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남자의 일생

권영구 2018. 8. 30. 09:07

『남자의 일생』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소시민의 시

대한민국의 굴곡을 겪어낸 이 땅의 남자들의 시



 

 

출판사 서평



2017년 대한민국의 무역 흑자는 851억 달러, 세계 5위. 흔히들 도움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가끔은 사라져가는 우리의 과거가 아예 가물가물해지기도 할 지경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71년 전의 한국에 무역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기나 했을지 의문이다. 아마도 아무것도 없는 이 땅에는 갯벌처럼 운명의 발목을 잡는 지독한 가난의 기억으로 점철된 유년을 보내게 될 해방둥이들의 울음소리들만 가득했으리라 상상되지만….

이 시집의 첫 장을 열면 바로 그 울음소리부터 듣게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 수립 이후 가난밖에 없던 시절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풍파를 온몸으로 겪어낸 이 땅의 남자가 헤쳐 온 삶의 뒷모습이 나타난다. 서울은 만원이라던 시절에 보따리 하나씩 들고 너도나도 꿈을 찾아 도시로 향하던 궁색한 낭만도 더러 엿보이고, 검정고시로 피어오른 청운의 꿈도 제법 야무졌다. 돌부리에 채여 자빠지듯 눈물 섞인 억울한 좌절도 안타깝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세상 풍파를 감당해내며 속으로 되삼켰을 남자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이제 먼 뒤안길을 돌고 돌아 창조주께 귀의한 고요한 내면의 침묵….

시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거짓 없는 언어라고 한다. 물론 더러는 고상한 언어로 출세를 위해 시를 쓰는 사람도 있었고, 더러는 현학적 언어로 명예를 위해 시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소시민들은 삶의 진실과 살아있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시를 쓰고 그 자체로 행복을 느낀다. 이런 시의 속성을 두고 공자는 “생각에 거짓이 없다思無邪”라고 하였던 게 아닐까?

이 남자의 시도 마찬가지다. 투박한 질그릇 같은 순수한 언어로 빚어낸 김치동 시인의 시를 읽노라면, 그의 삶에 깊게 패인 골을 들여다보며 함께 울고 웃게 된다. 그렇게 읽어 내려가다 보면, 시행(詩行)의 오솔길에서 우리 시대의 등 굽은 아버지와 마주치거나, 혹은 그런 남자들을 키워낸 애잔한 어머니의 억센 주름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가을, 한적한 어느 공원 벤치에서, 가을의 적막함을 돋우는 귀뚜라미 울림 가득한 카페의 창가에서, 노을빛으로 물든 단풍나무 아래에서 이 한 권의 시집이 우리 시대 남자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저자소개



시인 김치동

전남 해남 출생
석곡초등학교 졸업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 합격
대학 입학자격 검정고시 합격
한국방송통신대학 행정학과 중퇴
영등포 교도소 교도관
서울특별시 공무원(관악구청)
㈜한국교통 노조위원장
㈜명진운수 근무
㈜대원운수 근무
㈜미래교통 근무시인(문학광장 신인 문학상)
작사가(남자의 일생 외 外)
함경예술단 고문(봉사단체)


저서 및 제작

노래 〈남자의 일생〉 작사
(가수:충현, 작사:김치동/작곡:김수환)

목차



작가의 말 • 5

• 제1부 • - 어머니와 가난  만경강 노을빛

간재미회 • 16  
못밥(모내기 밥) • 18    
어머니의 눈물• 20  
길가 오두막 집 • 22
참외 • 25
장모님의 굽은 등 • 26  
짬뽕 • 28
만경강 노을빛 • 30  
인동초 • 32
겨울 • 34

• 제2부 • - 사랑 & 그리움  묵호항에 가고 싶다

가시버시 • 38  
강 건너 등불 • 40  
곰배령 • 42  
당신은 참 좋은 사람 • 44  
도영이 형 • 46  
란 • 48  
여승 • 50  
수덕사 • 51  
난향 • 52
꽃비 • 54  
봉천동 • 56  
봄비 • 58
국제원예사 • 60  
묵호항에 가고 싶다 • 62
사진 • 64

