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원짜리 아름다운 이야기
어느 산골마을 작은 학교에 날씬하다 못해 너무 마른 말라깽이 선생님 한 분이 전근해 오셨습니다. 작은 방을 얻어 자취를 하게 된 선생님은 마을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학교 앞 점방에서 계란을 사오곤 했습니다.
기운이 없을 때 계란을 삶아 먹으면 힘이 나곤 했으니까요. 점방의 주인은 연세가 많은 할머니셨는데 늘 계란 한 개에 120원만 달라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처음엔 120원을 주고 계란을 샀지만, 얼마 후부터는 할머니 혼자 닭을 키워 계란을 파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 130원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안 된다고 하시며 10원을 억지로 되돌려 주셨습니다. 사실 선생님이 도시에 살 때는 계란 한 개에 100원 했는데, 할머니를 도와드린다 생각하며 130원을 계산했던 것입니다. 어느 날 계란을 사러 갔다가 우연히 계란장수와 할머니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들어보니 계란장수는 할머니에게 계란 한 알에 200원씩 사다가 도시에서 300원에 판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도시 사람들은 월빙 월빙 하면서 유정란을 찾는데 300원에 팔아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니까."
"요거 몇 개는 빼빼마른 선생님께 팔야야 해. 그 먼데서 여기까지 아이들 가르치겠다고 오셨는데 살이 좀 오르면 좋으련만 뭘 잘 안 드시는지 너무 마르셨어."
에..... 그러니까 선생님은 할머니를 생각해서 30원을 더 주고 계란을 샀는데, 알고 보니 그동안 할머니가 오히려 선생님을 생각해서 70원을 손해보고 판 것이었습니다. 작지만 참 아름다운 이야기지요 잉 ⓒ최용우
□ 굽은 나무는 길맛가지가 된다
굽은 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인다. 곧장 자라야 기둥도 되고 서까래도 될 터인데 몸이 굽었으니 땔감으로나 쓸까, 굽은 나무를 어디에 쓸 것인가.
그러나 굽은 나무의 용도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보여주듯 굽은 나무는 굽은 대로 쓸모가 있다. 미끈한 나무들이 이런 저런 필요를 따라 베어져 사라질 때에도 굽은 나무는 굽었다는 이유로 잘리지를 않아 조상의 무덤가를 묵묵히 지킬 수가 있는 것이다.
굽은 나무의 소용으로 길마가 있다. 길마란 짐을 실으려고 소의 등에 얹는 안장을 말하는 것으로, 소 등짝 모양을 따라 시옷자 모양으로 굽어 있다. 곧은 나무를 일부러 굽혀 길마를 만들기는 어려울 터, 오히려 굽은 나무가 길마로는 제격이다.
‘하나님은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다’는 믿음을 길마가 되는 굽은 나무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내가 굽은 나무라고 한탄할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굽은 나무라고 무시할 것도 아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 같아도 그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소용을 알아 인정하는 것, 믿음의 눈이 그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도 자연의 일부, 세상은 비로소 굽은 나무가 있어 온전해지는 것이다.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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