억만큼 잊어버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뇌에 좋은 기억이 입력되기 위해서는 좋은 기억이 들어설 공간만큼 나쁜 기억을 없애 주어야만 한다. 좋은 기억이란 성공을 위한 좋은 자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망각' 역시 건강한 삶을 위한 축복과 같은 선물이다. 에란 카츠는 뇌에서 나쁜 기억을 지우는 최고의 방법은 '용서'라고 했다. "한두 번 용서할 때에는 너무 감정적이라 용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감정을 지우고 진정으로 용서할 때 나쁜 기억도 사라진다." 진정한 용서야말로 불필요하고 나쁜 기억들을 지우는 최고의 망각 선물이다. 남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와 투투 대주교는 망각의 선물을 활용하여 용서의 아름다운 효용을 행동으로 보여 준 세계적 인물들이다.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대화록인 2004년 저서 '용서'에서는 "용서하면 행복해진다"라고 했다. 중국에 의해 나라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티베트 사람들은 오체투지를 하며 복수나 증오 대신 용서를 이야기한다. 비폭력주의자로 196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어둠으로 어둠을 몰아낼 수는 없습니다. 단지 빛만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증오로 증오를 몰아낼 수 없습니다. 단지 사랑만이 증오를 몰아낼 수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김기호 교수님입니다. 언젠부턴지 책을 보면 저자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김기호 교수님은 마음이 따듯한 분이셨습니다. 언어학자로서 '말속에 숨겨진 비밀'을 연구하면서 이 책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좋은 책이라서 소개 안 하고, 저 혼자만 몰래 보고 싶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