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 좋은 개살구
개두릅, 개머루, 개살구, 개오동, 개복숭아....., 또 뭐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개’가 붙은 말들이 적지가 않다.
접두사 ‘개’가 붙어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글자 하나가 슬쩍 단어 앞에 붙어 멀쩡한 맛이나 질을 떨어뜨린다. 참 것이나 좋은 것이 아니고 함부로 된 것이라는 뜻을 대번 드러낸다.
개소리, 개망신, 개죽음, 개망나니 등 가뜩이나 좋지 않은 이미지를 더욱 떨어뜨리는 구실도 톡톡히 한다.
내 앞에 무엇이 따라붙느냐가 나를 이렇게도 다르게 만들다니.
개살구는 살구의 일종이지만 살구에 비해서는 맛이 시고 떫다.
개살구도 살구여서 빛깔은 여전히 그럴듯해 보이지만, 맛이 다른 것이다.
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실속은 없는 것, 어찌 그것이 빛 좋은 개살구뿐일까.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세상을 어쩌면 억울하게 개살구가 뒤집어썼을 뿐일 걸. ⓒ한희철 목사
□ 기분 좋은 점심시간
일이 있어서 대전에 나갔다가 점심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한 식당에 들어갔더니 마침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밀려드는 손님들을 받느라 점심을 못 먹고, 점심시간이 지나 손님들이 뜸해진 이 시간에 늦은 점심을 먹는 모양입니다.
밥을 먹다 말고 일어나 음식주문을 받고 요리를 하러 주방으로 들어가는 주방장에게 미안했습니다. 김치찌개를 시켜 놓고 앉아 있는데 신문도 가져다 주고 말도 걸어주면서 '식사중이라서 죄송하다'고 하는 분들을 보니 오히려 제가 미안해서 안절부절.
손님들에게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을 베푸는 음식점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져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마도 그 음식점은 돈을 많이 벌 것입니다. 손님은 돈인데, 그렇게 손님을 감동시키니, 돈도 그 가게를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최용우 20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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