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나쁜 일’ 애초에 차단하라

권영구 2011. 9. 2. 09:59

‘나쁜 일’ 애초에 차단하라
난해한 트리즈 쉽게 배우자 <9편> 사전반대조치

달 탐사선을 만들던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원들은 당황했다. 어두운 달 표면을 비추기 위해서는 탐사선에 전구를 달아야 하는데 실험을 해보니 우주선에서 내릴 때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전구 유리가 깨졌다. 당신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흔히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발생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 경우 강화유리 등 충격에도 쉽게 깨지지 않는 재료로 전구를 만들겠다는 대답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더 손쉬운 해결책이 있다. 전구 유리를 없애면 된다. 어떻게 이런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까? 전구를 유리로 감싸는 이유는 필라멘트가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탐사선이 활동할 미래의 장소, 달에는 산소가 없으니 필라멘트가 타지 않는다. 그러니 애초 유리가 깨지는 것을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왜 이렇게 쉬운 문제가 NASA의 우수한 과학자들을 괴롭혔을까? 그들 또한 현재의 관점에서만 문제를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천재들은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 미래의 관점에서도 문제를 바라본다고 한다. 문제를 통시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사고가 풍성해지고 뜻하지 않았던 해결책도 나온다.

오늘 소개할 트리즈 해결원리 9번 ‘사전반대조치’와 다음에 소개할 10번 ‘사전예비조치’는 미래를 예측해 대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9번 ‘사전 반대 조치’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정적이고 유해한 역기능’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10번 ‘사전예비조치’는 미래에 있을 활동을 도와주는 ‘순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9번이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미리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라면 10번은 과자봉지의 끝을 자르기 쉽게 미리 칼질을 해두는 방식이다.

 
사전반대조치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미리 대응능력을 키워두는 것이다. 앞에 예로 들었던 예방 접종처럼 강의나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거나, 전쟁에 대비해 모의훈련을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필자는 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개발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은행의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는 것은 수년간 수천 명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엄청난 일이다. 또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금융시스템은 국가전산망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자칫 시스템 전환 작업이 잘못되면 국가 전체에 재앙에 가까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위험에 대비해 은행에서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비상계획)을 세워두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비상훈련을 실시한다. 하고 또 하고, 훈련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실제 전환 작업 시 문제가 발생했고 비상계획에 따라 침착하게 대응한 덕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둘째는 예측 가능한 문제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구조 조정 전 보상, 전직 알선, 재취업 교육을 실시하거나 근무시간 단축, 임금 피크제 등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는 조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찜질방 주인의 고민 중 하나는 수건 분실이다. 목욕 후 손님이 가져가는 수건이 한 달 평균 500장 정도라고 하니 웃어 넘길 비용이 아니다. 해결책을 고민하던 주인은 수건에 ‘훔친 수건’이라고 적었고 그 후 수건 분실이 1/10로 줄었다. ‘훔친 수건’이란 글자를 꺼림칙하게 여긴 손님들이 가져가지 않게 된 것이다. 표현이 다소 지나쳤다는 느낌은 들지만 이런 식의 대응은 대기업에서도 하고 있다. 스타벅스도 분실을 막기 위해 머그컵에 ‘매장에서 사용하는 머그입니다’ 라고 새겨 넣었다. 이처럼 하나의 원리를 이해하면 여러 방면에 응용할 수 있다. 찜질방 수건이나 스타벅스 머그컵이나 분실을 막기 위한 해결방식은 같은 것이다.

  기업에서는 오랜 실험 과정을 거쳐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제품이라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사용자가 사람이기 때문에 오작동 등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상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폐점 시간에 문이 안 열려 몇 시간 동안 건물에 갇혀서 고생한 사람이 있다. ‘분명히 이 문으로 나가라는 안내방송을 들었는데......’ 화가 난 고객은 문을 두드리다 지쳐 발로 차며 분풀이를 했다. 겨우 경비를 만나 나갈 수 있었는데 확인 결과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당겨서 여는 문을 계속 밀고 나가려고 했던 것이다. 멍청한 사람이라고 웃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은 안 드는가? ‘당겨서 열라’는 안내 문구만 붙어있었어도 고객은 불 꺼진 건물에서 공포의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있었다. 설령, 자신의 실수였다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을 것이다. 

일상생활 중, 이런 식의 실수는 비일비재로 발생한다. 헤드라이트를 안 끄고 내려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돈을 찾고 카드를 인출기 안에 넣고 가거나, 첨부 파일을 빠뜨리고 메일을 보내거나, 예금 잔고를 착각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이런 문제를 단순히 고객의 실수라고 치부해 버리는 기업은 발전 가능성이 없다. 사랑 받는 기업이 되고 싶다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고객의 실수까지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앞에 예로 들었던 실수들도 조금만 고민했다면 쉽게 막을 수 있었다. 시동을 끄면 헤드라이트도 꺼지게 하거나, 카드를 빼야만 돈이 나오게 하거나, 구글은 메일에 ‘첨부 파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 파일을 첨부하지 않으면 팝업창을 띄워 확인하게 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고객을 위할 때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웅진은 비데나 정수기 필터 교체시기에 안내 전화를 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영업에도 활용한다. 현대카드에서는 직원 휴게 공간에 ‘통곡의 벽’을 만들어 고객 불만족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자동안내전화(ARS) 조작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은 곧바로 상담원과 연결되게 하는 자상한 서비스도 이 과정을 통해 나왔다. 일본에서는 제품 개발 전 ‘포카요케’를 실시한다(영어로는 Fool Proof System 이라고 한다). ‘포카’는 부주의한 실수,  ‘요케’는 예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객이 실수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을 말한다. 고객과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발생 가능한 문제를 모두 끄집어내 예방 대책을 세워보자. 그곳에 새로운 시장이 있다.

<한호택 IGM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