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과 시장이라는 개념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지지자인 에릭 레이몬드가 1999년에 출판한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레이몬드는 기업내 소수의 전문가 그룹만으로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기존의 개발방식을 성당이라고 표현한 반면, 누구나 개방적인 환경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시장이라 불렀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입된 성당과 시장의 경영철학은 제품 혁신을 위한 기업전략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제품 혁신을 기업내 가용 인력만으로 추진하면 성당방식이 되고, 외부의 파트너를 혁신 과정에 동참시키면 시장 메커니즘이 된다. 애플 아이폰 성공의 일등공신은 앱스토어다. 애플이 자사내 인력만으로 아이폰을 위한 앱을 개발하는 성당방식을 채택했다면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200만 개에 해당하는 앱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애플은 누구나 아이폰을 위한 앱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 메커니즘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온라인과 디지털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서적, 음반, 미디어, 신문 등 콘텐츠 산업에서는 성당과 시장 방식이 기업의 성패를 갈랐다. 소수의 전문가 그룹이 편집하는 성당방식을 사용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몰락했지만, 누구나 지식 콘텐츠 편집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한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은 시장의 리더가 되었다.
4차산업혁명은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을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기업이 제품 혁신을 위해 채택할 수 있는 메뉴의 아이템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 제공하는 제품 혁신의 기회는 그 범위와 영향의 정도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디지털 제품 혁신이 디지털 다위니즘을 초래한 분야는 주로 콘텐츠 산업이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들이 기존의 제품을 '스마트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제품 혁신은 모든 산업에서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 4차산업혁명 기술에 의한 제품 혁신은 시장에서 경쟁의 룰을 바꾸고 업종 간의 영역을 허물며 산업구조를 변화시킨다. 마치 음반과 DVD가 디지털 파일로 변환되고 온라인으로 공유되면서 비즈니스 모델과 경쟁의 룰이 바뀐 것과 흡사한 변화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제품 혁신의 성공 여부가 미래에 디지털 다위니즘의 희생 기업과 시장 재편에 성공하는 기업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차산업혁명이 제공하는 제품 혁신의 기회를 경쟁자에게 뺏기는 기업은 디지털 다위니즘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상품을 스마트 제품으로 전환하는 제품 혁신의 성공방정식도 성당이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에 있다. 앞으로 디지털 제품 혁신을 통해 시장 재편을 추구하는 기업은 제품 플랫폼에 파트너들을 동참시키는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근무하는 이호근 교수님은 25년간 대학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기회를 놓쳐 실패한 기업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시장 재편에 성공한 회사의 차이에 대해 강의와 연구를 했습니다. 디지털 경제에 대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 대상, KAIST 올해의 동문상, 연세대학교 초헌학술상과 공헌교수상 등을 수상했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최우수 강의 교수로 여러 차례 선정된 대단한 미래학자입니다. 그리고 책 제목을 잘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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