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알면 득이 되는 인간의 은밀한 본성 4가지

권영구 2011. 5. 20. 11:01

알면 득이 되는 인간의 은밀한 본성 4가지
기사입력: 10-03-22 17:59   
사람의 마음을 읽는 새로운 틀, 행동경제학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는 뜻의 ‘넛지’가 지난 한해 마케팅업계에서 히트를 쳤다. 넛지는 타인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규제나 혹은 물질적 유인 없이도 가능하다는 개념으로 부드러운 설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마케팅에 도입했다. 넛지는 최근 유행하는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문구다. 행동경제학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것이 일상 생활이나 기업 경영에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 살펴보자. (편집자주)


전통경제학에 현실성을 더한 것이 행동경제학
남자 소변기 속에 파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면?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넛지>에 나왔던 유명한 이야기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은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를 붙여 놓음으로써 소변기 밖으로 떨어지던 소변을 30%나 줄였다고 책은 소개했다. 즉,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어떤 목표물을 조준하는 심리가 있다는 것. 이처럼 인간은 어떤 합리적인 논리로는 잘 납득이 안가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과 행동을 분석해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바로 <넛지>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석좌교수다. 탈러 교수는 전통 경제학의 이론적 근거인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동물)’라는 개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탈러는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인간은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탈러의 주장이 나온 배경에 행동경제학이 있다. 행동경제학은 비현실적인 가정에서 인간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발생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관찰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패턴화 시켜 원인을 분석해 활용법을 연구한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모습을 보듬으며 전통경제학이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던 부분을 메우고 있다. 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은 학문 이외의 가치는 없을까? 행동경제학이 연구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패턴 중 알아두면 일상 생활이나 기업 경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4가지를 골라봤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패턴 1. 닻 내림 효과
잠깐 수학 문제를 풀고 가보자. 3초 동안 다음 문제를 계산해 답을 어림짐작 해보자. 1x2x3x4x5x6x7x8, 떠오르는 답은 몇인가. 행동경제학 연구자들이 실험해본 결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이 문제에 512 정도를 답으로 떠올렸다. 그렇다면 그 다음 문제도 역시 3초 동안 답을 짐작해보자. 8x7x6x5x4x3x2x1. 이번에는 어떤 답으로 떠오르는가. 눈치챘겠지만, 두 문제는 숫자의 배열만 바꿨을 뿐 같은 문제다. 문제의 답도 당연히 40320으로 똑같다. 하지만 두 번째 문제를 풀었던 사람들은 두 번째 문제에 평균적으로 2250을 답으로 떠올렸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같은 수학 문제에 비슷한 답을 내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행동패턴을 ‘닻 내림 효과’라고 정의했다. 정박하기 위해 닻을 내린 배는 닻 주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먼저 들은 특정 숫자를 마음에 닻으로 삼아, 그 숫자를 기준 삼아 다음 선택을 결정하는 행동 패턴을 닻 내림 효과라고 한다. 실제 사람들이 하한가로 내리닫는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닻 내림 효과 때문이다. 주식을 살 때의 가격이 닻이 돼 그 이하로 떨어진 주식을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값이 매우 저렴한 여행 패키지 상품을 보면, 기본 가격 외에 추가되는 가격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결재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슈퍼마켓에서도 닻 내림 효과를 피하진 못한다. ‘특별 할인, 1인당 5개까지 구매 가능’이라는 말을 들은 우리는 하나만 사려고 했던 제품도 5개를 사게 된다. 5라는 숫자에 닻이 내려진 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 속에 ‘잘못된 기준점’을 세우고 있었다.

 

▶닻 내림 효과 이용법: 당신이 원하는 수에 먼저 닻을 내려라!
그렇다면 닻 내림 효과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숫자와 관련돼 있는 닻 내림 효과는 가격 협상에서 활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바로 당신이 먼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단, 수치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알리면 된다. 상대가 당신이 제시한 가격을 비싸게 여겨도, 협상의 기준이 당신이 제시한 가격이 되기 때문에 협상 결과는 당신에게 유리할 것이다. 이처럼 닻 내림 효과를 이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당신이 원하는 가격에 먼저 닻을 내려주는 것이다.

