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독서MBA 추천도서 23] 밥보다 일기

권영구 2020. 12. 22. 09:56

오지 탐험가로 알려진 한비야 씨는 35세의 나이에 외국계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오지 여행을 떠났다. 그녀가 했던 여행의 특징은 비행기나 배, 기차를 타고 편하게 다니는 대신 배낭을 메고 걸어서 다니거나 히치하이킹을 했다는 점이다. 잠은 비싼 호텔 대신 현지에서 민박을 했다. 지금이야 배낭여행이 대중화됐지만 그녀가 오지 탐험을 시작한 1980년대만 해도 그런 여행은 엄두를 내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가 간 곳은 우리가 가기 꺼리는, 잘 살지 못하고 치안도 불안한 나라들이었다. 그런 나라들을 한비야 씨는 60개국이나 다녔다. 한비야 씨가 자신의 여행 경험을 담은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시리즈는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됐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었다.

지금 한비야 씨는 국제구호 활동을 하며 어려운 세계인들을 돕고 있다. 이런 그녀도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20대 때, 한비야 씨는 가정환경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한 채 6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다. 그러던 그녀가 남자를 사귀었는데 하루는 남자 친구의 집에 가서 어머니께 인사를 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한비야 씨에게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물었다. 대학에 안 다닌다고 했더니 남자 친구 어머니는 표정이 굳어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비야 씨는 ‘고졸 주제에 감히 내 아들을 넘보느냐’로 읽었다. 사정이 있다 보면 대학에 안 갈 수도 있는 것인데, 그게 왜 연애를 하면 안 될 이유가 되는 것일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갑질은 사회적 약자에게 특히 더 집중되기 마련인데 젊은 여자였던 한비야 씨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은 시련도 꽤나 컸을 것이다. 그 시기 한비야 씨를 지탱하게 했던 건 바로 일기였다. 그녀는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썼다.

“어떻게든 참고 견디자. 이 고비는 넘길 것이고 나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아는 사람이 된 한비야 씨는 말한다.

“일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굉장히 시니컬한 사람이 됐을 것이다. 일기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나는 일기장의 최대 수혜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