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무방비로 맞는 '通商 전쟁'
입력 : 2018.03.03 03:10

2002년 미국 부시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더불어 8~30% 관세를 매겼다. 나중에 폴 오닐 재무장관이 폭로한 대로 오하이오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러스트 벨트(rust belt)', 즉 철강기업들이 모여 있는 주(州)에서 표를 모으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오닐과 에번스 상무장관 등이 자유무역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없었다. 부시는 "협력적 업무 수행 자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오닐을 해임했고, 오닐은 부시를 '귀머거리로 가득 찬 방에 있는 장님'에 비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속셈도 다르지 않다. 어차피 이들에겐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무역 규제가 자유무역에 따른 이득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론 전체 경제적 후생을 감소시킨다"는 전제는 안중에 없다. 그들 시선은 올 11월 중간선거와 다음 대선에 맞춰져 있다.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경제학 교수 출신인데도 강경 보호무역론에 동조한다. 경제학자들이 나바로에게 "(학자로서) 기본도 모른다"고 조롱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을 신줏단지 모시는 척하지만 그건 계산기를 두드린 다음이다. 통상 마찰은 역사적으로 희극과 비극을 오가면서 되풀이되고 있다. 1961~64년 미국과 유럽은 '치킨 전쟁(chicken war)'을 벌였다. 값싼 미국산 닭 가공품이 유럽 시장을 장악하면서 서독과 프랑스·네덜란드 사육 농가들이 아우성을 치자 유럽은 수입 제한과 관세를 통해 방어에 나섰다. 미국은 유럽산 경트럭과 양주, 감자 전분 등에 보복 관세를 때렸다. 2000년 벌어진 한·중 마늘 분쟁도 비슷하다. 저가 중국산 마늘 공습으로 한국 농가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중국산 마늘 관세율을 30%에서 최고 315%로 올렸다.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 잠정 중단이란 보복 조치로 맞불을 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2/20180302026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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