닻 내림 효과를 좀 더 드러나지 않게 사용할 수도 있다. 바로 제3의 숫자에 닻을 내리는 것이다. 개교 25주년 기념 동창회 기금을 걷으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많은 경우 1인당 10만 원 이상 기부해 달라는 식으로 ‘최소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 오히려 10만 원이라는 최소 기준에 닻을 내려 오히려 더 많은 기부금을 낼 의향이 있는 사람들도 10만 원 언저리에서 기부금을 내고 말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기부금 액수 보다는 제3의 숫자인 개교 25주년에 닻을 내리는 편이 현명할 수 있다. 비굴해지거나,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기부금을 걷을 수도 있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패턴 2. 심리 회계 오류
당신이 복권에 당첨됐다고 가정해보자. 1등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돈인 2000만 원이 공돈으로 생겼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당신의 자녀가 그 정도 가격에 해당하는 자동차를 취업 선물로 사달라고 한다. 당신은 자녀에게 자동차를 선물로 사줄 수 있겠는가? 혹시 ‘공돈도 생겼는데 하나 사주자’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다음 상황을 떠올려보자. 당신은 다음 주에 지난 2년간 부은 적금 2000만 원을 타게 됐다. 그런데 앞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무슨 낌새를 챘는지, 자녀가 자동차를 사달라고 한다. 이때 당신은 어떤 결정을 하겠는가? 아마 대부분 ‘사회 초년생에게 자동차처럼 고가인 물건을 선물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처럼 같은 액수의 돈일지라도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는지’ 또 ‘어디에 쓸 예정인지’에 따라 다르게 소비하는 행동 패턴을 심리 회계 오류라고 한다. 앞의 가정 상황에서 살펴봤듯이, 많은 사람들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은 계획을 세워 지출 한다. 하지만 같은 액수의 돈일지라도 복권이나 보너스와 같이 쉽게 번 돈은 쉽게 쓰곤 한다. 심리 회계 오류는 이처럼 같은 돈에 다른 가치를 매기는 행동패턴을 말한다.

 

▶심리 회계 오류 이용법: 공짜로 얻은 느낌을 준다!
심리 회계 오류를 가장 적절히 이용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정부다. 국민들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세금 감면이 아니라 세금 환급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정부가 애초에 세금을 덜 걷기보다, 미리 걷었던 일년 치 세금을 ‘연말정산’이라는 이름으로 환급해 준다. 국민들은 연말 정산을 13번 째 월급이라며 공돈처럼 생각하고 소비를 늘린다. 사실 자신이 원래 열심히 번 돈의 일부인데도 말이다.

기업 중에서도 이런 심리를 잘 활용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바로 정수기, 비데 등을 대여해주는 환경가전기업 웅진코웨이다. 웅진코웨이는 외환카드, 현대카드에서 ‘페이프리’ 카드를 만들었다. 페이프리란 말 그대로 소비자들이 돈을 내지 않고 웅진코웨이의 제품을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들은 페이프리 카드를 쓰기만 하면, 2~3만 원 가량의 웅진코웨이의 제품 대여료를 고스란히 회수할 수 있다. 매월 카드 하나 당 최대 3만 원까지 적립되는 포인트를 현금으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특히 주부들이 자주 가는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에서 쌓이는 포인트 적립비율이 높아 평소대로 써도 대여료와 비슷한 금액을 환급 받는다. 제품을 공짜로 쓸 수 있게 되자 웅진코웨이는 경기불황에도 고공행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처럼 원래 제공하는 카드 포인트일지라도 소비자의 심리 회계 오류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적절히 제공한다면 기업도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패턴 3. 현상 유지 편향
서울시가 버스 중앙 전용 차선제를 도입한 지 6년이 지났다. 2009년 7월 발표한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이 제도를 도입한 뒤 버스의 평균 시속은 빨라졌고, 버스 이용객도 20%가 넘게 늘었다고 한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버스 중앙 전용 차선제가 실제로 도움을 줬고, 시민들도 이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04년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 시민들은 크게 반대 했다.

