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리처드 세넷,김홍식 / 21세기북스 |
뉴욕 대학교와 영국 런던정경대 사회학과 교수이며 유럽 지식... 1) 상고 시대 도공부터 디지털 시대 리눅스 프로그래머까지 시...![]() |
◈ 원페이지북
1. 장인의 몰락과 물질의식
장인은 사회제도의 수립, 기계의 발전, 작업장의 변화 등을 통해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물질의식을 간직함으로써 일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장인은 수공업자보다 폭넓은 개념이다. 그들은 어떤 구체적인 일 자체를 위해 일을 잘해보려는 우리 안의 욕망을 대변한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첨단기술의 발전은 고대로 치면 장인의식이 지향했던 모델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현장의 모습을 보면, 좋은 장인이 되고자 열망하는 이들은 사회제도에 의해 사기가 꺾이고 무시당하고 있으며 그들의 모습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점점 장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일할 동기의 약화, 손과 머리의 분리, 품질 표준의 갈등이다.
르네상스기 예술이 실기에서 분리됨에 따라 작업장의 사회관계는 변화를 맞게 됐고, 작업장에서 하는 일의 기능이 독창적인 성격의 일로 변해감에 따라 작업장의 변화는 더욱 심해졌다. 이 과정에서 작업장에서 개인화가 진행됨에 따라 작업장의 자립 기반은 약화됨과 동시에, 개인의 의존성은 사회 전체적으로 커지기만 하는 역사를 밟아왔다. 또 기능의 전수와 기술 이전에 장애가 생기는 장기적인 추세가 뒤따랐다. 이로 말미암아 작업장이 발 디딜 사회공간은 부서진 파편처럼 돼버렸고, 권위란 것도 의미를 찾기 어려워졌다.
18세기 중엽의 진보적 지성들은 이렇게 깊게 금이 가고 있는 사회적 단층을 바로잡아 보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 그들은 기계를 인간에 보탬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려 했고, 동시에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기계의 위력에 비추어 인간 자신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고는 100년이 흐르면서 기계는 더 이상 이러한 인간성을 용납하지 않는 모습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기계의 위세가 세상을 지배하는 듯했다. 이런 상황은 기계에 희생당하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수공업 장인들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고전시대 문명이 출발할 때부터 장인들은 학대를 받아왔다. 그들이 인간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것은 일에 대한 신념이고, 또 작업할 물건과 마주하는 열의와 관심이다. 물질의식은 일하는 사람을 풍요롭게 해주지는 못했어도 일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이러한 의식이 있었다.
2. 장인이 기능을 습득하는 과정
장인이 기능에 숙달하는 일은 손과 언어, 불완전한 도구를 통해 상상력을 높이는 경험에서 배움을 얻는 과정이다.
장인이 기능에 숙달하는 일은 기존 서구 전통의 합리주의 모델과는 전혀 다른 과정이다. 즉 손과 머리를 같이 쓰는 과정이다. 지능적인 손의 숙달 과정은 단계를 밟아가는 단선적인 양상을 띤다. 우선, 손가락 끝의 감각이 예민해져서 그 촉감을 재보고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이것이 되면 두 손과 손가락을 조화롭게 놀리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이어서 손과 손목, 팔뚝을 한 몸처럼 쓰는 훈련에서 힘을 최소한으로 줄여 쓰는 원리를 배운다. 이 원리를 체득하고 나면 눈가는 대로 손놀림을 조절함으로써 생각을 거치지 않고 감각 자체로 다음 작업을 내다보고 변화를 예상한다. 이런 방법으로 집중 상태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 각 단계를 익히는 것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토대가 된다. 물론 훈련으로 숙달해야 되는 일이며, 각 단계를 익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말로 잘 가르쳐주는 표현을 길잡이로 쓰면 이렇게 숙달해가는 과정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표현은 없고, 이것저것 가리키는 표상이 많은 설명은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표현을 동원하는 작업 설명은 어떤 일에 대한 전체적인 감각을 키워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러한 길잡이로 쓸 만한 세 가지 표현 도구 중 하나는 초보자들이 접할 난관을 그들 입장에서 짚어주는 공감적 예시다. 둘째는 배우는 이를 낯선 상황으로 데려다 주는 장면 서사다. 그리고 셋째는 은유를 통해 가르쳐주는 방법으로, 배우는 사람 스스로 자신이 하는 행동의 틀을 창의적으로 다시 짜게끔 고무한다.