• 제3부 • - 풍경 & 사물  동백

간절곶 등대 • 68  
2호선 강변역 • 70  
강원도 옥시기 • 72  
꼬막 • 74  
낙화 • 76  
단풍 • 78  
달빛 • 80  
대나무 • 82  
독곡군곡(獨哭群哭) • 84  
동백 • 86
등산 • 88  
마당바위 • 90  
모란장 • 92
물안개 • 94  
벚꽃들의 행진 • 96  
북 • 98
분갈이 • 100
새 • 102  
새들의 노래 • 104  
수락산 • 106  
수선화여, 수선화여! • 108  
수평선 • 110  
연싸움 • 112  
영산강 일출 • 114  
영춘화(迎春化) • 115
오이도 빨간 등대 • 116  
종달새 노래 • 118
지공거사 • 120  
징검다리 • 122  
징소리 • 124  
청학 • 126  
하노이의 밤 • 128  
당신은 멋쟁이 • 130  
해남 그리고 남해 • 132  
홍어 • 134
배롱나무 • 136

• 제4부 • - 사색  교회 종소리

갈무리 • 140
기적 1 • 142  
기적 2 • 144
남자의 일생 1 • 146  
남자의 일생 2 • 150  
노년의 여유 • 152  
노숙자 • 154
로또 • 156
마중물 • 158  
백발 • 160  
기도 1 • 162
기도 2 • 164  
봄날은 온다 • 166  
새벽바람 • 168
좋지 아니한가? • 170
엘리시움을 향하여 • 172  
토렴(退染) • 174
토사구팽(兎死狗烹) • 176
교회 종소리 • 178
무지개 • 180
밤기차 • 182
봄맞이 • 184
새벽길 • 186
코스모스 •188
말뫼의 눈물이여 • 190
말이 씨가 된다지 • 192
긍정의 힘 • 194
아름다운 사람 • 195
인생은 마라톤 • 196
행복한 마을 • 197
행복을 부르는 주문 • 198

출간후기 • 200

본문 미리보기



작가의 말


태어나면서 울지 않은 사람 있을까?
이 세상 살아가면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사람 있을까?

운명!

운명이란 그림자와 같은 것
운명이 나의 앞에서 앞서가기도 하고, 때로는 운명이 뒤에서
등을 떠밀기도 하더라.

길고 긴 세월을 까만 가슴으로 달려온 남자의
일생은 바람 같고 구름 같은 것을….


2018. 7. 19.
남양주시 숲 맑은 마을 청학리에서
아운雅雲 김치동





「간재미회」

삼양동 산꼭대기 동네
대일고등학교 건너편
우리 어머니의 방
덕지덕지 썩은 판자
부엌문 열고 들어가면
쉰 살 늙은 아들에게
“웠다! 내 새끼야”
반기던 우리 어머니

삼양동 시장 까만 봉지에서
간재미 풀어 놓으면
번개 같이 빠른 손길 우리 어머니
식초 냄새 코를 찔러도
뿌리고 또 뿌리고
노란 양푼 가득 새콤달콤 간재미회
우리 모자가 제일 행복한 시간

“웠다! 눈이 뻔해진다. 괴기보다 맛있다.”
우리 어머니 볼이 부풀어 오르고
나는 속으로 울며 간재미를 뽈대기에 채웠다.

지금
그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간재미회
우리 어머니 손맛을 누가 채우랴



「길가 오두막 집」

저 멀리 두륜산
산그림자 길게 드리우면
길가 오두막 집
검정고무신 아이는
오심재를 바라보며
어무니를 불렀다.

바람꽃이 전해오는 짙은 그리움
뒤안 대나무들의
소슬한 흐느낌.
그리움을 깨우는
또박또박 고무신 발자국 소리

아가!
어무니의 목소리는 늘 급했다.
아이는 눈물 콧물로
생선 비린내 어무니의 볼을 비볐다.
청상과부 우리 어무니는
생선 바구니에
자식들의 운명을 이고 다니며
한 맺힌 가슴앓이로 흐느끼는
앙상한 대나무였다.

호롱불 밝혀지면
생선 바구니에는
행복한 양식이 내려지고
그 비릿한 행복을 받아먹으며
아이는
세상을 버티는
또 다른 대나무가 되었다.

저 멀리 두륜산
산그림자 길게 드리우면
길가 오두막 집
검정고무신 아이는
오늘도
오심재를 바라보며
어무니를 부른다.



「만경강 노을빛」

징게맹게 너른들
만경강에 노을 비끼면
우리 어머니 깡마른 어깨는
땟국물로 앓았다.

쉰내 나는 옹색한 삶
만경강 흐르는 물도 들썩이었다.
                     
