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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점찍은 '트롯맨'은 없다, 우린 마스터들을 믿는다

권영구 2020. 2. 5. 12:09

PD가 점찍은 '트롯맨'은 없다, 우린 마스터들을 믿는다

조선일보
             
  • 입력 2020.02.05 03:00

[서혜진&전수경]

'미스터트롯' 시청률 25% 돌파… 종편 새 역사 쓴 TV조선 두 PD
"박력 넘친 예심부터 대박 감지, 마지막까지 매회 기록 깨고파"

시청률 '25.7%'는 종합편성채널 어디서도 나온 적 없는 숫자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지난 30일 기록한 '새 역사'다. 그 역사를 만든 두 여자, 서혜진 TV조선 예능국장과 전수경 PD를 만났다.

운동화에 코트, 짧게 친 머리에 입을 크게 벌리고 '으하하!' 웃는 서 국장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없었다. "국장님은 잠을 안 주무세요. 새벽 세 시에도 단톡방에 유튜브 링크를 올리세요." 전 PD 말이다.

온 국민이 목요일 밤을 기다리게 하는 '미스터트롯'의 인기엔 두 사람도 놀랐다. "'미스트롯'까지만 해도 '송가인' '홍자' 같은 '뉴 페이스'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했어요. 개그맨 유재석씨가 트로트 부르는 '유산슬 프로젝트'가 나오면서 느꼈죠. 정말 트로트가 대세가 됐구나."(서혜진)

예심 때부터 '이건 다르다'는 감(感)이 왔다고 했다. '미스'들의 트로트가 감성 전달에 주력했다면, '미스터'는 에너지와 퍼포먼스가 넘쳤다. "'보이는 쇼' '들리는 쇼' 모두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죠.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전수경) 오디션에만 전국의 실력자 1만5000여 명이 몰렸다. 현역 가수 등 연예인도 50여 명이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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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만난 TV조선 서혜진(오른쪽) 예능국장과 전수경 PD. 서 국장은 “청중이 감동한 만큼 돈을 기부하는 ‘트로트 에이드’ 미션 등이 손에 땀을 쥐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아래 사진은 현역부 A조의 ‘댄싱퀸’. /오종찬 기자·TV 조선

본방송에선 출연자 인터뷰나 무대 뒷얘기는 확 줄이고, 노래 들려주는 시간을 늘렸다. 땀구멍 개수까지 보이는 극단적 클로즈업도 화제였다. 지난회 임영웅이 '일편단심 민들레'를 부를 땐 클라이맥스부터 30초 가까이 임영웅 얼굴만으로 화면을 채웠다. "긴 세월을 하루같이 하늘만 쳐다보니 그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을까…." 전 PD는 "자막을 읽으면 시선이 분산돼 노래 집중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를 빼버렸다"고 했다.

'트로트' 하면 떠오르는 정형화된 이미지도 깼다. 미스터트롯에 '반짝이' 의상, '백구두'는 없다. 전문가 팀이 투입돼 의상을 직접 만든다. "저희 핵심은 '고급진 슈트핏'이에요. '가요 무대' 같은 이미지를 깨고 싶었고. 각자 준비한 쇼의 콘셉트에 맞는 의상을 입히고 싶었지요."(전수경)

자막도 재치 있다. 영탁이 '막걸리 한잔'을 멋들어지게 불러 젖혔을 때 '영탁 막걸리 완판요!'라고 쓴 자막을 비롯해 '몹쓸 골반' '잔망 댄스' 같은 표현들이 웃음을 자아냈다. 20대 젊은 PD 여섯 명이 매주 이틀 밤을 새워가며 쓰고 고치고를 반복한다. 서 국장은 "오디션 프로에선 카메라 수백 대가 돌아가고 편집 시간이 길다 보니 읽으나 마나 한 이야기가 자막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자막이 중요해 특별히 공을 들이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화제만큼이나 아쉽게 탈락한 출연자들에 대한 원성도 나온다. 심사위원의 전문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서 국장은 "마스터들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과 방송분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마스터들의 현 장 판단이 정확하다"고 했다.

서 국장은 2년 전 SBS에서 TV조선으로 적을 옮기며 한 인터뷰에서 "'3% 넘는 프로그램 세 개만 하자'는 목표를 잡았다"고 했다. 지금은 시청률 30%가 목전이다. 새로운 목표를 물었다. 그는 "30% 넘고 싶다고 했다가 못 넘으면 창피하니까, 마지막 회까지 매주 제 기록을 깨는 게 목표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5/20200205001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