이처럼 우리는 아무리 도움이 되는 변화라 해도 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 현상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행동 패턴을 현상 유지 편향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보다 쓰기 편하게 개선된 프로그램 체제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최신형 프로그램 보다 익숙해진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귀찮은 마음이 우리를 한 자리에 머물게 하는 셈이다.

 

▶현상 유지 편향 이용법: 기본 설정을 원하는 대로 해둔다!
스페인은 다른 나라보다 뇌사자 장기기증 비율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는 현상 유지 편향을 긍정적으로 활용한 스페인 정부의 지혜에서 비롯된 결과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누군가 뇌사 상태에 빠지면, 생전에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표현하지 않는 이상 장기 기증을 하기 어렵다. 반면에 스페인은 생전에 별도의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뇌사 상태에 빠졌을 때 장기 기증에 동의하도록 기본 설정을 해뒀다. 휴대폰을 사면 기본 설정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듯, 장기 기증에 동의하는 상태를 기본 설정으로 만들어 기증 비율을 높인 것이다.

기업도 현상 유지 편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욱 많이 판매 할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료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해보게 한 뒤 몇 개월 뒤 유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특히 한번 가입하면 장기간 사용하게 되는 성격의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기본 설정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패턴 4. 프레이밍 효과
담배를 즐겨 피우는 카톨릭교의 신부 A, B가 있었다. 두 신부는 어찌나 담배를 좋아했는지, 기도를 하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싶어했다. 그렇다고 몰래 피우고 싶지는 않았던 두 신부는 주교에게 허락을 받기로 결심한다. 먼저 A 신부가 주교를 찾아가 물었다. “주교님, 기도하는 동안 담배를 피워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A는 허락을 받지 못했고 기도하는 동안 담배를 참아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설득을 했는지 B 신부는 주교의 허락을 받고 기도하며 담배를 피우게 됐다. 과연 B는 어떻게 허락을 얻어냈을까? “주교님, 제가 담배를 피우는 동안 기도를 해도 되겠습니까?” 이 한마디가 바로 B 신부가 주교에게 허락을 받은 질문이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똑같은 상황을 어떤 프레임을 통해 인식하느냐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같은 상황에 똑같이 행동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행동패턴을 프레이밍 효과라고 부른다. ‘세금 폭탄’과 ‘퍼주기 식 대북 지원’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이러한 단어들은 정치권에서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프레임을 사용해 상대 정당의 정책을 반대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은 부정적인 프레임에 넘어가,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상황 자체보다 상황을 보는 관점인 프레임에 좌우돼 비합리적인 선택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프레이밍 효과 이용법: 놀이의 프레임으로 유혹하라!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프레이밍 효과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허클베리 핀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톰은 개구진 장난으로 자주 벌을 받았다. 한번은 집 전체 울타리를 페인트 칠 하라는 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일에 풀이 죽어 있던 톰이 꾀를 냈다. 지나가던 친구들이 ‘또 벌 받느냐’고 놀리자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벌? 페인트 칠이 얼마나 재미있는 놀이인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야. 네 보물을 준다면 한번쯤 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톰은 자신이 받은 벌을 놀이로 바라보도록 만들어 친구들이 울타리를 전부 페인트 칠하게 만들었다. 기업도 이를 활용해보면 어떨까.

2004년 실리콘 밸리 도로와 기술 잡지에 어려운 수학 문제 하나가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광고나 마케팅이 아닐까 궁금해했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실 구글연구소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걸어 둔 문제였다. 구글연구소는 이 문제를 푼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인재 채용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게 했다. 창의성이 뛰어나면서도 순수 수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인재가 필요한 구글연구소가 놀이의 프레임을 활용해 자신에게 딱 맞는 인재를 찾아낸 것이다. 또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신입 직원들이 딱딱하게 여길 수 있는 기업 OT를 게임을 통해 풀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어렵거나 지루해 보이는 일들을 놀이의 프레임을 활용해 바라보게 하면 어떨까.

 

최고의 구두장이가 되려면?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구두장이가 되려면 구두를 잘 만드는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E. F. Schumacher)는 구두를 잘 만드는 지식보다 먼저 사람의 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사람의 본성에 대해 연구한 행동경제학이 중요한 이유를 이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최미림 IGM 선임연구원 mrchoi@ig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