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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답지 못했던 김태균의 ‘비겁한 변명’

권영구 2011. 7. 28. 10:37

 

프로답지 못했던 김태균의 ‘비겁한 변명’

야구타임즈 | 야구타임스 | 입력 2011.07.28 07:31


[야구타임스 | 이준목] 김태균(29)의 일본무대 도전은 거창했던 시작과 달리,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그리고 허무하게 마감됐다. 27일 공식적으로 지바 롯데와의 결별을 발표한 김태균은 지난 2009년 11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바 롯데 입단 계약을 발표한 후 정확히 621일만에 일본생활을 정리했다.

김태균이 한국 복귀를 결정했다고 해도 어차피 올 시즌 중에는 국내 구단과 계약을 맺고 뛸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상 신고 선수와 미계약자, 군복무자,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FA 선수는 시즌 중 선수 등록이 불가능하다. 허리부상으로 지난 6월에 이미 귀국하며 부상을 치료중인 김태균은 다음 시즌 새로운 소속팀을 구할 때까지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균의 복귀는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간 수많은 한국 선수들이 일본야구의 문을 노크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선동열 정도를 제외하면 일본무대를 떠날 때 유종의 미를 거둔 선수들이 별로 없을 정도로 일본무대는 만만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개는 실력이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팀 내 입지를 굳히지 못해 돌아와야 했던 경우였다.

김태균과 함께 일본에 진출했다가 1년만에 KIA로 돌아온 이범호만 해도 그랬다. 이범호는 일본에서 구단 수뇌부간 엇갈린 이해관계로 인하여 이미 팀 내 입지를 상실했던 상태였고, 따라서 반드시 국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태균은 다르다. 올 시즌에는 부상과 여러 가지 심리적인 요인들이 겹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비교적 무난한 활약을 보이며 일본시리즈 우승경험까지 쌓았다. 지바 롯데 구단 역시 김태균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도 김태균은 다른 선수들처럼 어쩔 수 없이 국내로 돌아온 게 아니라 '제 발로' 먼저 계약해지를 선언했다.

김태균 측이 제시한 이유라는 것은 계속된 부상과 슬럼프로 인한 자신감 상실, 그리고 올해 초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다. 김태균은 "계속 있어봐야 팀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먼저 구단측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듣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실소를 자아내는 구차한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번의 김태균같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고 돌아오는 무책임한 경우는 외국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들만큼 황당한 케이스다.

김태균이 일본무대에서 느꼈을 타지생활의 외로움이나 스트레스 등은 물론 '인간적으로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꿈을 찾아 해외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로 짊어져야 할 고민이다. 김태균은 '프로'다. FA자격을 얻어서 일본행을 결정한 것도 본인의 선택이었고, 그로 인하여 많은 부와 명예 또한 거머쥐었다.

지금도 일본무대에서는 꽤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승엽이나 임창용같은 선수들은 김태균보다 훨씬 오랜 시간 일본무대를 누볐고, 산전수전 쓴 맛도 훨씬 더 많이 겪으면서도 프로의식 하나로 버텨왔다. 그런데 김태균은 팀의 4번 타자로서 실망스러운 활약을 보인데다, 부상 치료를 이유로 조기 귀국하더니, 이제는 "지진이 무섭다" 또는 "가족이 걱정된다"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내세워서 약속된 계약을 파기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정말 지진을 핑계로 댈 것이었다면 차라리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계약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전반기를 보내고 난 뒤,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국내에 돌아와서 이런 식의 처신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기회주의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는 오고 싶고, 야구도 잘 안되니 이제와 구차하게 지진 핑계를 대서 국내로 도피하려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김태균의 모습을 과연 프로선수다운 책임감 있는 처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태균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지바 롯데 구단이나, 지금도 일본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물론 그들도 모두 소중한 가족이 있다)은 김태균의 우스꽝스러운 변명을 보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만일 지금 한국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전쟁이 날까 무서워서 한국에서 뛸 수 없다.'고 말하고 계약을 파기한다면 국내 팬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묻고 싶다. 김태균은 도대체 '해외진출'이라는 것을 얼마나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일까. 단지 FA 자격을 얻었고, 스타가 된 김에 일본무대에 진출하여 쉽게 일확천금이나 벌어보자는 안이한 생각을 가졌던 게 아니라면, 이토록 무책임한 언행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쉽게 포기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김태균같은 사례는 앞으로 해외무대를 꿈꾸는 한국야구 스타들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선입견을 남기는 사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로답지 못한 김태균의 '비겁한 변명'으로 인해 한국 야구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