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서 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가 마치 칭찬 스티커에 중독이라도 된 듯, 아이들에게 스티커를 나누어주는 모습을 본다. 아이들 동기부여 차원이라는데, 과연 효과적일까? 전략가 손자는 자신의 병법 책에 "屢賞者 窘也 數罰者 困也(누상자 군야 수벌자 곤야)"라는 말을 남겼다. 상을 남발하는 것이 사정이 급하다는 말이요, 벌을 남발하는 것이 상황이 딱하다는 말이다. 리더가 위엄을 갖추고 구성원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순종하면 상벌이 남발될 이유가 없다.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된 후, 교사가 수난을 당했다는 신문기사와 칭찬스티커를 사용하는 교사, 학부모가 동시에 늘어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니, 체벌을 할 수 없는 교사가 칭찬스티커라도 동원해야 하는 것이리라.
보상만으로는 동기부여에 한계가 있다
보상제도를 설계해야 하는 인사담당자의 사정은, 교사나 학부모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원을 동기부여하기 위해 점점 더 급여나 복리후생과 같은 외적 요인에 의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회 전반에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많은 관리자들이 직원들 태도가 예전같지 않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입바른 소리 한다고 나섰다가 골통 관리자가 되지 않으려고 몸을 사린다. 그래서, 점점 보상을 비롯한 외적 요인에 의존하게 되지만, 이것만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한계효용의 법칙이 말해 주듯이, 회사가 제공하는 외적 요인의 만족감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한 금융회사 인사담당자의 고민상담을 하게 되었다. 30여 년 전, 회사 창립과 함께 고졸직원으로 입사하여 관리자로 승진하지 못한 채 남아있는 직원들의 연봉 평균이 1억 원을 넘는다고 했다. 이제 50대 중반에 도달한 이들은 연봉 4천만 원을 받는 후배직원들이 하는 수준의 일을 하면서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일찌감치 승진을 포기한 이들은 경영진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조직의 변화에 대해 저항하는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더 이상 어떤 인센티브도 동기부여 요인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급기야 회사는 저성과자를 퇴출하는 벌칙제도를 강제하여 이들을 움직여보려고 하고 있었다. 대화 내내 인사담당자도 필자도, 상황이 이렇게 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했었다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원칙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효과적인 보상은 업무 그 자체가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보상은 직원의 수고에 감사를 표하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장치이지, 그것이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되면 조만간 조직에 문제가 생긴다.
잘못된 보상은 업무몰입을 방해한다
혹자는 이 말을 듣고 신상필벌은 조직운영의 기본이 아니냐고 묻는다. 맞다. 한비자가 信賞必罰 (신상필벌)을 언급하면서, "공이 있으면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반드시 상을 내리고 잘못이 있으면 아끼는 사람이라도 벌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신상필벌이 부실하면 구성원들은 잘못된 보상과 징계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업무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어 조직의 성과가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상황을 뒤집어 보면, 신상필벌을 명확하게 하라는 이유가 나온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잘 설계된 보상제도는 구성원들은 보상이나 징계에 대한 생각을 잊고 업무 그 자체에 몰입하게 만드는 제도다.
잘못 설계된 보상제도가 의도와는 반대로 구성원의 업무몰입을 방해하고 성과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서 이미 제기되어 왔다. 유명한 '양초 실험'의 예를 보자. 게슈탈트 심리학자 칼 던커가 개발한 '양초 실험'에서, 피실험자로 참가한 학생들은 짧은 시간 내에 양초에 불을 붙여 벽에 고정하는 과제를 풀어야 했다. 이 실험이 성공하려면, 양초를 벽에 고정하는 데 사용하는 압정이 들어있던 상자를 양초 받침대로 전용한다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인센티브제도를 적용하자 학생들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즉, 보상제도를 적용했더니 성과가 떨어진 것이다. 인센티브제도가 성과를 높인다는 주장을 하늘의 계시처럼 믿어왔던 경영자들은 이 실험결과에 당황했다. 널리 알려진 바처럼 인센티브제도는 사고의 집중력을 높이고 또한 직진성도 강화한다. 사고의 직진성이 강하다는 말은, 한 가지 사고를 시작하면 생각의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자유롭고 창의적 사고가 중요한 과제해결에서 사고를 경직시키는 인센티브제도가 부작용을 일으켰던 것이다.
기업체 R&D 연구원들의 보상제도 컨설팅을 하면서, 필자는 이점을 착안하여 보상제도 설계를 제안했다. 해당기업의 연구원들은 연구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인센티브 기획 박탈을 우려해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지 않았다. 연구원들이 보상이나 징계에 대한 생각을 잊고 업무 그 자체에 몰입하도록 만들기 위해 기본급의 비중을 높이고 개인성과급의 비중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연구원들 사이에서 새로운 시도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줄었다. 그리고, 경쟁보다 협업을 유도하면서 연구결과가 상품으로 이어지는 기간을 감안하여, 측정기간이 1년이 넘는 장기 집단성과급제를 제안했다. 연구원들은 비로소 근본적인 기술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노라고 격려의 인사를 전해왔다.
진정한 동기부여는 일 자체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보상제도만 잘 설계했다고 충분하지 않다. 문제의 단초를 제공했던 학교로 돌아가 해법도 찾아보자. EBS가 제작한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여러 명의 초등학생들에게 1시간 마음껏 책을 읽게 하고 이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책을 다 읽으면 칭찬스티커를 주겠다고 선생님이 이야기하자,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한 시간 동안 무려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역시 보상제도가 성과를 높인 것이냐고?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은 책을 읽어 치웠다. 대부분 아이들은 동생들이나 볼 법한 유치원 학생용 그림책을 찾아 쌓아놓고 읽었다. 책을 통해 정보를 얻고 감성을 키우는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고, 칭찬스티커가 아이들의 마음을 지배했던 것이다. 그런데, 유독 두 형제는 스티커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학년용 소설을 찾아 책 속에 빠져들었다. 실험을 마친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형제의 엄마는 새삼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은 당연한 일로 칭찬 스티커를 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 생각하며, 그래서 여태껏 한 번도 칭찬 스티커를 주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학생들은 당연히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에 칭찬스티커에 중독되어 있던 다른 학부모들은 고민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공부하고, 직원들은 일을 해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에 매번 보상을 하면, 당사자는 책임감이 줄고 보상에만 길들여진다. 인사담당자는 현명하게 보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이 잘못된 보상을 소재삼아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적, 심리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신상필벌은 명확하게 하자. 하지만, 진정한 동기부여 요소는 업무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직원들이 자신의 재능에 맞는 일을 조직 내에서 찾아낼 수 있도록 직업탐사의 기회를 주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의미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사소통한다면 자발적이고 활기찬 조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받다니, 나는 정말 행운아인 가봐'라고 말하는 구성원이 늘 수록 조직은 발전할 수 밖에 없다.
김용성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최고위 협상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마케팅부, 미국상무성, 윌슨러닝을 거쳐 휴잇코리아에서 리더십 컨설팅 책임자를 두루 거친 HRD 전문가다. 국무총리실, 포스코, 샘표, 한국전력 등에서 다수의 강의를 진행한 바 있으며, 현재 IGM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경영지해>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