기술적인 이해는 상상력을 통해서 발전한다. 일하는 방법을 말로 가르쳐줄 때는 상상력을 자극해야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결함이 있거나 불완전한 도구를 사용하다 보면 수리 작업이나 즉흥 작업을 하는 기능이 길러지면서 상상력이 자극된다. 언어와 도구에 대한 이 두 가지 논의는 저항과 모호함이 어떻게 교육적인 경험이 될 수 있느냐는 문제에서 서로 만난다. 모든 장인은 이러한 경험과 맞서 싸우기보다 그것에서 배움을 얻어야 한다. 즉 저항을 때려 부수고, 모호함을 걷어내는 게 아니라 저항과 모호함을 다스리고 때로는 참아내면서 그 상태와 사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일을 잘해낼 수 있다.
3. 장인노동의 완성 요건
장인노동을 완성하는 데는 일을 잘하려는 욕구 관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 조직이 필요하다.
일을 잘하려는 욕구는 전혀 단순한 욕구가 아니다. 더욱이 이런 개인적인 동기는 사회 조직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누구라도 자기 안에는 일을 계속해서 잘하고 싶고 그렇게 두각을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의욕에 찬, 개인적 동기가 전부는 아니다. 조직과 제도가 그러한 근로자의 사회적 모습을 갖춰줘야 하고, 경쟁을 피할 수는 없어도 경쟁을 위한 경쟁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근로자는 일하는 과정 자체에서 생기는 강박관념을 스스로 반문도 하고 다독이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일을 잘하려는 욕구는 어느 일을 내 일이라고 느끼는 직업 관념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잘못 짜인 조직은 삶을 일궈가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무시한다. 반면 잘 짜인 조직은 그러한 욕구를 잘 활용한다.
장인노동을 완성하는 데는 재능보다 동기가 더 중요하다. 질을 추구하는 장인의 욕구는 오히려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작업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강박관념으로 말미암아 일 자체를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장인으로서 실패하는 이유는 능력 부족보다는 강박관념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데서 연유할 때가 더 많다. 일을 잘해낼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대다수 사람이 지적인 장인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믿음은 여전히 합당하다.
◈ 서평
우리 모두 장인이 되자
오늘날 우리는 삶을 능숙하게 살기 위해서 장인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부처는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는 수행법의 하나로 정진(精進)을 중시했다. 정진이란 열심히 일하는 것, 한 눈 팔지 않고 눈앞의 일에 몰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그룹 명예회장은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며, 일에 대한 정진은 마음과 인격을 연마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중략...한국경제 2010. 10. 5.)
경영학에서는 장인정신으로 특정업무에 몰입하는 것을 발톱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것에 비유해 외곬이라고 묘사한다. 어떤 분야든 장인정신은 고도로 숙달된 기능에 바탕 한다. 공통적으로 쓰이는 장인의 척도가 있는데 마스터 목공이나 마스터 연주자의 기량에 도달하려면 1만 시간가량의 실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장인 의식을 면면히 이어지는 인간의 기본적 충동이자 일 자체를 위해 일을 잘 해내려는 욕구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저자의 독특한 관점은 행동과 이론, 기술과 표현, 장인과 예술가, 제작자와 사용자를 구분하는 데서 온 강박관념을 벗어나 일과 노동을 인간의 일부로 본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장인은 일 자체를 위해 일을 훌륭히 해내는 데 전념하고 있는 이들이다.
도구적 합리성에 매몰된 노동이라는 근대적 규정을 뛰어넘고자 하는 이 책의 도전적 문제의식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기 위한 토대로서 장인 정신을 이야기한다. 그 결과 인간의 능력과 사고가 만들어낸 도구, 기술들을 통합해 생각하는 손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끌어올렸다. 즉 이 책은 시공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장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장인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정립하고, 장인의 신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리처드 세넷의 『장인』은 오늘도 또 출근해야 돼 라고 말하면서 아침마다 툴툴거리며 출근길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한번 정독해 볼만한 책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을 받아들인다. 때문에 일은 고된 것이고 휴식은 그 반대로 즐겁고 유쾌한 것이라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일 자체를 위해 일을 잘 해내려는 욕구도 갖고 있다. 즉 누구나 훌륭한 장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단, 장인은 지식과 기능을 계속 축적해 가면서도 세월이 지날수록 한 가지 일만 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는다. 오늘날 우리도 이런 장인 정신을 되살려 그 한 가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 저자소개
리처드 세넷 - 노동 연구의 최고 권위자
뉴욕 대학교와 영국 런던정경대 사회학과 교수이며 유럽 지식인 사회에서도 주목받는 몇 안 되는 미국인 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저서로는 노『계급의 숨겨진 상처(THE HIDDEN INJURIES OF CLASS)』(1972), 『공인의 몰락(THE FALL OF PUBLIC MAN)』(1974),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1998), 『불평등 사회의 인간존중(RESPECT IN A WORLD OF INEQUALITY)』(200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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