배고픈 설움에 허덕이던 강가에
물억새가 우솨솨 울부짖으면
물총새는 제 집 찾아 하늘 날았다.

누렁소 으음메 엄마 품을 그리면
배부름이 꿈같은 그 강가에서
마른 코딱지 같은 꾀죄죄한 삶으로
우리는 마디마디 설움을 삼켰다.

징게맹게 너른들
지평선에 해가 핏빛으로 기울면
만경강은 그리움과 설움으로

회한어린 눈시울 감추며
못 다한 노래를 품고 흐른다.



「간절곶 등대」

어둠을 쓸고 망망대해를 부르는
간절곶 등대
새해를 맞으러
간절한 소망으로 달려가면
파도는 사나운 거품을 토하며
시간을 거꾸로 몰고 간다.

수많은 별들이
바다를 향해 달리는 밤이 지나면
간절곶 등대는
밤새 충혈된 눈으로
가족들의 소망을 안고 달려온
사람과 사람들을 맞이한다.

오늘의 태양이
또 내일의 태양이련만
마음은 모두 새로운 태양을 기린다.

새해 첫날
넓은 하늘 목욕탕에서 한 해를 씻고
붉은 태양이 사람들의 함성으로 떠오르면
그제야
간절곶 등대는
긴 낮잠을 위해 간밤의 빛을 눕힌다.



「남자의 일생 1」

이 시대의 영웅호걸은
다 어디로 갔는가?
큰소리치며 천하를 호령하던
대장부들은 어디로 갔는가?

병들어 가는 지구 위에서
남자들은 자꾸 자꾸
쪼그라들어간다.

21세기 들어 맹렬한 여성들의
파워는
드디어 여성 상위시대를 만들었다.

청소도 해야 한다.
음식도 만들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남자들은
밤낮 없이 일하고 통장은
마누라가 관리한다.
용돈은 잘 보여야 쓸 만큼 탄다.

마누라
눈치코치 보며 살아야 한다.
하나님이 계산을 잘못하셨다.
남성호르몬은 감소하고
여성호르몬은 왕성해진 결과다.

아!
옛날이여
남자의 일생은
바람 같고 구름 같더라.

출간후기



꼬막 껍질보다 더 단단한 이 남자의 일생을 한 권의 시집에 담아냈습니다.


여기 한 사람의 인생이 있습니다.
그의 삶은 차가운 바닷가 개펄 속의 꼬막만큼이나 고단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흙수저’보다 더 고된, 그야말로 남도 해남의 개펄 진흙이 낳은 ‘펄수저’였습니다. 그에겐 공식적인 졸업장 대신 검정고시를 거친 합격증들뿐입니다. 그 ‘펄수저’로 일궈낸 청운의 꿈인 공무원 합격증조차 운명의 여신의 장난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었고, 이 남자의 수레바퀴는 제멋대로 굴러가버렸습니다.
이후 그는 평생을 자동차 바퀴와 친구가 되어 도시의 한복판을 달리며 삶의 고단함을 온몸으로 겪어냈습니다. 그런데도 이 남자는 집요한 시심詩心을 버리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바보 같기도… 그렇다고 바보라기에는 영특함과 예술적 감각이 너무도 번뜩이는 이 남자…. 누군가는 세상에 그런 귀신이 있다고 합니다. 시를 짓게 하는 마귀. 시마詩魔. 시인들은 모두 이 귀신에 홀려 평생을 열정에 시달리다가 세상 소풍을 마칩니다. 이 남자도 시마에 잔뜩 홀렸습니다. 고된 세월 속에서도 부지런히 시를 썼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 갈수록 태산입니다. 시마도 모자라서 더 큰 신에게 홀린 모양입니다. 젊은 시절의 시마詩魔가 그의 마음을 열정으로 유혹했다면, 이제 하나님은 멀고 먼 길을 돌고 돌아 온 그에게 지극히 고요한 평화와 행복을 주었나 봅니다. 각박하고 절박하고 급박한 세상입니다. 더하여 야박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우리도 이 시집 한 권을 손에 들고 차분히 이 남자의 삶을 반추해 보노라면, ‘나도 이 남자의 일생만큼은 행복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위안을 얻으리라 확신합니다. 어딘가에서 이 책을 펼친 독자께 이 ‘남자의 일생’이 활력을 주는 행복의 종소리로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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