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타지 장사 성공 비결은 ‘눈높이 마케팅’

권영구 2011. 9. 1. 10:32

타지 장사 성공 비결은 ‘눈높이 마케팅’
글로벌 기업 사례로 살펴본 해외시장 현지화 전략

물설고 낯설은 해외시장에 진출한 기업.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해외에 진출한 유통기업 5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요소로 철저한 현지화(48.3%)가 꼽혔다. 서비스 차별화(41.4%)와 브랜드 및 품질관리(22.4%) 등은 그 다음이었다.

사실 소비를 하는 주체가 현지인이므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 마케팅은 당연지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이를 쉽게 간과하곤 한다. 제품 개발부터 세일즈까지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펼쳐 글로벌 경쟁에서 앞장서고 있는 다국적 기업 3곳의 사례를 통해 눈높이 마케팅의 핵심을 살펴보자.

 

#1. 유럽•미국서도 잘 팔리는 간장, 기꼬망
데리야키 소스 등 쓰임새를 현지에 맞추다

100년 전통의 간장생산업체인 일본 기꼬망. 이 기업은 지난해 전체 매출 중 45%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거둬 들였다. 기껏해야 일부 아시아 시장에서나 쓰일 법한 간장으로 어떻게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해외에서 벌어들일 수 있을까? 그 비밀은 기꼬망의 지역별 마케팅에 있었다.

먼저 유럽 지역에서 기꼬망은 ‘기꼬마니아(기꼬망+마니아)’ 콘테스트를 여는 등의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시안 음식재료가 생소한 유럽인들에게 간장의 쓰임새를 알리기 위함이다. 콘테스트는 참가자들이 간장을 활용한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고 그 요리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기꼬마니아 홈페이지(www.kikkomania.com)에 직접 올리면 다른 네티즌들이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 없이 핸드폰으로 요리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올리면 되니 간단했고 그 결과 이 마케팅의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간장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간장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고, 참여자가 고안해 낸 기발한 레시피가 대중들과 공유돼 간장 사용을 확산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한편, 기꼬망 해외시장 매출의 3/4 이상을 차지하는 기꼬망 미국(Kikkoman USA)은 어떨까? 지난 195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첫 진출한 기꼬망은 이 후 16년만에 첫 해외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그새 미국 소비자들의 간장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인이 간장을 어디에다 쓰는 걸까? 바로 데리야키 소스 덕분이다. 당시 미국은 비만을 유발하는 식습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때마침 기꼬망은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일본식, 특히 발효식품이 건강식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미국인들의 입맛을 공략한 테리야끼 소스를 개발했던 것이다. 고기가 주식인 미국인들의 식생활에 필요한 니즈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냄으로써 기꼬망의 테리야끼 소스는 이제 케첩이나 마요네즈처럼 미국인들이 즐겨찾는 식재료가 되었다.

기원전 500년경 중국인들이 개발해 동양 문화권에서 두루 쓰인 ‘간장’이 유럽, 미국 등지에까지 손을 뻗칠 수 있었던 데에는 기꼬망의 서양식 눈높이 마케팅이 주효했다. 

 

#2. 인도에선 코카콜라보다 앞선 펩시
“돈 없다고 웰빙 욕구도 없는 건 아니다”

기꼬망이 선진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창출하는 데 눈높이를 맟추었다면, 신흥국 시장의 사회, 문화적 특성을 분석해 소비자의 숨은 욕구를 충족시킨 사례가 있다. 바로 펩시다. 펩시의 인도 시장 타게팅 전략은 ‘가난하다고 해서 웰빙 트렌드에 역행하는 정크푸드에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소득 수준이 낮다고 해서 건강을 챙기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펩시는 글로벌 뉴트리션 그룹을 론칭했고, 현재 인도시장에서 코카콜라를 제치고 음료업계 1등 자리를 꿰찼다. 인도에서 통(通)하고 있는 펩시의 대표적인 식음료 제품으로는 ‘레하르 철분에너지(lehar iron chusti)’를 비롯해 ‘글루코 플러스(gluco plus)’ 등이 있다. 제품명은 펩시의 인도 브랜드인 레하르(Lehar)라는 이름에 에너지를 뜻하는 힌두어인 추스티(chusti), 그리고 철분(iron) 함유를 표현하고 있어 영양상태가 고르지 못한 인도 저소득층들의 구미를 자극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펩시가 거둬들인 인도 시장내 매출은 15억 달러다. 단 돈 2루피(4센트)의 저가제품이었지만 저소득층(Bottom of Pyramid)시장의 거대한 소비자층을 공략하기엔 제격이었다.

미국 등 선진국 콜라 시장에서는 늘 코카콜라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내왔던 펩시지만 BOP시장에서는 다르다. 비탄산음료 제조사나 식품기업 등과의 M&A, R&D증대를 통한 제품군 확대로 이머징 마켓의 승자 자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3. 중국서도 무균팩 1위 기업, 테트라팩
CSR 활동으로 신뢰 쌓아 마음의 문 열다

마지막으로 현지 산업 수준을 향상시키는 CSR활동을 중점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워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스웨덴의 식품 패키지 업체 테트라팩. 순 매출액만 90억 달러가 넘는 이 거대 기업은 중국 시장을 잡으려고 ‘통큰 리더십’을 발휘했다.

2008년 중국에서는 분유에서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멜라민을 넣어 제품 성분을 표시할 때 단백질 함유량을 많게 하려는 유제품 업체의 의도였다. 영유아 6명이 숨지고 무려 30만명이 신장결석에 걸리는 등 피해사례가 속출하자, 중국 소비자들은 중국산 유제품을 철저히 외면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산 유제품 패키지 시장에서 점유율이 치솟고 있던 테트라팩은 이 불미스러운 사태의 영향으로 때아닌 불황을 겪게 됐다. 매출 급감은 물론 중국 소비자들의 불신과 한층 까다로워진 정부의 규제 등이 낙농 업계 전체에 도전적인 과제로 남겨졌다. 이 때 산업 전체에 힘을 불어넣는 활동을 펼친 기업이 바로 테트라팩이다.

제품 성분 자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던 테트라팩이 어떻게 궁지에 몰린 중국의 낙농 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었을까.



테트라팩은 낙농산업 전반을 일으키려면 가장 기초적으로 원료유 생산 과정에서의 위생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유제품 제조나 유통, 보존, 그리고 관리 공정을 효율적으로 향상시켜 나가기로 결심했다. 우선, 유럽 선진국들의 위생 관리법을 벤치마킹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중국 낙농업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위생관리법을 가르치기 위해 훈련학교까지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교육의 효과를 국가 전반에 확대시키기 위해 전문 지식이 담긴 DVD나 책을 제작해 보급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 30개 이상의 중국기업들이 EU의 식품 위생기준을 따라잡는 성과를 냈다.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 산업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리더십을 보여준 덕분에 테트라팩은 중국 무균팩 시장의 점유율 95%를 차지할 수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남들보다 두드러지려면 각 나라, 문화권별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공략해야 한다. 단지 잘사는 나라나 이국적인 문화권에서 인기를 끈 제품, 서비스라고 해서 쉽게 구매욕을 가지는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여전히 해외시장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퇴출당하는 기업들이 많다. 현지 기업들이 이미 제공하고 있거나 그보다 못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눈높이 전략을 떠올리자. 타지 사람들이 진정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그에 걸맞는 마케팅 전략을 펼칠 때 타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관통할 수 있을 것이다. 
 
<최훈진 IGM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