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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굴욕적 참패…누구의 잘못인가

권영구 2011. 8. 11. 11:04

 

한일전 굴욕적 참패…누구의 잘못인가

데일리안 | 입력 2011.08.11 10:29

[데일리안 안경남 기자]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일본은 강했고 한국은 무기력했다. 마치 유럽 강팀과 평가전을 갖는 듯 했다. 1년 전 완승이 오래된 추억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감독의 전술? 선수들의 컨디션? 아니면 단순한 실력 차이? 한국의 일본 원정 11년 무패 기록은 너무도 참담하게 깨졌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10일 일본 삿포로 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가가와 신지와 혼다 케이스케에게 골을 내주며 0-3으로 완패했다.

37년 만의 한일전 최다 점수 차 완패다. 한국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 평가하지 못할 정도로 총체적 난국 속에 무릎을 꿇었다. 언론과 팬들에겐 희생양이 필요하고 그것은 조광래 감독이 될 수도, 주장 박주영이 될 수도, 아니면 선수단 전체가 될 수도 있다.

수많은 분석이 가능한 경기였다. 김영권의 부상은 좋은 핑계거리다. 하지만 김영권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더라도 이날의 패배를 막진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한국은 경기 초반 다소 터프한 플레이를 제외하곤 일본을 제압하지 못했다. 압박은 비효율적이었고 수비는 상대 움직임을 뒤 쫓기에 바빴다.





◇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대표팀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 평가하지 못할 정도로 총체적 난국 속에 무릎을 꿇었다. ⓒ 연합뉴스

조광래 감독의 실수

잘하면 만화축구가 되고, 이렇게 완패하면 곧바로 역적이 되는 것이 감독이란 직업이다. 우리는 몇 개월 전 세르비아와 가나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대표팀을 보았다. 당시 대표팀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사실 홈에서 열리는 평가전은 발을 맞추는 것 외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상대는 최상의 전력이 아니고 주변 환경을 포함해 모든 것이 홈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기억해야할 점은 조광래호 출범 이후 원정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터키와 비겼고 아시안컵에선 3위에 그쳤으며 일본에 완패했다.

이날 조광래 감독은 늘 그랬듯이 사전에 베스트11을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날 드러났듯이 조광래 감독이 선택한 선발진이 최상의 컨디션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주영은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컨디션이 올라와 있지 않았다. 이는 김정우도 마찬가지였다.

또 한 가지 드러난 문제점은 벤치 멤버와 주전 간의 실력과 호흡에 큰 차이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홍정호와 김영권의 부재는 수비라인에 붕괴를 초래했다. 이러한 선수 변화는 앞으로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변수다.

공격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동원과 이청용의 대체자로 경기에 나선 이근호와 구자철은 공격적으로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팀원들 간의 유기적인 플레이도 부족했고 포지션을 바꿔가며 상대를 흔드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근호는 직선을 고집했고 구자철은 움직임의 폭이 좁았다.

갑작스런 부상에 따른 교체이긴 했지만 조광래 감독의 변화는 무언가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새롭게 들어간 선수는 적응을 하는데 애를 먹었고 그로인해 후반에는 공수 간격이 벌어지며 잇따라 2골을 내주기도 했다. 아직까지 선수들 스스로 자신들의 확실한 역할을 인지하지 못한 듯 보였다.

무기력한 대표팀

때로는 감독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발생하곤 한다. 이날 한일전이 그랬다. 선수를 교체하고 전술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었다. 한 번 어긋난 조직력은 좀처럼 살아나질 않았고 수비는 일본의 패스 게임에 우왕좌왕했다.

박주영에겐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 만큼의 충격이 큰 경기였을 것이다. 팀의 주축 공격수이자 포스트 박지성의 선두주자로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세르비아, 가나전 당시 자신감 넘쳤던 공중볼 싸움과 볼 키핑은 사라졌고 좌우를 쉼 없이 오가던 활동량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날 미드필더가 힘을 받지 못한 건 전방에서 볼을 소유하지 못하고 후방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셀틱에서 활약 중인 차두리만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줬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일본 공격수들에게 압도당했다. 이정수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최고참이 흔들리자 이재성과 박주호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후반 막판 수많은 기회를 놓친 김신욱의 플레이도 아쉬웠다. 확실히 김신욱의 컨디션이 박주영보다 좋아보였다. 조광래 감독이 정말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베스트11을 구성하는지, 아니면 선수의 이름값과 그동안의 활약만을 놓고 선발 명단을 짜는지 의문이 되는 부분이다.

김신욱에겐 분명 아쉬운 경기였다. 조금만 힘을 빼고 슈팅을 시도했다면 최소한 2골을 넣을 수 있었다. 팀이 뒤지고 있고, 파이팅이 필요했기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중거리슛이 하늘로 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한일전은 한국 대표팀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줬다. 문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문제점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비록 라이벌에게 참패를 당했지만 이것이 향후 대표팀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데일리안 스포츠 = 안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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