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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 김명정 작가가 밝히는 ‘세시봉’ 뒷이야기 (인터뷰①)

권영구 2011. 2. 28. 09:01

 

‘놀러와’ 김명정 작가가 밝히는 ‘세시봉’ 뒷이야기 (인터뷰①)
노컷뉴스|
입력 2011.02.28 06:33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조은별 기자]

송창식은 27년만에 트레이드마크인 개량한복을 벗어던지고 양복을 입었다. 트윈폴리오 멤버였던 이익균은 43년만에 무대에 섰고 미국에서 어려운 발걸음을 한 이장희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무대에서 오랜 벗들을 향한 마음을 절절한 영상편지로 표현해 눈물을 자아냈다.

MBC '놀러와'의 '세시봉 콘서트'의 '추억장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지난 해 '놀러와'의 추석특집으로 방송돼 화제를 모은 '세시봉친구들'의 후속으로 마련된 '세시봉 콘서트'는 지난 1월 31일과 2월 1일 양일간에 걸쳐 방송됐으며 심야시간대임에도 16%대(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는 '재탕 우려먹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27일 '세시봉 콘서트'를 '일밤' 시간대에 배치해 재방송을 내보냈지만 '여전한 감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60~70년대 통기타 음악의 상징이었던 '세시봉'의 원년멤버 윤형주·송창식·김세환·조영남이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놀러와'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한자리에 모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그뒤에는 1년 여에 걸쳐 제작진을 설득한 김명정(38)작가의 진심어린 끈기가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놀러와'의 김명정 작가를 만나 '세시봉' 특집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 '세시봉 콘서트'...첫번째 기획은 '조영남과 아이들'이었다


▶ 어떻게 해서 세시봉 콘서트를 기획하게 됐나?

-원래 조영남 씨랑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지난해 여름, 조영남 씨가 책을 낸 적이 있다. 당시 조영남 씨가 홍보를 뭘하면 좋을까 고민하길래 "'놀러와' 출연해 보는 게 어때요?"라고 권했다. '놀러와'는 '무릎팍도사'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니 출연자도 부담이 크지 않을테고...당시 조영남 씨가 자신이 젤 만만한 사람이 김영철, 김제동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첫 번째 기획은 '조영남과 아이들'로 시작됐다.

▶ '조영남과 아이들'이 '세시봉 콘서트'가 된 계기가 있었나?

-사실 전부터 '세시봉 멤버들'을 섭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조영남 씨 녹화 날짜를 확정한 뒤 제주도에 내려가 말고기에 낮술 한 잔 했는데 갑자기 녹화가 갑자기 하기 싫어지더라. (웃음) 조영남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저씨, 저 '조영남과 친구들'이란 주제로 녹화하고 싶어요"라고 무작정 졸랐다. 하지만 조영남 씨는 내게 "걔네들은 내가 말해도 안돼...꿈도 꾸지 말라"고 충고했다. 술을 한 잔 더 마신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저 그거 너무 하고 싶어요. 제가 섭외해보겠어요"라고. 결국 조영남 씨도 두손두발 다 들며 "해보라"고 하더라.

▶ 그래서 직접 섭외했나?

-송창식 씨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다. 술에 취한 채 송창식 씨의 1집부터 3집 목차를 이야기했다. 전화로 노래도 불러주며 '당신 노래 다 알고 있다. 나처럼 당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설득했다. 그랬더니 '형주가 하면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송창식 씨 왈 '우리 중에 윤형주가 스케줄이 제일 많고 섭외도 힘들걸'이라고 하더라.

▶ 윤형주 씨 섭외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윤형주 씨는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조영남과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섭외하고 싶다고 했더니 "우리는 조영남의 병풍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그 때 나도 모르게 '세시봉 음악감상실' 이야기가 나왔다. 윤형주 씨에게 '나도 그 공간을 가봤고 그 안에서 숱한 역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세시봉'으로 당신들을 조명하고 싶다고 했더니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기획안을 보내보라고 하더라. 그길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와 제작진에게 '조영남과 아이들' 녹화를 연기하자고 했다. 그리고 기획안을 제출해 윤형주 씨를 설득한 뒤 김세환 씨 출연까지 확정됐다.

 

▶ 그렇게 해서 '추석특집 세시봉 친구들'이 탄생하게 된 것인가?


-그렇다. 여기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장 며칠 후 녹화를 하게 될 상황이라 이들의 방대한 자료를 찾고 인터뷰를 할만한 작가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나혼자 대본을 휘뚜루마뚜루 썼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 이 네분도 오랜만에 만나서 그렇게 논게 처음이라고 하더라. 미리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옛날 청년시절로 돌아간 듯 이 레퍼토리를 해볼까, 저것도 해볼까 하며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 추석특집 이후 설특집 '놀러와'는 더 큰 화제를 모았다.

-보통 '놀러와' 녹화가 4시간정도 걸리는데 이날은 8시에 시작해 새벽 3시 반에 끝났다. 무려 200곡이 넘는 레퍼토리를 부르는데 관객들은 숨 죽인 채 바라만 보았고 MC인 김나영 씨는 눈물을 멈추지 않더라. 특히 송창식 씨가 마이크를 잡을 때는 민물고기가 나오다 상어가 등장하는 느낌이었다. 알다시피 '놀러와'는 토크쇼이니 음향시스템이 좀 엉망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니...

▶ 여러 반대와 어려움을 무릅쓰고 이들을 섭외해 '대박'을 쳤으니 보람도 클 것 같다.

- '세시봉'을 통해 '놀러와'를 오래해서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작가에게는 모든 경험이 다 재산이고 진심은 통한다는 걸 배웠다. 사실 '세시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1년 전부터 했지만 몇몇 제작진이 반대했다. 하지만 나를 끝까지 믿고 지지해준 신정수 PD 덕에 녹화를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세시봉특집'과 더불어 송해선생님이 출연했던 장수 MC, 두편이 가장 보람되고 기억에 남는다. (②편에 계속)
mulga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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